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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요원에게 말 못하는…세무조사 불만 1위는?

  • 2024.10.31(목) 07:30

국세청 '모니터링' 통해 살펴본 문제점

"왜 제가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됐는지, 설명을 들어도 납득할 수가 없어요"
"경기도 어려운데 세무조사라니…나라에 돈이 없다고 세수 쥐어짜기 하는 것 아닙니까?"

예기치 않게 나 또는 내 회사가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된다면 어떨까. 기억도 나지 않는 서류·장부에 대해 소명하고 반박 논리를 만들어 방어해야 하는 조사대상자로서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세무대리인을 대동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어떻게 조사에 대응할 지 막막하다. 

이런 과정에서 납세자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든 것이 '세무조사 모니터링' 제도다. 세무조사가 진행되거나 끝난 이후에 조사대상자에게 절차상 위법하거나 부당한 행위가 없었는지를 납세자보호담당관이 듣기 위한 장치로, 적지 않은 납세자들이 세무조사 때 느낀 불만·불편을 털어놓고 있다. 

세무조사 모니터링 이렇게 합니다

경찰이 영장을 가지고 사람의 신체를 구금·체포할 경우 읽게 되는 '미란다 원칙'처럼, 국세청 조사요원들도 세무조사 시작 전, 조사 받는 납세자에게 조사 사유·구제 절차 등 내용이 담긴 납세자권리헌장을 읽어주고 있다. 

이 절차가 사전적 권리구제면, 모니터링은 조사 과정에서 납세자의 불신·불안을 없애주는 제도로 보면 된다. 2008년 6월,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될 땐 해피콜 제도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시행 초기엔 전화로 납세자들의 불만·불편 사항을 들었지만, 유선상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국세청은 지난 2013년 6월 현장 방문 방식(납세자보호담당관이 직접 청취)을 넣었다. 그러나 조사가 종결된 이후에 사후 평가하듯 실시되면서, 권익 침해가 발생하더라도 즉각적인 대응은 어렵단 지적이 나왔다. 

실시간으로 피드백할 수 있게 된 건 2018년 9월부터다. 이때 납세자보호담당관이 조사 전체 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엔 과장이나 국장이 직접 납세자의 의견을 듣도록 '조사관리자 청문' 절차도 만들었다. 만약 모니터링 과정에서 부당한 상황이 발생했다면 납세자보호담당관은 해당 조사공무원의 행위에 대한 중지(일시)를 요구할 수 있고, 교체 명령과 징계 요구까지 할 수 있다. 

"세수가 부족해서 세무조사 하는 거 아닙니까"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총 1605번(온라인 561건·전화 1044건)의 실시간 모니터링을 했다. 같은 기간 사후 모니터링으로는 2600회가 넘는다. 국세청 관계자는 "모니터링은 조사대상자 중에서 무작위로 선정한다"며 "실시간·사후로 구분해 납세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세무조사를 받는 납세자들은 어떤 얘기를 했을까. 조사공무원이 친절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주로 세무조사 때 겪었던 불만과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의 사례를 보면, '세무조사의 공정한 선정·설명'을 지적하는 게 가장 많았다. 비중으로 따지면 약 24%에 달한다. 그다음은 어려운 경영 현실을 고려한 조사 선정·진행(업황 이해부족·약 17%)이었다. 외형이 작은 법인에서 "업황이 좋지 않은데, 이 시기에 꼭 세무조사를 해야 하냐"는 식의 불만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조사에 대한 설명 미흡 및 실적 위주의 무리한 조사 진행(약 12%)을 지적하는 납세자도 적지 않았다. 한 납세자는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서 세무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했단 후문이다. 일부는 조사공무원의 태도가 부적절하다거나, 청렴 위반(금품·향응 제공, 사적 편의 요구)에 대해선 강한 징계를 요구하는 의견을 냈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된 거 자체가 불만이거나, 조사공무원의 태도를 지적하는 부분도 주관적인 의견이 많다"며 "이런 불편·불만 사항은 조사 부서에 통보해서 즉시 시정하거나 권리보호요청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무조사 '실상' 파헤쳐졌다면?

불과 몇 년까지만 해도, 국세청이 강압적이고 편파적인 세무조사를 한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컸다. 이런 불신으로 만들려고 한 것이 '세무조사 녹음권'이다. 2018년 7월, 기획재정부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며 그 안에 세무조사 과정을 녹음할 수 있는 권한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재부가 녹음권 신설을 밀어붙이려고 한 데는 세무조사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불미스러운 일들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는 의심 때문이다. 당시 기재부 안팎에선 어느 정도 선에서 세무조사를 마무리 짓거나(협의과세), 납세자를 겁박하고 있다는 식의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실체가 아닌 의심만으로 세무조사 과정이 불합리하단 논리가 약할 수밖에 없었고, 그해 국회에서 '조사공무원의 권한 남용 행위가 현장에서 발생하는지 실태를 파악하라'는 부대의견을 달며 녹음권 도입은 보류 판정을 받았다. 

이듬해 7월, 기재부는 세무조사의 실상을 파헤치는 작업에 들어갔다. 납세자·세무대리인·세무관련 학자 500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 녹음권 도입이 필요하냐'고 물었고, 그 결과 중장기적(3~5년 후)으로 도입해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이 무려 62.8%였다.

그러나 국세청이 대상을 뽑아 실시한 조사(2018년 1월~2019년 2월까지 세무조사를 받은 개인·법인사업자 300명)에서 세간에 퍼져 있는 부정적 인식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국세청의 '청렴 성적표'는 10점 만점에 9.61점이었다.

조사요원에 대한 조사대상자들의 긍정적인 평가에도, 조사대상 선정 과정에 대한 불만은 있었다. 조사대상자들은 "대상자를 공정하게 선정해야 한다", "경기 상황을 고려해 적정수준 세금을 추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세무조사 방해하는 납세자도 있다

부당한 세무조사를 당할 뻔했다가 구제된 사례는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법원뿐만 아니라 행정심(심판청구, 심사청구)·국세청 내부 납세자보호위원회에서 세무조사 과정에서 적법절차 준수 여부를 엄격하게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법한 절차에 따른 세무조사로 과세권 자체가 사라진 경우도 있다. 

그런데 세무조사 절차를 적법하게 지켰는데도, 납세자가 자료를 못 주겠다고 버틴다면 어떨까. 납세자가 자료 제출을 거부해도 타격을 줄만한 제재 수단은 약하다. 이렇다 보니 실질적인 사실관계 측면에서 논리는 약해지고, 결과적으로 정당한 과세권마저 흔들릴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현재 세무조사는 양측(납세자·국세청) 요청에 따라 중지할 수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국세청 조사팀에서 세무조사 중지를 신청한 건수는 19건이었다. 이 중 '불승인'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국세청이 세무조사 중지를 요구할 땐, 납세자가 자료의 제출을 지연시켰을 때가 대부분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최근 5년간 납세자보호사무처리규정 별지 66호에 따라 납세자가 세무조사 중지를 신청한 건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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