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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 세금]① 본전 못 찾고 '한숨만'

  • 2014.09.05(금) 11:40

전속계약금 과세불복 100% 패배…기타소득은 '신기루'
해외진출 선수 '명암'…일본 가면 거주자, 미국은 비거주자

톱스타들의 '탈세' 바이러스가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습니다. 최근 영화배우 송혜교 씨가 수십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나 곤욕을 치른 데 이어, 한류스타 장근석 씨도 역외탈세 혐의가 포착돼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는다고 합니다.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은 정해진 법에 따라 세금을 내는 게 억울한 모양입니다. 일부 톱스타들은 국세청의 과세 처분에 불만을 품고 세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들의 욕심이 지나쳤던 것일까요. 아니면 무능한 세무대리인 탓인지, 세법이 잘못된 것인지도 궁금해집니다. 톱스타의 세금 문제가 매번 '새드엔딩(Sad ending)'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자세하게 살펴보시죠. [편집자]

 

 

톱스타의 발목을 잡는 세금 이슈는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국내외 활동에서 번 소득을 감추거나 비용을 부풀리는 '소득세 탈루'는 가장 널리 활용하는 고전적 수법인데, 자영업자가 탈세하는 방식과 흡사합니다.

 

2000년대에는 '전속계약금'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처음에는 전속계약금을 기타소득(필요경비 80% 인정)으로 신고했다가 뒤늦게 국세청으로부터 사업소득 판정을 받고 거액의 세금을 납부합니다.

 

해외로 진출한 스포츠 스타들은 국내 과세당국에 세금을 내지 않다가 덜미를 잡히곤 합니다. 국내 체류기간이 짧다는 점을 이용해 '비거주자'로 인정받으려고 했지만, 국세청은 호락호락하게 세금을 눈감아주지 않았습니다.

 

◇ 서태지와 이운재의 '전속계약금'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유명 연예인들은 광고주나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맺으면서 거액을 손에 쥐게 되는데요. 이 전속계약금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세금이 크게 달라집니다. 원래 전속계약금은 세법상 기타소득에 규정돼 있었지만, 국세청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에게 사업소득이라는 잣대를 적용했습니다.

 

만약 10억원의 전속계약금을 받았다면 기타소득으로는 8억원(80%)을 필요경비로 인정한 후, 나머지 2억원에 대해 20%의 세율로 4000만원 정도만 소득세를 내면 됩니다. 반면 사업소득으로 본다면 최대 38%의 종합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기준경비율을 감안해도 억대 세금을 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연예인은 전속계약금을 본연의 소득이 아닌 '부수입'의 개념(기타소득)이라고 주장하지만, 국세청은 사업소득으로 정당하게 세금을 내라는 입장입니다.

 

전속계약금에 대한 해석을 놓고 국세청과 대립한 연예인 중 대표적 인물은 '문화대통령' 서태지였습니다. 1997년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20억원의 전속계약금 중 15억원을 기타소득으로 신고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고, 1억5000여만원의 사업소득 세금을 더 냈습니다. 이미 가수활동을 중단한 상태에서 전속계약금을 한번 받은 것은 일시적인 기타소득이라고 항변했지만, 국세청의 논리를 뒤집지는 못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거미손' 이운재 선수도 전속계약금 세금은 막지 못했습니다. 2003년 나이키스포츠코리아와 전속광고 계약을 맺은 대가를 기타소득으로 신고했지만, 국세청은 사업소득이라고 판단해 1억여원의 세금을 추징했습니다. 세금부과 처분이 억울하다며 국세심판원(현 조세심판원)에 낸 심판청구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후에도 프로야구 마해영·양준혁 선수가 각각 KIA타이거즈·삼성라이온즈와 장기 계약을 맺으면서 받은 전속계약금을 기타소득으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가수 중에는 3인조 힙합그룹 에픽하이가 2006년 소속사에서 받은 전속계약금을 기타소득으로 신고했다가 감사원 지적으로 뒤늦게 세금을 내기도 했습니다.

 

전속계약금을 둘러싼 논란은 정부의 책임도 있었습니다. 국세청과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가 전속계약금에 대해 들쭉날쭉한 해석으로 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2008년부터 전속계약금을 기타소득 항목에서 삭제하고, 사업소득으로 확실하게 규정하는 법이 만들어지면서 스타들의 불만도 잠잠해진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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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근호는 '거주자', 최희섭은 '비거주자'

 

해외에서 활동하는 프로선수들은 일단 '비거주자'가 되면 현지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국내 과세당국에 신고하지 않아도 됩니다. 현지 과세당국에서 납세 의무가 종결되기 때문에 굳이 국내에서 세금을 낼 필요가 없는 셈이죠.

 

비거주자의 규정을 악용해 세금을 피하는 '검은머리 외국인'도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이 때문에 국세청은 비거주자 요건을 철저하게 체크하고 있습니다. 비거주자는 1년 이상 해외에 거주하는 직업을 갖고, 국내에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도 없어야 합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첫골의 주인공인 이근호 선수는 아쉽게도 비거주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 J리그에서 받은 연봉을 국내에 신고하지 않았다가 지난해 국세청으로부터 과세 통보를 받았는데요. 연봉의 대부분을 국내로 송금했고, 병역 미필 상태로 국내에서 복무할 예정이었다는 점이 '비거주자'로 인정받지 못한 이유였습니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한 이승엽 선수도 뒤늦게 비거주자였다고 주장했지만, 국세청과 조세심판원은 '국민타자'를 거주자로 결론 내렸습니다. 관련기사☞ [Inside Story] '국민타자'의 세금 소송

 

반면 미국에서 활동한 선수들은 손쉽게 '비거주자' 타이틀을 얻어냈는데요. 1999년 미국 프로야구로 진출한 '빅초이' 최희섭 선수는 명백히 1년 이상 해외에 거주할 직업을 가졌다는 심판 결정을 이끌어냈습니다. 비슷한 시기 미국 프로골프에서 매운 맛을 보여준 '슈퍼땅콩' 김미현 선수도 비거주자 판정을 받아 세금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내년부턴 비거주자가 되기도 힘들어질 전망입니다. 지난 달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는 거주자 요건을 2년 중 1년 이상에서 6개월(183일) 이상으로 줄였는데요. 앞으로 해외 진출하는 프로선수들은 비시즌 기간에 국내 체류 일수를 반드시 세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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