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인공지능(AI)으로 구현된 '국세청 출신 세무사' 캐릭터가 한 유튜브 방송에서 "가족끼리 50 원만 보내도 세무조사 대상이 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국세청은 사실이 아니라며 서둘러 해명했지만, 대중은 가족 간 소액 거래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검증되지 않은 세무 관련 영상은 지금도 유튜브에서 범람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세청에 딱 걸리는 7가지 행동'이라는 쇼츠(짧은 동영상)가 퍼지며 사실 여부를 놓고 혼란을 키우고 있다. 영상에는 별다른 제도 설명은 없지만, '딱 걸린다 = 세무조사'라는 식의 공포 메시지를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다. 이 행동들이 실제로 세무조사로 이어지는지 국세청에 직접 확인해 봤다.

①'현금 1000만원 이상 입금은 자동보고 대상'이라는 건 사실이다. 개인의 금융거래 정보는 사생활 영역이지만, 국세청은 탈세 차단이라는 명분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이는 2013년부터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정보를 징세 행정에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면서다.
현재 '동일인의 명의로 1거래일 동안 1000만원 이상의 현금이 입금·출금(고액현금거래·CTR)'됐을 때 이 사실이 국세청에 넘어간다. CTR을 도입(2006년)할 당시 보고 기준금액은 5000만원이었다.
고액의 현금거래가 있었고, 세무상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면 세무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국세청이 FIU 정보를 이용한 세무조사 실적은 2024년 기준 1만2181건으로, 2조원(1조9267억원) 가량을 추징했다.
그렇다고 CTR 정보가 세무조사 착수의 첫 단추가 되는 건 아니다. FIU가 '조세 탈루 혐의를 확인한 조사 업무에 필요하다고 인정됐을 때'만 국세청에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세무조사는 계좌정보로 시작되는 게 아니라 탈루 혐의가 명백하게 포착된 후에야 계좌정보가 보조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의미다.
②'500만원씩 나눠 입금하면 더 의심받는다'라는 주장은 어떨까. 이에 대해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CTR 제도를 피하려고 쪼개기 하는 걸 겨냥한 표현으로 해석된다.
국세청은 이를 의심 개념으로 보지도 않는다. CTR은 단건이 아니라 '1일 누적 1000만원 이상' 기준으로, 500만원씩 쪼개서 넣어도 똑같이 보고되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쪼개기 자체는 조사사유가 아니다"라며 "중요한 건 돈의 출처를 설명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③'고가 차량을 현금으로 사면 소명해야 한다'는 점은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고가 차량은 대부분 리스나 금융거래로 취득해 거래 흐름이 명확하게 확인된다"며 "차량 현금 구입에 대한 소명은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자금출처조사가 들어간다면 부동산뿐만 아니라 차량을 포함한 전반적인 취득 재산을 함께 살펴본다는 점에서, 유튜브 영상이 이를 과장해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④'부동산 계약금 현금 지급도 안심하면 안 된다'도 본질을 파악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국세청 내부에서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영상에 등장하는 7가지 유형이 대부분 증여에 맞춰져 있어, 자금출처를 묻는 게 아니냐고 추론할 뿐이다.
이 경우라면, 주택을 살 때 자금이 어디서 났는지 출처를 밝힐 의무가 생긴다. 규제 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이라면 거래가격과 상관없이, 비규제 지역에서는 6억원을 넘는 집을 사면 자금조달계획서를 관할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허위·부실하게 쓰다 적발되면 증여 행위가 있는 것으로 의심받아 세무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증여추정 배제 범위에 있는 증여 행위라면, 행정력의 한계로 사실상 리스크가 없다는 시각이 짙다. 국세청에서도 자금출처조사 주 타깃을 고가주택(30억원 이상), 재건축·재개발, 연소자 등으로 삼고 있다. [관련기사: 얼마짜리 집 사면 '자금출처' 밝혀야 할까요?]

⑤'가족·지인 통장으로 돈 돌리기를 의심한다'는 부분도 증여추정을 언급한 내용으로 볼 수 있다. 실제 국세청이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할 때 주로 문제 삼는 것도 가족 간 증빙 없이 빌린 돈이다. 바꿔 말해, 차용 사실을 명확히 입증한다면 세무조사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⑥"카드 결제 피하고 현금만 쓰는 행동은 탈루 신호다" 이런 주장도 과장된 면이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개인의 현금 소비는 의심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사업자가 카드 결제를 회피하며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경우에는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규정 위반으로 탈루 혐의를 받을 수 있다.
⑦'소득보다 큰 현금을 지출하는 행동'은 세무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사회초년생이 10억원대 주택이나 고액 자산을 취득했다면, 이를 온전히 본인 소득만으로 마련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국세청은 자금출처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입증되지 않은 자금이 취득가액의 일정 비율(20% 또는 2억원 이하)보다 크다면, 부모 등 가족으로부터 증여받았다고 보고 과세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단순히 현금을 썼다는 사실보다, 소득·재산 수준과 비교해 과도한 지출이 있을 때 조사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국세청 관계자는 "정상적 근로소득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거액 지출은 대부분 증여·탈루·불법자금 중 하나라 조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