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주식계좌를 보유하고 있거나 가상자산에 투자한 자산가와 법인이라면 6월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달이다. 2023년 기준 해외 금융계좌 잔액 합계액이 매달 말일 중 어느 하루라도 5억원을 초과했다면, 관련 계좌정보를 7월 1일까지 국세청에 신고해야 한다.
이런 의무를 어겼다가 적발되면 미신고 또는 과소 신고금액의 10~20%에 상당하는 과태료 폭탄을 맞는다. 과태료 처분에 그치지 않고, 더 큰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다. 사안에 따라 자금출처 조사대상자로 선정되어, 국세청이 상속·증여세의 신고 누락 여부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기업이라면 해당 법인까지 세무 검증대에 오른다.
그렇다면 국세청은 해외금융계좌 신고 대상인 가상자산 보유자를 어떻게 선별해서 안내하고, 납세자가 신고하지 않을 경우 발각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또, 기업이 가상자산에 투자했다면 세무·회계 측면에서의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출신들로 구성된 세무법인 대륙아주의 강승윤 대표세무사를 만나, 가상자산 보유자를 중심으로 해외금융계좌 신고와 관련해 유의할 점을 들어봤다.
해외금융계좌 합계 5억원 넘었다면
- 해외에 가상자산을 투자한 사람들 가운데 6월에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해야 하는 대상자는
해외금융계좌 신고 대상은 2023년 해외금융회사에 가상자산을 포함한 예금 적금,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을 합해 5억원을 초과 보유한 경우에 해당한다. 5억원을 넘게 보유했는지 여부는 매월 말일을 기준으로 삼게 된다. 따라서 2023년 매월 말일 중 어느 하루라도 5억원을 초과한 경우에 신고대상자가 된다. 신고 방법은 해외금융계좌 신고서를 작성해서 가까운 세무서에 접수하거나, 홈택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 가상자산이나 해외금융계좌 문제로 찾아오는 고객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있나.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어떤 부분을 체크해야 절세가 될 수 있는지 알려달라
매월 말 잔액이 한 번이라도 5억원을 초과하면 신고 대상이지만, 많은 고객들은 연말 잔액을 기준으로 신고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가상자산이 해외금융계좌 신고 대상에 포함되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바이낸스 등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 계좌를 가지고 있다면 매월 말일 기준으로 한국 돈으로 환산을 해봐야 하며, 다른 해외금융계좌와 합산해서 5억원을 초과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일부 자산가들은 매월 말일에 5억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고 있다.
해외금융계좌 신고를 누락하면, 국세청은 다른 소득도 누락했는지, 가족들도 신고를 제대로 했는지 체크할 가능성이 높고,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관련 기업까지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신고대상자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기한 내에 신고를 하는 것이 최상의 절세방안이다.
국세청의 감시망 촘촘해졌다
- 국세청은 가상자산 안내 대상자를 어떤 방식으로 선정할까
첫 번째로 지난해 해외금융계좌 신고를 하면서 가상자산을 포함했다면 올해에도 안내 대상자에 포함되게 된다. 둘째로 국내에서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 돈을 보내거나 받았는지를 파악할 것이다. 외환거래 자료가 일정 금액 이상인 자도 안내 대상자에 선정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업비트나 빗썸 등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자료를 확보했을 수 있다. 내년부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분기마다 가상자산 거래 내역을 국세청에 제출하도록 의무화됐다.
그래서, 트래블룰(자금이동 추적시스템)에 의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바이낸스와 같은 해외 거래소로 코인을 전송하거나 받는 실명 확인 자료도 사전에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일정 금액 이상 해외 거래소와 코인을 이전하는 자를 선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국세청은 미신고한 가상자산 보유자를 어떻게 찾아낼까
국세청은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을 근거로 분기마다 가상자산 거래내역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해외금융계좌 신고를 누락한 혐의자가 있는지 분석할 것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자료·외환거래 자료·탈세 제보·세무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 등을 전산으로 정리하고, 납세자가 신고한 내역과 비교 분석할 것이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도입 검토 중인 가상자산 정보교환 보고 규정(CARF)이 시행되면 해외에 보유한 가상자산의 미신고 및 역외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 신고를 안했는데, 발각될 리스크가 있을까
국세청은 수집한 모든 자료를 분석하여 무신고 또는 과소신고한 혐의자를 선별할 것이다.
개인투자자와 같은 비사업자에게는 우선 해명자료제출 안내 등을 통해 소명을 받고 무신고한 것으로 확인되면 10∼20%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사안에 따라 자금출처 조사대상자로 선정해서, 상속증여세를 누락했는지 체크할 수 있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우에는 개인 또는 법인을 함께 조사대상자로 선정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기업자금을 유출해서 가상자산을 구입했는지 검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국세청에서 세무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법인이 해외법인에게 무역대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꾸며 가상자산을 송금한 후 해외에서 이를 매각하거나 사주의 자녀가 유학자금으로 사용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으로 가상자산사업자가 고액의 가상자산 거래나 이상 거래에 대해서는 FIU에 의심 거래로 보고하기 때문에, 해외에 고액의 가상자산을 보내거나 받는 경우도 국세청에 통보될 가능성이 높다.
'가상자산 투자' 기업이 꼭 확인해야 할 부분은
- 가상자산발행사업자는 어떤 리스크가 있을까
첫째, 국세청은 가상자산발행사업자의 임직원이나 주주 명의로 해외에 가상자산을 은닉한 정황이 있는지 유심히 체크할 것이다.
그동안 세무조사 과정에서 내국법인이 해외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가상자산을 발행하고 해외에 그 발행이익을 귀속시킨 경우가 있었다. 해외에 가상자산 발행업체 임직원 또는 해외법인 명의로 가상자산을 은닉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발행업체의 임직원과 주주들의 외환거래에 국세청이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둘째, 가상자산을 신규 발행했을 때 신규 가상자산을 인수한 주체가 국내 발행업체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도 유심히 들여다볼 수 있다. 가상자산을 인수한 투자자가 내국인 또는 내국인과 특수관계인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 외에도 가상자산 발행은 가상자산의 성격과 특성에 따라 사전 판매 수익 인식, 선수수익 반영, 노드(GP) 보상, 개발 보상 지급 원천징수 등 다양한 세무상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 기업이 가상자산에 투자한 경우가 있는데, 세무·회계 측면에서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법인이 가상자산으로 순자산이 증가했다면 소득 구분과 관계없이 과세대상이다. 국세청은 가상자산을 보유한 법인에 대해 가상자산의 거래 내역 등 변동 사항을 유심히 관찰할 것이다. 특히 회사 임직원이나 관계사와 거래를 할 경우는 거래 가액이 적정한지 반드시 체크할 것이다. 거래일의 최종 시세가액 등 합리적으로 인정되는 시가로 거래해야 세무 리스크가 없다.
현재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소 입출금이 제한되어 있어서, 국내거래소에 법인 명의로 가상자산 거래는 미미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법인자금을 유출해서 임직원 명의로 거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 7월부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는데 조언할 사항은
가족 간에 상속 증여를 염두에 두고, 특정한 가상자산을 동시에 매수하거나 매도할 때 처벌받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제10조에서 가상자산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위반시에는 1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기가 매도하는 시기에 같은 가격으로 타인이 가상자산을 매수할 것을 사전에 서로 짜고 매매하는 경우가 위반 사례에 해당한다. 따라서, 가상자산을 불공정 거래에 대한 법적 감시체계가 촘촘해지는 만큼 임직원 등 특수관계 있는 거래에 대해서는 보다 깊은 주의가 요구된다.
- 가상자산과 관련해 세무법인 대륙아주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여러 곳의 가상자산 발행업체에 대한 세무조사 대응을 수행했다. 앞으로도 가상자산 발행업체뿐만 아니라 상속·증여, 가상자산 자금출처 등에 대한 세무조사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대한 노하우도 어느 정도 쌓여 있다. 그리고 내년부터 가상자산 거래 관련 소득세 과세에 대비하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쉽게 가상자산 소득을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마이코인택스'라는 브랜드로 가상자산 소득 신고 앱을 개발하는 회사와 강력하게 협업할 예정이다.
☞강승윤 세무사는?
국립세무대학(5기) 출신으로 공직 시절에 반포세무서장·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3과장 등을 지냈다. 국세청 본청 조사국에서 탈세 혐의자를 선별하고 조사대상자를 선정하는 업무를 많이 해왔고, 현장에서는 주로 서울청 조사 1·4국에서 근무했다. 공직 시절에는 직원들로부터 "동료직원과 상하간에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세무법인 대륙아주를 설립해 대표세무사를 맡고 있으며, 지난 3월 중소기업중앙회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