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직장인에게 쏠쏠한 보너스를 챙겨주던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주춤한 반면, 월세 세액공제가 떠오르고 있다. 직장인이 연말정산에서 실제로 환급액을 늘리는 항목도 신용카드보다 월세가 더 유리할 전망이다.
24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신용카드 공제 대상자 1인당 소득세 감면액은 17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월세 공제를 신청한 무주택 직장인은 1인당 28만원의 세부담을 줄이는 것으로 추정됐다. 직장인의 입장에서는 월세 공제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신용카드 공제보다 11만원 더 많은 셈이다.
총급여(연봉-비과세소득) 5000만원인 무주택 직장인일 경우 신용카드 공제로 19만원의 세금을 깎을 수 있지만, 월세로는 소득세 32만원을 줄일 수 있다. 아무리 신용카드를 많이 써도 월세에 대한 공제 혜택을 뛰어 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 억대연봉자에게 유리한 신용카드 공제
신용카드에 대한 공제 혜택은 올해 연말정산부터 다소 늘어났다. 올해 하반기에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현금영수증을 사용한 금액이 지난해의 절반을 넘으면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액에 40%의 특별 공제율을 적용한다.
기획재정부가 민간소비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고육책인데,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을 많이 쓸수록 연말정산 환급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올해 신용카드 공제의 조세감면 규모는 1조1108억원에서 1조1416억원으로 300억원 넘게 늘어난다.
조세감면 규모를 신용카드 공제 대상자 666만명으로 나누면 1인당 17만1000원의 세금 감면액이 산출된다. 1인당 신용카드 공제 감면액은 세법개정 전보다 5000원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봉이 높을수록 세법 개정의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난다. 총급여 2억원인 직장인은 기존 54만원에서 56만원으로 신용카드 감면액이 늘어나고, 총급여 3억원 직장인은 감면액이 75만원에서 79만원, 총급여 5억원 이상 직장인은 평균 89만원에서 104만원으로 감면 규모가 증가한다.

◇ 월세 직장인은 세부담 4배 줄인다
월세 세액공제는 올해 연말정산에서 정부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항목이다. 대상자 기준을 총급여 5000만원 이하에서 7000만원 이하로 확대했고, 세대주뿐만 아니라 세대원도 공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로 바꾸면서 최대 75만원의 세금을 돌려준다.
월세를 통한 공제 대상자는 11만3000명에서 13만7000명으로 늘어나고, 전체 조세감면 규모도 82억원에서 387억원으로 증가한다. 1인당 감면액도 7만2000원에서 28만2000원으로 4배 가량 늘어난다. 연말정산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화끈한 세금 감면 혜택이다.
2010년에는 무주택 직장인 1만여명이 월세 소득공제로 1인당 2만8000원 정도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았다. 그동안 대상자 기준과 공제율을 꾸준히 올리면서 4년 만에 세금 감면액이 10배로 늘어난 셈이다.

아무리 월세라도 직장인의 연봉 수준이 높아진 만큼, '부자 증세'의 불씨도 안고 있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총급여 5000만원은 상위 21%, 기존 총급여 5000만원은 상위 11% 수준이다. 즉 소득이 상위 10~20% 수준인 직장인들이 혜택을 누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월세 세액공제 법안은 국회에서도 별다른 잡음 없이 통과됐고, 이례적으로 내년 시행이 아니라 올해 지출한 월세부터 소급 적용토록 했다. 월세 세액공제를 이용한 상위 10% 직장인의 감세 효과는 내년 초 연말정산부터 바로 나타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