국내 대표 스포츠 전문채널 SPOTV(스포티비)의 운영사 에이클라미디어그룹(에이클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중계권 소득에 대한 세금을 돌려달라며 조세심판 청구를 했지만 기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세심판원이 지난 8월 공개한 결정문에 따르면 에이클라는 EPL 중계권 소득 중 방송제작서비스의 경우 10% 원천징수 대상이 아니라며 불복을 제기했지만, 심판원은 원천징수 대상 소득이 맞다며 기각결정을 내렸다.
스포티비는 EPL뿐만 아니라 국내프로야구(KBO)·미국프로농구(NBA) 등 국내외 주요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는 전문 방송사로, 에이클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에이클라가 국내외 스포츠협회‧에이전시로부터 스포츠 경기 방송권을 구매해 영상 사용권리를 스포티비에 판매하면, 스포티비가 에이클라의 중계권을 제공받아 방송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에이클라는 지난 2022년 9000만 달러를 지불해 영국법인으로부터 3년간 한국과 일본의 EPL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 자회사인 스포티비는 이 중계권으로 프리미엄 채널인 '스포티비 온'과 OTT '스포티비 나우'에 유료 중계를 해왔다.
에이클라가 EPL 중계권 소득과 관련해 낸 세금을 돌려달라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번 심판의 쟁점은 에이클라의 EPL 중계권 계약을 '방송허가권'과 '방송제작서비스'로 나눠 각각을 사용료소득과 사업소득으로 구분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앞서 에이클라는 영국에 지급한 방송허가권과 방송제작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모두 사용료소득으로 처리하고 10% 세금을 원천징수해 국세청에 납부했다.
이후 방송제작서비스에 대한 대가는 원천징수 대상이 아니라며 세금을 돌려달라고 국세청에 경정청구했지만 거부처분을 받아, 심판원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에이클라에 따르면 중계권인 방송허가권의 대가는 한·영 조세조약에 따라 10%를 원천징수하는 사용료소득으로 분류된다.
반면 방송제작서비스는 에이클라가 권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영국법인이 제작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영국법인의 사업소득으로 원천징수 대상이 아니다.
사용료소득은 일반적으로 소득이 발생한 국가에서 과세한다. 즉 에이클라가 영국 기업의 EPL 중계권을 구매하고 대가를 지불하면, 이 사용료는 영국법인이 한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으로 보고 로열티의 10%를 우리 국세청에 납부해야 한다.
만약 에이클라의 주장대로 방송제작서비스를 단순히 경기 영상을 촬영·편집한 용역을 제공받은 대가로 간주하고 영국법인의 사업소득으로 구분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외국법인의 사업소득은 한국에 고정사업장이 있을 경우에만 과세할 수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에이클라의 EPL 중계권 계약은 방송허가권이 중심으로 방송제작서비스는 방송허가권에 따른 부수적인 것으로 봤다. 따라서 두 대가는 분리할 수 없고, 전액을 10% 원천징수 대상인 사용료소득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과세당국은 또한 에이클라가 이전의 영국법인과 체결한 계약에서는 방송제작서비스 대가를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전체를 사용료소득으로 처리해 원천징수했다며 과거 사례를 들어 지적했다.
심판원은 국세청의 주장을 받아들여 방송허가권과 방송제작서비스를 구분할 수 없다고 결정을 내렸다.
심판원은 "에이클라가 방송허가권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경기 영상물을 받지 못하면 방송허가권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방송제작서비스 계약은 방송허가권의 부수적인 용역으로 봐야 한다"며 방송허가권과 방송제작서비스 모두 사용료소득으로 10% 원천징수 대상 소득이 맞다고 결론내렸다.
한편, 스포티비의 EPL 중계권은 올해 만료돼 내년부터 6년간 EPL 경기는 쿠팡플레이가 독점 중계할 예정이다. 쿠팡플레이는 지난 4월, 1년 중계료로 700억원을 지불하기로 하면서 중계권 입찰 경쟁에서 스포티비를 제친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티비는 2022~2023년 시즌부터 손흥민 토트넘 경기 TV 중계를 한 달 최소 1만780원 이용권을 구매해야 볼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로 전환하고 유료 서비스를 늘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