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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몰래 마약 들고왔는데…날 잡은 사람이 AI?

  • 2024.02.27(화) 16:26

관세청, '관세행정 스마트혁신 종합계획' 발표
AI CCTV·엑스레이 판독·마약탐지 장비 등 도입

"새벽 3~5시에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들어오는 비행기가 있을 때면 온 신경이 곤두서요. 한 항공기에 실린 수하물 전체를 15분 이내에 판독해야 하는데 잠은 오고,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으니 신경이 예민해져서 집에 가면 아이에게 짜증을 많이 내요"

지난 2013년 인천공항세관에서 모니터로 가득 찬 공간에서 쉴 새 없이 눈을 굴리며 엑스레이(X-Ray) 화면만 바라보던 세관 직원의 말이다. 인천공항의 빠른 입국 시스템은 세관 직원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알게 된 후,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취재 중 하나였다.

그런 관세청이 지금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서울세관 1층에서 시연 중인 AI CCTV 등 스마트혁신 첨단기술 시연공간에서 고광효 관세청장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관세청]

우범여행자 추적부터 엑스레이 판독, 직원 훈련, 상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신속·정확한 국경선 관리에 나선 것이다. 관세청은 세관 직원들이 24시간 매달리기 힘든 분야에 AI가 투입돼 위해물품과 마약 등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관세청은 27일 서울세관에서 2024년도 관세행정발전심의위원회를 개최해 '관세행정 스마트혁신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추후 도입 예정인 AI 장비 등을 서울세관 1층에 시연했다.

관세청은 국경 최전선에서 경제국경을 지킨다고 해, 경제경찰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여행자와 특송물품 등을 한정된 인력으로 단속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관세청은 ▲밀리미터파 신변검색기 도입 ▲마약 탐지장비 도입 ▲AI활용 위험관리 강화(AI CCTV 등 우범여행자 관리) ▲AI기반 엑스레이 판독 훈련 ▲AI 영상 통합관리(엑스레이 판독) ▲생성형 AI 상담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저 사람 이상한데…" AI CCTV가 자동 추적

서울세관 1층에서 시연 중인 AI CCTV. AI CCTV는 자동으로 우범여행자를 추적해 붉은색으로 표시해준다. [사진: 이희정 기자]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AI CCTV. 현재는 세관 직원들이 공항이나 항만에서 우범여행자를 특정한 뒤 일일이 CCTV를 모니터링하며 우범여행자를 추적했다면 이제는 AI CCTV가 알아서 우범여행자를 붉은색으로 표시해준다. AI 기술로 사람 얼굴을 특징 정보화(메타데이터)로 만들어 자동 인식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는 세관 직원이 CCTV에 붙어서 우범여행자 1명만을 쫓지 않아도 된다.

현재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올해 개발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내년부터 현장에 AI CCTV가 설치돼 우범여행자에 대한 관리가 더욱 촘촘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밀리미터파 신변검색기는 인권침해 소지가 적은 데다, 엑스레이 검색기보다 인체 유해성이 적어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사진: 이희정 기자]

신체나 옷에 숨긴 마약이나 위해물품도 쉽게 찾아낼 수 있는 밀리미터파 검색기와 열화상 카메라도 도입된다.

밀리미터파는 파장의 길이가 1~10㎜ 정도로 짧아 인체에 무해하다. 엑스레이 검색기는 방사선 등으로 인체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는 데다, 실제 체형이 그대로 노출되고 인체에 보형물이 있다면 그대로 노출돼 계속 논란이 돼 왔다.

반면 밀리미터파 검색기는 모형 이미지가 표출되고 신체나 옷 속에 은닉한 물건의 경우 밀도 차이로 색만 진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인권 침해 소지가 없다. 현재는 인천공항에 3대 운영하고 있으며 추후 전국 공항과 항만으로 13대를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관세청 직원이 직접 시연 중인 열화상 카메라. 복부에 숨겨진 마약이 파란색으로 표시된다. [사진: 이희정 기자]

오는 3월에 도입 예정인 열화상카메라도 마약을 잡아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열화상카메라는 여행자가 다니는 길목에 설치해 신체에 은닉한 마약류 등 위해물품을 온도 차이로 잡아낼 수 있다. 

실제 관세청 직원이 복부에 마약을 숨기고 열화상 카메라 앞에 서자, 마약이 들어있는 부위가 파란색으로 표시됐다. 체온과 다른 물건에 대해서는 파란색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관세청은 다음달에 열화상 카메라 2대를 먼저 도입한 뒤 내년에 32대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총기 확률 85%·칼 75%"…AI가 다 잡아낸다

세관 직원들이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인 엑스레이 판독. 빠르게 지나가는 화물을 1~5초 이내에 판독해야 하는 특성상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는 엑스레이 영상, 신고정보, 현장 CCTV 등 5개의 화면으로 위해물품 여부를 판단해야 하므로 직원들의 눈은 쉴 새 없이 눈을 굴리며 모니터 화면을 바라봐야 한다. 5초 이내에 5개의 모니터 화면으로 위해물품을 가려야 하기 때문에 사실 정확도를 장담하기 어렵다.

AI 영상 관리 통합솔루션. AI가 총기와 총알 등 위해물품을 자동으로 걸러내 붉은색으로 표시한다. [사진: 이희정 기자]

그러나 AI영상 통합관리 솔루션이 도입되면 한 화면 안에 AI 판독 결과까지 보여줘 위해물품을 잡아내기 더욱 쉬워진다. 실제 관세청 직원이 이를 시연해본 결과, 상자 안에 있던 총기류와 칼에 붉은 사각형이 생성되며 '총기 85%, 칼 75%, 배터리 70%' 등이 표시됐다. 총기일 확률이 85%라는 의미다. 현재는 20종의 위해물품을 AI가 잡아내지만, 추후에는 AI가 판독할 수 있는 위해물품 종류를 확대할 예정이다.

관세청은 현재 인천특송세관에 AI영상 통합관리 솔루션 1대를 시범운영 중이며 내년 하반기에는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마약탐지 장비인 라만분광기를 시연 중인 관세청 직원. [사진: 이희정 기자]

이밖에 관세청은 엑스레이 판독 훈련용 소프트웨어인 AI기반 엑스레이 판독 훈련 시스템을 도입해 직원들의 숙련도를 끌어올리고, 스캔만으로 1분 만에 1만2000종의 마약류를 탐지하는 마약 탐지 장비인 라만분광기도 도입한다.  

"술 몇 병까지 면세 되나?"와 같은 질문 등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하는 ▲개인통관 상담 ▲HS 품목분류 추천 ▲판례검색 요약 등의 생성형 AI 상담의 경우 현재 개발 중에 있으며 관련 예산이 확보되면, 대중에 서비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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