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00만명. 국내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투자하는 것으로 추정(2023년 기준, 한국 금융정보분석원 조사)되는 수다. 자산으로서 안정성이나 가치 보존 수단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숫자만 놓고 보면 가상자산이 주요한 금융 투자 자산으로 정착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투자냐, 투기냐를 떠나 현재까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을 어기고 있는 부분은 큰 문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상자산 소득은 과세 사각지대였다. 이자·배당·근로·양도 등 '열거주의'식 잣대로 소득세가 부과되기에, 소득세법상 언급(또는 규정)이 없는 가상자산에 세금을 물릴 근거가 없어서다. 현재도 가상자산을 팔아 얻은 이익엔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과세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계획대로라면 ①거래 수익을 기타소득으로 보고 ②2022년부터 이 수익에 세금이 매겨져야 했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 제도 미비 등의 이유로 2025년으로 미루어졌다.
최근엔 과세제도 시행보단, 세금 규모를 결정짓는 주요 잣대인 '취득가격'을 두고 잡음이 나온다. 취득가액 계산 방식이 거래량이 많은 현실을 반영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단 게 주된 우려의 목소리다. 과세당국도 또 다른 취득가액 계산식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세 구조는 단순한데, 취득가격 구할 땐 복잡
2025년 1월 1일부터 매매하는 가상자산은 20% 세율로 과세됩니다
사실 가상자산을 파는 금액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차익', 즉 판매가격에서 본인이 산 가격을 뺀 차액의 금액만 따지면 된다. 이 차액이 250만원을 넘으면 세금이 발생하는 구조다. 예컨대, 2025년에 1000만원의 양도차익이 발생하면 250만원을 공제하고, 750만원에 20%(지방세 제외)의 세율을 적용해서 150만원의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
이 과세 틀에서 가장 중요한 게 취득가액을 어떻게 보느냐다. 거래 소득의 '필요경비'로 인정되기에, 이 잣대로 세금 규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판매가격(양도금액)은 가상자산을 판매한 개당 가격에 가상자산의 개수를 곱한 것으로, 어느 정도 명확해 보인다.
과세제도가 만들어질 당시엔 먼저 매입한 것부터 먼저 판매되는 것으로 보는 방법인 '선입선출법'에 따라 계산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가령 수차례에 나눠 취득한 200개 코인 중 100개의 코인을 양도한다면, 이 코인의 취득가액은 먼저 취득한 코인을 먼저 판매한 것으로 가정해 취득가액을 계산하는 식이다.
그런데 여러 개의 개인 전자지갑에 나눠 코인을 보관하고 있다면 취득가액을 어떻게 구할까. 이런 혼선을 막고자 지갑 주소(가상자산 주소)별로 각각 선입선출법을 적용하도록 세법이 재차 손질됐고, 취득가액 계산식에 '이동평균법'도 새로 들어갔다. 가상자산사업자(가상자산거래소, 가상자산 수탁 업체)를 통한 거래는 이동평균법을 이용해서 취득가액을 계산하도록 한 것이다.
복잡한 셈법에 납세협력 부담 우려
그렇다면 선입선출법으로 어떻게 취득가액을 구할까. 예컨대 1월에 10개 코인을 개당 1000만원, 2월에 5개 코인을 개당 700만원, 3월에 10개 코인을 개당 800만원에 샀고, 이후 취득한 코인 20개를(개당 1000만원)에 판다고 가정해보자.
선입선출법으로 따지면 판매한 코인 20개에 대한 취득가액은 1억7500만원(10개×1000만원·5개×700만원·5개×800만원)이 된다. 코인 거래에 따른 차익(2500만원)에서 기본공제액(250만원)을 뺀 뒤, 이 과세표준에 세율(20%)을 적용하면 세금은 약 450만원이다. 반면, 이동평균법(국내거래소 거래분, 그 외는 선입선출법)은 코인을 살 때마다 가중평균해서 개당 가격을 구하는 구조다. 앞선 사례에서 팔기 전까지 취득한 코인의 단가는 860만원(1억원+3500만원+8000만원÷25개)이며, 코인 20개에 대한 취득가액은 1억7200만원이 된다.
이런 계산식(선입선출법)에서 의문이 드는 건 가상자산 거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느냐다. 관련 업계에선 "미세한 초 단위로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했을 때 거래 내역을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선입선출 기준으로 보면 100개를 팔 수도 1개만 팔 수도 있는데, 한 건 팔 때마다 0.1초도 안 되는 상황에서의 가격 변동을 반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각이다. 자진신고를 해야 하는 납세자로선 거래 내역을 일일이 파악하기 위한 납세협력비용 부담이 들 수밖에 없다.
'총평균' 계산식 검토한다는데
최근 기획재정부는 또 다른 취득가액 계산방법을 추가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총평균법(취득한 자산의 취득가액의 합계액의 총액을 그 자산의 총수량으로 나눈 평균단가)도 검토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세무대리 업계는 주식과 다르게 가격 변동 폭이 심한 가상자산 거래 현실 등을 반영해 취득가액 평가방법에 대한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법인이 보유한 주식의 평가는 총평균법으로 할 수 있다. 일각에선 주식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가상자산에도 이를 허용해야 한단 목소리도 있다.
김지호 세움택스 세무사는 "2~3년 전만 해도 1분 사이에 (가격이)몇 백만원씩 바뀌기도 했다”며 “이런 변동성 때문에 취득원가가 사실상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데, 평균값으로 하면 가격 리스크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사례를 보면 미국에서는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어느 정도 선택의 폭을 주고 있다"고 했다.
한편 내년부터 시행하는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에 대비해서 신고서비스를 준비하는 회사가 가상자산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올해 1월에 설립한 엠시티홀딩스는 마이코인택스라는 브랜드로 가상자산 세무신고서비스를 개발중인데, 이곳엔 조정목 전 대구청장을 비롯해 강승윤 전 반포세무서장(현재 세무법인 대륙아주 대표) 등이 자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