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유튜브
  • 오디오클립
  • 검색

99%의 세율은 언제 적용되나

  • 2020.10.06(화) 08:42

[조무연 변호사의 세금보는 法]
법무법인 태평양 조세팀

25%, 42%, 50%. 이 숫자들은 현행법상 각 법인세, 개인종합소득세, 상속세(증여세)에 적용되는 최고 세율이다.

세율의 적정 여부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번 돈(또는 받은 돈)의 절반 가까이 세금을 내야 한다면, 무척이나 속이 쓰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50%가 넘는 세율이 적용되는 세금도 있을까? 정답부터 말하면 '있다'인데, 현실에서는 무려 90%의 세율이 적용되어 과세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 A의 사례에서 우리는 99% 세율을 확인 할 수 있었다. A는 개인사업자로서 사업소득의 일부를 가족인 B명의의 C은행 계좌로 지급받아 관리해 오다 세무조사를 통해 이 누락 소득이 발견됐다. 

과세당국인 D세무서장은 A의 사업소득에 대해 추가로 소득세를 물리는 것과 동시에 C은행에게 B명의 계좌에서 발생한 이자가 '비실명금융자산소득'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90%의 세율을 적용해 원천세를 납부하도록 했다. 

원천징수하는 소득세에는 지방소득세가 10%로 추가됨으로써 C은행은 위 이자에 대해 합계 99%의 원천세를 납부했다.

위와 같은 과세는 비교적 최근인 2018년 초경에 시작된 것인데, 이 시기에 새로운 세법이 시행된 것은 아니다. 1993년 도입된 금융실명제에 이어 1997년에 제정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에 근거한 것이다.

금융실명법 제5조는 '실명에 의하지 않고 거래한 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하여는 소득세의 원천징수세율을 100분의 90으로 하며, 소득세법 제14조 제2항에 따른 종합과세표준의 계산에는 이를 합산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D세무서장은 B명의의 은행계좌에서 발생한 이자는 '실명에 의하지 않고 거래한 금융자산에서 발생한 이자소득'에 해당해 90%의 원천징수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거래 명의자와 자금의 출연자가 다른 소위 차명계좌는 실명에 의하지 않고 거래한 계좌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차명계좌에서 발생한 이자 또는 배당소득에 대해 90%의 원천징수세율을 적용하고 은행에게 원천세를 과세한 것이 타당한지 여부가 문제된 사례에서 연이어 국가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서울행정법원 2020. 8. 21. 선고 2019구합54740 판결, 2020. 9. 15. 선고 2019구합54757 판결). 

다만, 각 판결의 이유는 사뭇 달랐다. 먼저 선고된 판결(서울행정법원 2019구합54740)은 은행의 차명계좌 확인이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다. 차명계좌에 예치된 금원도 실명에 의하지 않고 거래한 금융자산에 포함되지만, 금융실명제 하에서 거래 명의자의 주민등록표 등으로 실명을 확인한 은행들로서는 자금의 출연자와 거래 명의자가 다른 차명계좌라는 사실까지 확인할 수 없으므로 원천세를 부담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뒤이은 판결(서울행정법원 2019구합54757)은 차명계좌라고 하더라도 비실명금융자산으로 보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명에 의하지 않고 거래한 금융자산이란 금융거래계약 당사자의 주민등록표 등에 기재된 명의에 의하지 않고 거래한 금융자산을 의미하는데, 금융실명제 하에서는 '실명확인 절차를 거친' 계좌 명의자가 금융거래계약의 당사자이므로 차명계좌라고 하더라도 비실명금융자산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종래 대법원은 이와 관련 두가지 근거를 남겼다. 

'거래자의 실명'에 의한 금융거래라 함은 금융거래계약에 따라 금융기관에 대하여 금융자산 환급청구권을 갖는 계약상의 채권자인 거래자 자신의 실명에 의한 거래를 의미하는 것으로 비실명자산에는 타인의 실명에 의한 기존 금융자산도 포함된다(대법원 1998. 8. 21. 선고 98다12027)는 판결.

그리고 금융실명법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체결하고 그 실명확인 사실이 예금계약서 등에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자금의 출연자가 아닌 '거래의 명의자가 예금계약의 당사자'에 해당한다는 판결(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8다45828 전원합의체)이다. 

위 서울행정법원의 두번째 판결(2019구합54757)은 이러한 대법원 판결의 취지대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친 명의자가 금융거래의 당사자라는 전제에서, 자금의 출연자가 따로 있는 차명계좌라고 하더라도 거래 당사자인 명의자가 자신의 실명을 사용한 경우에는 금융실명법 제5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은행 등 금융기관이 고객을 상대로 계좌를 개설하면서 그 돈을 출처까지 확인하기는 매우 어렵다. 앞선 사례에서도 B가 계좌를 개설하여 A에게 제공하고 A가 그 계좌를 사용하여 계속적인 거래를 한 경우, 은행이 계좌를 개설한 B의 실명확인 절차에서 더 나아가 계좌 거래 이면의 자금 관계까지 조사할 권한은 없다.

행정법원의 두 판결도 그 판결 이유는 조금 다르지만 금융실명법 제5조의 적용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한 결론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위에서 언급한 서울행정법원의 2개 판결은 모두 항소됐고,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금융실명법 제5조의 구체적 적용범위가 심리될 것으로 보인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