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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병래 위원장 "ESG, 회계업계 재탄생 계기될 것"

  • 2021.05.11(화) 11:17

[ESG워치] 공인회계사, ESG 인증에 특장점
ESG 전문가 양성과정, 하반기 개설 예정
공시부담 증대..잘하는 기업에 인센티브 줘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로 기업만 바쁜게 아니다. 기업보다 한발 앞서, 보다 치밀하게 준비하느라 바쁜 곳들이 있다. 회계업계가 대표적이다. 대기업을 주고객으로 하는 로펌과 컨설팅펌 등이 앞다퉈 ESG 이름을 달고 조직을 꾸렸다.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공인회계사회(KICPA)도 발벗고 나섰다. 지난 3월말 ESG 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업계와 학계 등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 15명을 위원으로 모셨다.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병래 상근부회장은 "국제적으로도 회계분야에서 ESG가 화두가 되면서 ‘회계업계의 재탄생’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며 "회계사들의 주된 업무분야가 재무부문뿐만 아니라 이를 벗어나 비재무 분야에서도 크게 기여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서울 충정로 한국공인회계사회 빌딩에서 이병래 ESG위원장을 만나 회계업계가 바라보는 ESG 이슈에 대해 들어봤다. 

이병래 ESG위원장/사진제공=한국공인회계사회

- 우선 위원회 발족 취지와 조직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국내외적으로 ESG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면서 ESG 관련한 자문, 평가, 인증 등의 분야에서 회계업계의 역할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지원하고, 업계 역량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공인회계사회내에 ESG위원회를 만들게 됐습니다. 위원회는 ESG와 관련한 업계 현안을 검토해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자문도 해줄 계획입니다. 위원들은 회계법인과 기업, 학계, 투자자, 평가기관, 기준제정기구 등 ESG와 관련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명단은 표 참고)돼 있습니다. 

- ESG 분야가 광범위한데요. 위원회가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지요?

▲ ESG 관련 인증분야입니다. 정부가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시장이나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이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느냐 여부가 아주 중요합니다. ESG 인증은 기업에서 발행하는 지속가능보고서 등이 기준에 맞게 작성됐는지를 독립적인 제3자로부터 검증받는 걸 말합니다. 감사인이 작성한 감사보고서를 통해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확보하듯 지속가능보고서도 적합한 검증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공인회계사들이 기업 경영이나 재무 부문에서 밀접하게 일을 해왔기 때문에 감사 전문가로서 ESG 정보 인증에서 특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걸로 생각합니다. 현재 위원회 차원에서 ESG 인증제도에 대한 연구와 인증기준 개발을 진행중에 있습니다. 

- ESG 전문인력 부족에 대한 지적도 나오는데, 위원회가 전문가 양성에도 관심이 많아 보이던데요

▲ 하반기에 회계사와 회계법인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ESG 전문가 양성과정을 개설할 예정입니다. 현재 ESG 전문가 양성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진행중인데, 이달말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준비에 들어갈 생각입니다. 전문가 과정은 ESG 입문부터 정보보고 기준과 공시, 인증 등 단계별 과정으로 진행하고, 기업인들을 위해서는 '경영진을 위한 ESG 안내서'도 발간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안내서도 6월말쯤 나오는 걸로 일정을 잡고 있습니다. 

- ESG와 관련해 대형 로펌 등 업계의 적극적 대응도 눈에 띄는데요. 회계업계가 주목하는 ESG 이슈는 무엇인지요?

▲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지속가능 보고기준의 통일화 동향인 것 같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수백개의 지속가능 보고기준이 존재하는데, 이로 인해 일관성과 비교 가능성이 많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IFRS 재단이나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등에서 국제적으로 통일된 지속가능 보고기준을 제정하는 움직임이 있는 만큼 기업보고의 패러다임이 기존의 재무영역에서 비재무영역으로까지 확장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전세계적으로 회계사들의 역할이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ESG관련 업무는 회계업계가 그 동안 해왔던 업무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도 ESG가 회계분야에 화두가 되면서 ‘회계업계의 재탄생’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주로 재무분야에서 활동했던 회계사가 비재무 분야에서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예측들이 나옵니다. 특히 향후 회계업계가 ESG 보고의 신뢰성 확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병래 위원장(왼쪽)이 집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기업공시 등과 관련해서도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데요. 어떤 부분들이 달라지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 정부는 2025년부터 일정규모 이상 기업에 대해 ESG 정보공시를 의무화하고 2030년에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에 공시를 의무화한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기업들에게는 이미 의무화돼 있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도 2026년부터는 전 코스피 상장사에 공시를 의무화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SEC가 공시규정의 개정을 준비하고 있어서 기업의 기후정보 등에 대한 공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시다시피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기업들에 ESG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도 해외에 수출을 하고 해외로부터 투자를 받고자 한다면 새로운 공시규정의 적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전에는 재무제표만 잘 작성하고 감사의견을 받으면 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기업이 환경, 사회, 기업지배구조 등 비재무적인 요소들에 대해서도 잘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수출길이 막히고 투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 ESG 트렌드에 맞춰 이제 준비를 시작하려는 기업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 ESG는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로 바뀌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ESG를 급하게 보여주기 위한 단기 트렌드가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활동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경영현황에 대한 진단을 바탕으로 ESG 경영전략부터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국제적으로 통일된 지속가능 보고기준이 만들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각자의 상황에 맞는 보고기준을 선정해 비재무정보 공시를 준비해야 합니다.  

- 기업 실무자들이 참고할만한 자료나 기준이 있으면 소개를 좀 해주시죠 

▲ 작년 9월에 발표된 WEF-IBC(World Economic Forum-International Business Council)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매트릭스를 참고할 만 합니다. WEF-IBC의 매트릭스는 글로벌 빅4 회계법인인 Deloitte, EY, KPMG, PwC가 협업해서 만든 것인데 GRI, SASB, IIRC, TCFD 등 여러 대표적인 지속가능 보고기준에서 사용하는 지표들 중 공통적으로 사용되거나 중요한 것들을 발췌해 놓은 것입니다.  

따라서 WEF-IBC의 매트릭스는 기존의 보고 기준들보다 단순하면서도 이해관계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지표들을 담고 있는데요. 기업의 부담을 덜면서도 핵심적인 비재무정보를 보고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 같습니다. 공인회계사회에서 다음달 1일에 WEF-IBC의 매트릭스를 주제로 한 웨비나를 개최할 예정인데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 ESG와 관련해 정부 당국에 대해 바라는 바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요.

▲ 주주뿐 아니라 소비자, 투자자,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요구와 관련 정보들을 어떻게 공시할 것인지, 기업 공시가 ESG에서 핵심적인 사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자본시장에서 공시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ESG 정보 공시가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들에게는 공시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규제 측면보다는 잘 하는 기업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접근방식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담=조용만 기자, 좋은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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