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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반가운 '자장면 3000원', 그런데 현금가라고요?

  • 2024.04.19(금) 17:00

대놓고 카드가와 다르게 영업할 수 있는 이유

블랙데이 자장면 3000원

지난 주말에는 블랙데이(4월 14일)를 맞아 자장면을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이벤트를 한 중국집이 많았습니다. '자장면 3000원'을 크게 붙여놓은 중국집도 몇몇 보였죠.

그런데 자세히 보면 작은 글씨로 '현금가'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만큼,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 등을 내기는 부담스럽다는 의미겠죠. 다른 의미에서는 부가가치세 10%를 내지 않겠다는 탈세의 의미로도 해석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현금으로 내면 가격을 할인해 주는 것이 달콤한 유혹일 수는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찜찜하긴 합니다. 일부 식당에서는 '현금가'와 '카드가'를 아예 다르게 적어놓고 있죠.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결제 수단에 따라 가격을 달리 적용하거나,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식당들이 아주 당당하게 현금가와 카드가를 적어놓는 것을 보고, 왜 국세청은 가만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논란이 된 서울 광장시장이나 명동 노점상 등의 신용카드 결제 거부도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왜 개선이 되지 않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지방의 한 중국집의 메뉴판. 전통시장 내 있는 이 중국집은 해당 지역에서 맛집으로 소문났지만 현금가와 카드가를 다르게 적어놓은 메뉴판으로 영업하고 있다. [출처: 해당 업체가 올려놓은 네이버 플레이스 캡처]

신용카드 결제 거부, 신고 가능하다는데

사실 국세청과 여신금융협회는 신용카드 결제 거부에 대한 신고를 받고 있습니다.

국세청은 소비자가 신용카드 결제를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현금으로 받았거나, 신용카드로 결제하면서 카드 수수료나 부가가치세 명목으로 돈을 더 받은 경우에 신고를 받고 있습니다. 

유의해야 할 점은 거래가 발생한 지 1개월 이내에 국세청에 신고해야 하는 것과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신고가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또 신고할 때 거래증명서류를 첨부해야 하는 것인데요. 현금을 계좌이체했다면 그 서류나, 현금을 냈다면 소득공제가 되지 않는 일반영수증을 받아 신고하면 됩니다.

현금만 요구하는 사업자가 불쾌함을 느껴 아예 물건을 사지 않았다거나, 현금을 주고 영수증 등 아무런 증명서류를 받지 못했다면 나중에 신고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것입니다.

신고 방법은 홈택스에서 '현금영수증·신용카드 발급 거부 신고'를 클릭해 신고하거나, 세무서에 직접 서면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신고하면 포상금도 지급되는데요. 관할세무서에서 사실 확인이 되면 신용카드 결제거부 금액이 5000원 이상 5만원 이하인 경우는 건당 1만원의 포상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5만원 초과 250만원 이하의 경우 거부 금액의 20%, 거부한 결제 금액이 250만원을 초과하면 건당 50만원의 포상금을 받습니다.

결제를 거부한 사업자는 1차에서는 경고, 2차에서는 결제 거부 해당금액의 5%에 대해 가산세가 부과됩니다. 그럼에도 또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한다면 5% 가산세와 과태료 20%가 부과됩니다.

만약 현금 거래 증빙서류가 없다거나, 현금을 요구하는 사업자에 불쾌해 아예 거래하지 않았다면 국세청이 아닌, 여신금융협회에 신고하면 됩니다. 여신금융협회에서도 '거래거절 부당대우 가맹점 신고'를 받고 있는데, 여신금융협회 소비자지원센터 홈페이지에 신고하거나 유선전화(02-2011-0700)로 신고할 수 있습니다.

협회에 신고할 때는 신고자의 인적사항과 카드사명, 가맹점 정보(상호, 주소, 전화번호, 사업자번호 등)와 이용날짜와 이용금액, 결제유무, 주요내용 등을 신고하면 됩니다. 결제를 아예 하지 않았다면 소지한 카드의 카드사 중 하나를 골라 신고하면 됩니다.

다만 가맹점 수수료 전가 등 신용카드 부당대우와 신용카드 거래거절은 사업자에 대한 제재 수위가 다릅니다. 수수료 전가 등 부당대우의 경우 1회 신고가 들어오면 경고, 2회는 1개월 거래정지, 3회는 2개월 거래정지, 4회는 모든 카드사 계약해지가 됩니다.

신용카드 거래 거절의 경우 1회는 경고, 2회는 계약해지 예고, 3회는 모든 카드사가 계약해지를 해 신용카드 거래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듭니다.

신고제도 있는데, 근절 안 되는 이유는?

제도는 이렇듯 완벽하게 갖춰져 있음에도, 현금가와 카드가를 다르게 적어놓거나 신용카드 결제를 당당하게 거부하는 상인들은 왜 그러는 것일까요?

우선 국세청의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국세청은 선제적으로 시장 등 현장에 나가 단속을 하기 보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확인을 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국세공무원이 현장에 나가 상인들에게 신용카드 결제 거부는 불법이라고 말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국세청에서 제재를 하더라도, 영세상인들 입장에서는 타격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 떡볶이 등 분식을 먹고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했다고 하더라도, 1만~2만원 수준인데다, 여기에 나오는 가산세라봤자 5%인 500~1000원입니다. 과태료는 결제 거부 금액의 20%이기 때문에 몇 천원 정도 내는 것이 다입니다.

사실 여신금융전문업법 제19조 제1항 가맹점 거래거절 및 부당대우 금지와 제4항 가맹점 수수료 부담전가 금지 등의 조항을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렇다고 국세청이 선제 대응하겠다며 전통시장이나 식당 등에 대대적으로 단속을 나가면 가뜩이나 올라버린 물가에 원재료 부담이 큰 영세상인들을 옥죈다는 비판을 받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서울 명동 거리의 한 노점상. [사진: 택스워치]

다만 외국인 관광객 바가지 등으로 논란이 일었던 명동 노점상의 경우 중부세무서에서 서울 중구청과 협의해 신용카드 결제를 할 수 있도록 상인들에게 사업자등록증을 발급해 주고 있습니다. 광장시장 등 바가지 요금이나 신용카드 결제 거부로 논란이 됐던 곳은 관할세무서가 자체적으로 계도를 위해 현장에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일부 사례입니다. 대부분의 세무서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신용카드 결제 거부 신고가 들어온 것을 처리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입니다.

너무나 올라버린 물가에 막다른 골목까지 몰린 상인들이 "남는 것이 없다"며 당당하게 현금가와 카드가를 다르게 영업하는 태도와 국세청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이 겹치며 이런 사태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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