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자·내국법인 1432명, 이들이 해외에 보유한 가상자산의 가치는 130조8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부터 해외금융계좌 신고 대상에 가상자산이 포함되면서, 신고 의무자의 신고로 드러난 규모였다. 한국의 국세청이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를 속속히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신고 의무를 모두 짊어졌다고 보기는 힘들 수도.
이렇듯 해외에 보유한 가상자산의 경우에는 거래 내역 등 과세자료 확보가 어려운 구조인데, 이 대상자만 콕 짚어 신고안내문을 보낼 수 있는 걸까.
거래 내역 알기 힘든 가상자산, 신고 독려는 어떻게?
세목 신고의 독려든 복지행정의 누락이 없게끔, 국세청은 대상자들에게 안내문을 보낸다. 내달 신고를 앞둔 해외금융계좌(5억원 초과) 제도 관련해서도 대상자들에게 사전 안내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조치가 영향을 줬는지, 지난해 신고인원은 제도 시행 첫해인 2011년과 비교해 무려 932%(4894명)나 늘었다.
국세청의 감시망이 촘촘해지고 있는 부분도 한몫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2년 현재 한국은 113개국과 금융정보 자동교환을, 156개국과는 세무조사에 필요한 조세 정보를 수시로 요청할 수 있는 상태다.
그렇다고 해외에 보유한 금융자산 내역을 일일이 들여다볼 수 있다고도 할 순 없다. 하물며 가상자산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한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 체계(CARF)에 참여하고 있지만, 가입국 간 정보교환은 2027년부터다. 이런 상황에서 가상자산만 보유한 신고 의무자들에게 사전 안내가 가능하긴 한 걸까.
신고대상인 해외가상자산계좌를 보유했더라도 신고제도를 제대로 몰라 의무를 어긴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의도했든 아니든. 국세청은 납세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국내 투자자가 많이 이용하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와 협의해 해외가상자산계좌 보유자에 대한 개별안내를 하고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 보유자를 모두 콕 짚어 안내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해외금융 자산이 현금으로 계속 머물러 있지 않고 가상자산을 취득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이런 부분을 고려해 해외금융 자산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안내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가상자산 과세자료가 명확하다, 그러면 신고를 받을 필요도 없지 않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신고 안 해도 괜찮다?…'뭘 모르는 소리'
사실 신고든 신청이든, 국세청 관계자의 말처럼 정확한 자료를 갖고 있다면 굳이 안내하면서까지 행정력을 낭비할 이유는 없다. 안내문을 보내는 건 나중에 세무조사 적발 가능성을 고려해서 성실하게 납세를 해달라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안내문을 받지 않았더라도 신고 의무 회피를 용인했단 게 아니라는 소리다.
국세청 관계자는 "(미신고) 적발 가능성이 낮지 않고 높다"며 "국가 간 정보교환이 있어서 미신고 단초를 얻을 수도 있고, 가상자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실제 신고검증과 세무조사로 적지 않은 신고 의무 위반자를 적발하고 있다. 2011년부터 2022년까지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하지 않은 인원은 637명으로, 이들에겐 2157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신고 기한 내에 신고하지 않거나 과소 신고했을 땐, 그 미(과소) 신고 금액의 10~20%에 상당하는 과태료를 매긴다.
미(과소)신고 금액이 50억원을 초과했다면 형사처벌(2년 이하의 징역)을 받을 수 있다. 국세청은 같은 기간 해외금융계좌 신고 의무 위반 혐의로 75명을 형사고발하고, 7명의 인적 사항을 공개한 바 있다. 중요한 자료를 제보했다면 최고 20억원까지 포상금을 받을 수 있어, 매의 눈을 부릅뜨고 있는 일명 세파라치가 있단 점도 적발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해외계좌 신고액 70%는 코인이었다
한 해 기준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해외 금융계좌 잔액 합계액이 매달 말일 중 어느 하루라도 5억원을 넘겼다면 관련 계좌정보를 국세청에 신고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 신고 기한은 매년 6월 한 달간이다. 국세청은 이후 신고 대상 계좌에 대한 검증을 거쳐 그해 9월쯤 결과치를 내놓는다.
지난해 9월 공개된 자료를 보면 해외금융계좌 신고인원은 5419명, 신고 금액은 186조4000억원이었다. 신고인원·금액 모두 최대 실적치였는데, 신고 대상 계좌에 가상자산이 포함되면서다. 가상자산 부분만 따로 떼어내면, 전체 신고 금액의 70%를 차지한다. 해외 가상자산계좌를 신고한 개인은 30대(40.2%)의 비중이 가장 높았고, 신고 금액 역시 30대(64.9%)가 대부분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