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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극장]남편 배신보다 충격적인 국세청의 일격

  • 2024.10.24(목) 07:00

성실하고 가정에 충실하던 남편이 밖에서 그런 짓을 하고 다닐 줄 상상이나 했겠어요.

믿었던 사람에게 당한 배신이 얼마나 괴로운 건지, 저는 알고 싶지 않았어요. 게다가 60년이라는, 인생의 대부분을 함께한 남편 때문에 이런 고통을 얻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죠. 

제 남편은 검사 출신 변호사로 매우 성실한 삶을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능력 있는 남편이자, 자식에게 살뜰한 아빠였고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후원하고 종종 봉사활동도 나가는 천사같은 사람이었어요.

남편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도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아내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부동산 재테크 공부도 하고, 제 전공을 살려 재벌가에 피아노 과외도 다녔어요. 덕분에 서울에 아파트 몇 채를 얻어 노후자금 걱정도 덜었고, 남편따라 지역 봉사를 다니기도 했죠. 더 바랄 것이라고는, 앞으로도 착한 남편과 평생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호적의 낯선 이름들
"당신, 호적에 올려놓은 애들 누구야? 나 몰래 밖에서 딴짓했니?"
"지인이 불쌍한 애들이라고 도와달라길래 입양한 거야. 파양할게."

그러던 어느날 결혼해 따로 살았던 딸이 대뜸 찾아와 종이 한 장을 내밀더군요. 가족관계증명서였는데요. 서류에는 우리 부부 자녀로 딸 말고도 다른 아이 이름이 두 명 더 있었어요.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된 후 남편에게 대체 누구냐고 따져 물었어요. 남편은 자주 가는 식당 주인이 불쌍한 아이들이 있다면서 도와줄 방법이 없겠냐고 하길래 입양한 것일 뿐, 자기 자식은 절대 아니라고 펄쩍 뛰더라고요.  

제가 아는 남편은 남을 도우면 도왔지, 불륜을 저지르고 몰래 혼외자를 낳을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사회적으로도 좋은 평판을 받고, 가정에도 충실해 왔던 남편이었으니까요. 그래도 호적을 그대로 둘 순 없다고,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으라 했더니 바로 알았다며 파양신고를 했어요.
 
입양 사건은 그렇게 한때 해프닝으로 지나갔고, 우리 가족은 다시 평화로운 삶을 살았습니다. 남편 앞으로 소장이 날아오기 전까진요. 

#친자식 아니라더니
"친자소송이라니, 우리 이혼해."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 원하는대로 해줄게."

소장 내용을 보고선 순간 정신을 잃을 뻔했어요. 친자확인소송이었는데, 원고 이름이 그때 가족관계증명서에서 봤던 이름들이었거든요. 친자식 아니라던 남편의 거짓말이 들통난 거나 다름없었죠. 

배신감은 말도 못했습니다. 매일 속에 뭐가 얹혀 있는 것 같이 답답하고, 잠도 못 잘 정도로 화가 났어요. 남편은 소송 중에도 친자식이 아니라고 계속 주장했는데요. 유전자 감식 후에 법원은 남편의 혼외자들이 맞다고 인정했어요. 

친자 판결까지 난 이상, 남편과 더는 함께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남편도 별다른 이야기 없이 받아들이더군요. 판결 후 반년 만에 우리는 위자료와 재산 분할을 합의하고 이혼했어요.

#가짜 이혼이라는 의혹
"이혼했는데도 남편 집 왕래가 잦네요. 위장 이혼이니 증여세 내세요."
"같이 산 게 몇년인데…혼자 밥도 못 해먹으니 안타까워 그런 거예요."

남편과 이혼한 지 2년쯤 지났을까. 국세청에서 제가 남편에게 받은 재산에 대해 세무조사를 한다며 찾아왔어요. 국세청은 제가 세금을 피하기 위해 남편과 가짜로 이혼한 것이라면서, 남편에게 증여받은 재산에 대한 세금을 내라고 했어요. 

남편은 80세가 훌쩍 넘은 나이에 이혼을 했고, 노환에 지병까지 있어서 혼자 생활이 어려웠기 때문에 저는 이혼 후에도 남편 집을 찾아가서 식사를 도와주곤 했는데요. 국세청은 그 사실이 위장 이혼의 근거라고 했어요. 

답답한 마음에 세무대리인을 찾아가 상황을 설명했고, 상의 끝에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하기로 했습니다. 

#조세심판원의 판단은
국세청 "아내는 남편 집을 수시로 드나들었습니다. 위장 이혼이 맞습니다."
심판원 "남편을 보살폈다는 것만으로는 사실혼 관계라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이혼 후에도 남편을 보살핀 것은 60년 넘게 부부로 지내며 생긴 측은지심으로 그런 것이라고 심판원에 해명했어요. 80%가 넘는 재산을 위자료와 재산 분할로 받은 것이 과하다는 지적에는, 결혼생활 동안 제가 부동산 투자와 과외로 불린 재산도 있다고 답변했죠. 

심판원은 남편 집에서 외출하는 모습이 담긴 저의 사진이나, 신용카드 사용내역 만으로는 위장 이혼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어요. 국세청에 이혼 당시 저와 남편의 자산과 부채, 제가 재산 형성에 기여한 정도를 재조사해서 세액을 경정하라고 결정했습니다.

다행히 재조사 결정이 났지만, 몸이 불편한 남편이 안타까워 했던 행동으로 거액의 세금을 낼 뻔한 사실이 씁쓸하네요.

◆절세Tip
협의이혼분할자산은 원칙적으로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지만, 상속세·증여세 등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증여세 과세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민법상 타당한 절차에 따른 협의이혼에 대해 조세법에서 다르게 처분하기 위해서는 위장이혼이라는 사실을 자세한 증빙으로 입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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