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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본색]재능 선보인 승계의 기술

  • 2020.04.16(목) 10:00

<재능> ①
재능교육 사업기반으로 한 가족회사 ‘지렛대’
창업주 박성훈 장남 박종우 2세 체제 ‘코앞’

승계의 기술, 현란하다. 주력사를 사업기반으로 가족회사들을 키웠다. 이를 지렛대 삼아  대물림 기반까지 닦았다. 방식도 방식이지만 수적으로도 5개사가 직접 연계됐을만큼 압도적이다. ‘학습지 빅4’ 재능그룹 얘기다.

박성훈 재능그룹 회장(오른쪽). 박종우 재능교육 대표이사 사장.

1990년대 학습지시장 돌풍

재능은 1977년 5월 박성훈(76) 회장이 창업한 무역회사 ‘신영상역’(현 재능교육)에서 출발한다. 학습지 시장에 뛰어든 것은 박 회장이 ‘스스로 학습법’을 개발하면서다. 1981년 11월 출시한 스스로수학을 시작으로 스스로 시리즈가 빅히트를 치며 성장 기반을 잡았다.

돌풍이었다. 1980년대 중반 1만명 하던 회원수가 1991년 10만명을 넘어섰다. 1990년대 말에는 80만명을 돌파했다. 기세등등했다. 업계 2위로 격상한 게 이 무렵이다. 

성공은 계열 확장을 수반했다. 재능유통, 재능인쇄, 재능출판(현 재능이(e)아카데미), 재능윌슨러닝(현 재능셀프러닝)이 1990년대에 만들어진 현존하는 계열사들이다. 1998년 3월에는 두산의 ‘DSN’을 인수, 방송사업(현 재능방송)에도 진출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폭풍질주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재능그룹에 급제동이 걸린 것은 2007년 말이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와중 학습지 교사들이 속한 노동조합의 농성이 장기간 이어지며 성장 궤도를 이탈했다. 현재 교원(구몬․빨간펜), 대교(눈높이), 웅진씽크빅에 이어 4위 위상에 머물고 있는 배경이다.

계열사는 재능홀딩스, 재능교육 등 7개사다. 재능스스로방문학습 등 교육출판을 주력으로 방송, IT, 인쇄, 유통, 임대 분야에 걸쳐 있다. 해외에는 미국, 중국, 홍콩, 호주, 뉴질랜드에 5개 지사를 두고 있다. 재단법인 재능문화, 인천재능대·재능고 등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재능학원도 소유 중이다.

‘황태자’ 32살에 시작된 경영승계

재능은 2세 체제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황태자’는 박종우(48) 재능교육 대표이사 사장이다. 박 창업주와 부인 안순모(72) 재능문화센터 관장의 1남2녀 중 장남이다.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마케팅학을 전공했다. 재능교육 스스로교육연구소에 입사, 경영수업에 들어갔다. 주력사 재능교육을 비롯해 계열사 이사진에 죄다 이름을 올린 것도 이 즈음인 2004년 3월이다. 32살 때다.

창업주는 일찌감치 아들을 후계자로 낙점했고, 짧은 기간 속도감 있게 경영 단계를 밟게 했다. 재능교육 부사장, 재능그룹 COO(최고운영책임자) 등을 거쳐 재능교육 대표이사 자리를 꿰찬 게 10년 뒤인 2014년 4월이다. 박 회장이 고희(古稀)를 맞았던 해로, 재능을 창업한 지는 36년만이다.

뿐만 아니다. 2세 박종우 사장은 현재 재능홀딩스, 재능e아카데미 대표이사 명함도 들고 다닌다. 이외 재능유통, 재능인쇄, 재능방송, 재능셀프러닝 등 모든 계열사의 이사회 멤버로 활동 중이다. 

다만 아직은 경영 실권(實權)이 온전히 박 사장의 손에 쥐어져 있지는 않다. 일례로 재능교육의 이사진에서 엿볼 수 있다. 재능교육은 원래는 박 사장 단독대표였다. 지금은 부자(父子) 공동대표 체제다. 2018년 4월 박 창업주가 대표로 선임됐다. 1999년 3월 이후 18년만의 대표이사 복귀다.

(말이 나온 김에, 재능그룹 경영구조의 또 한가지 특징은 이사회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감사 자리에 안주인 안순모씨가 앉아있다는 점이다. 무려 6개 계열사나 된다. 재능셀프러닝의 경우에는 차녀 박정은(44)씨가 감사 명함을 가지고 있다.)

마침표 찍을 일만 남은 지분승계

일련의 흐름을 볼 때, 박 창업주의 경영승계는 아직은 미완(未完)이다. 하지만 시간이 해결할 일이라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가업세습의 또 다른 한 축 지분승계 역시 사실상 마침표만 남겨놓았을 정도로 ‘푹’ 익어 있어서다.

재능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회사 체제다. 2016년 11월 모태이자 주력사인 재능교육을 지주회사 ‘재능홀딩스’(신설)과 교육부문 ‘재능교육’(존속)으로 쪼갠 데 따른 것이다.

재능홀딩스 지배 아래 재능교육을 비롯해 재능유통, 재능인쇄, 재능방송, 재능셀프러닝 5개 자회사가 위치해 있다. 재능이아카데미만이 지주회사 울타리를 벗어나 있을 뿐이다. 즉, 수직적 지배구조 체제로서 지주회사의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 모든 계열사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구조다.

최상단에는 예나지금이나 박성훈 창업주가 자리잡고 있다. 재능홀딩스 단일 1대주주로서 지분 53.25%를 소유 중이다. 변함없이 실권자(實權者)로서의 존재감을 입증해보이고 있다.

헌데, 다음이 재능그룹의 후계자 박종우 사장이다. 지분도 적지 않다. 자신의 영향권 아래 39.19%를 두고 있다. 직접 소유한 13.11%와 재능e아카데미의 26.08%다. 박 사장이 실질지분 86.39%를 소유한 사실상 개인회사가 재능e아카데미이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당시 재능교육, 재능인쇄, 재능유통 3개 계열사 주주들이 지주회사로 갈아탄 데서 비롯된다. 여기에 현란한 지분승계의 기술이 숨겨져 있다. 들춰보지 않을 재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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