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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본색]리조트왕국 박춘희 2세들의 ‘3인3색’

  • 2020.03.09(월) 10:00

<대명소노> ①
2001년 창업주 별세 후 부인 박춘희 ‘경영 대권’
후계자 서준혁…‘경영자 DNA’ 두 딸도 독자영역

재벌들의 후계승계는 부자(父子)간 대물림이 전부다. 딸에게 총수 자리를 물려주는 예(例)는 없다. 여성 총수가 등장하는 것은 남편이 후계 승계를 매듭짓기도 전에 일찍 세상을 떠나 어쩔 수 없이 가업을 물려받는 경우만 있을 뿐이다.

현재 자산 5조원 이상 59개 재벌의 여성 총수 2명 중 장영신(85) 애경 회장이 이에 부합한다. 이명희(78) 신세계 회장이 있다지만 삼성에서 자신의 몫을 가지고 나온 경우다.

중견기업으로 눈을 돌리면, 국내 1위 ‘리조트 왕국’ 대명소노그룹의 박춘희(67) 회장에 시선이 꽂힌다. 세월이 제법 흘렀다. 창업주 별세 후 경영 대권을 거머쥐었던 기억은 18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때가 때인지라 대명소노의 2세 승계 움직임을 안 들여다볼 재간이 없다.

박춘희 대명소노그룹 회장(왼쪽). 서준혁 부회장.

파죽지세

경북 청송 출신인 고(故) 서홍송(1953~2001) 대명소노 창업주는 방위산업체를 다니다가 1979년 2월 ‘대명주택’을 창업, 단독주택을 짓는 일로 기업가의 길로 나섰다. 나이 27살 때다.

임팩트는 기대 이상이었다. 6년 만인 1985년 포항을 대표하는 주택건설 회사로 성장했다. 기세는 그칠 줄 몰랐다. 1986년 12월 동원토건(현 대명건설)까지 인수, 서울로 진출했다. 본사도 서울로 옮겼다. 1988년 6월에는 ‘대명건설’로 간판을 교체, 종합건설업체로 도약했다.  

건설사업이 성장궤도에 오르자 레저로 눈을 돌렸다. 대명레저산업(현 ㈜대명소노의 전신)을 설립한 게 1987년 11월이다. 1990년 7월 설악산 울산바위 아래에 대명설악콘도를 개관, 레저사업에 첫 발을 디뎠다.  

파죽지세였다. 1992년 7월 대명양평콘도, 1993년 12월 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 스키장(현 스키월드), 1994년 12월 비발디파크, 1997~1998년 비발디파크 골프장, 설악 골프장이 연쇄적으로 문을 열었다.

불운 뒤의 행운

문제는 다음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는 ‘국난(國難)’이었다. ‘대마불사(大馬不死)’로 통했던 재벌들도 힘없이 나가떨어지는 마당에 대명소노에게도 날벼락 같은 상황이었다.

1998년 6월 양대 주력사인 대명레저산업과 대명건설이 부도를 맞았다. 같은 해 12월 화의(和議)에 들어갔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뛰어다니던 창업주마저 2001년 11월 별세했다. 향년 49세.   

창업주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자 회장 자리는 안주인 박춘희 회장이 물려받았다. 슬하의 1남2녀가 20살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남동생 박흥석(63) 현 대명소노그룹 부회장이 힘을 보탰다.

불운 뒤에는 행운이 온다. 때마침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며 극적 반전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2003년 8월 대명레저산업이 화의를 졸업했다. 2년 뒤인 2005년 10월에는 대명건설도 마침표를 찍었다.   

위기를 겪고 난 터라 위축이 될 법도 하지만 박 회장에게 부담감 따위는 없는 듯 했다. 1990년대 중반 자타 공인의 종합리조트업체로 자리매김한 창업주의 성장 기조를 이어 박 회장 또한 레저부문 확장에 공을 들였다.

2002년 12월 단양콘도, 2005년 4월 비발디파크CC, 2006년 대명리조트경주, 7월 비발디파크 오션월드, 2007년 7월 쏠비치호텔앤리조트양양, 2009년 11월 소노펠리체를 잇따라개관했다. 제주 동양썬라이즈리조트(대명리조트제주)를 인수한 것도 2007년 9월이다.

삼남매 ‘마이웨이’

2010년대 들어서는 사업 다각화에도 열을 올렸다. 전면에는 어느덧 ‘황태자’ 서준혁(41) 현 대명소노그룹 부회장이 있었다. 청담고, 미국 미네소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소노호텔앤리조트(당시 대명레저산업) 신사업본부장을 맡아 경영에 발을 들여놓은 게 28살 때인 2007년이다. 

대명소노는 현재 전국 17개 지역에 21개 리조트와 호텔을 운영 중이다. 소노펠리체(Sono Felice), 솔리치(Sol Beach), 소노캄(Calm), 소노벨레(Belle), 소노문(Moon) 등 5개 브랜드가 붙어있다. 스키장, 오션월드, 골프장, 요트클럽, 승마클럽 등도 운영 중이다. 

매출 1조2000억원대(2018년)의 대명소노가 본업인 리조트·건설 말고도 유통, 영상장비, 상조, 웨딩, 여행, 렌탈(임대), 펫(반려동물) 비즈니스 등 가지 가지하는 것은 서 부회장이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인 데서 비롯된다. 계열사가 28개(국내 22개·해외 6개)나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9년 10월 창업 40년 만에 CI(기업이미지통합)를 ‘대명’에서 ‘대명소노’로 교체한 것은 어쩌면 박춘희·박흥석 남매 체제에 마침표를 찍고 명실상부한 2세 체제의 출범을 알리는 도화선일지 모른다. ‘소노(Sono)’는 2009년 강원도 홍천에서 오픈한 소노펠리체에서 따온 것으로 이탈리아어로 ‘이상향’의 의미를 가진다.

‘회장’ 승계가 미완(未完)으로 남아있지만 이는 시간이 해결할 일이다. 대물림의 또 다른 한 축 지분승계도 일찌감치 기반이 갖춰져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지주회사 ㈜대명소노 상장 계획이 시기를 앞당길 소지도 있다.

대명소노가 ‘모자 승계’가 확실하지만 딸들을 빼놓고 가면 섭섭하다. 아니나 다를까, 모친의 ‘경영 DNA’를 장착한 장녀 서경선(42)씨와 막내딸 서지영(38)씨 또한 계열사의 공식 명함을 들고 나름 독자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유리천장’을 세차게 두드리고 있다. 삼남매가 걷고 있는 길은 ‘3인(人)3색(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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