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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 타파 vs 보여주기식?…국세청 인사 숨겨진 속사정

  • 2025.08.21(목) 09:40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세청 인사가 세무서장들이 개업하기 좋은 곳에 마지막 세무서장 발령을 내주고 개업할 준비만 하는 이런 선배의 모습이라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 가급적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최기상 의원: 내가 나가서 어디서 돈을 벌기 위해서 마지막 임지를 선택하고, 이를 공공연하게 이해해 주는 일은 이재명 정부에서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후보자님이 인사 하실 때는 그런 생각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세무서장 발령을 내지 말아 주십시오.

임 후보자: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7월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그동안 국세청에서 어떤 인사 발령이 있었길래 이런 지적이 나왔을까요?

국세청의 꽃은 단연 세무서장입니다. 복수직 서기관으로 승진하고 역량평가를 통과해야만 오를 수 있는 자리이기에 국세공무원들에게는 서기관 승진이 평생의 꿈이자 목표입니다.

능력 있는 일부는 지방국세청장을 꿈꾸지만, 고위공무원 승진이 힘든 다수의 국세공무원들에게 세무서장은 사실상 공직생활의 정점을 찍는 꿈의 자리입니다.

세무서장 인사의 '급'과 배려

세무서장 자리에도 이른바 '급(格)'이 있습니다. 고참 서기관은 세수가 풍부한 도심지 세무서로, 초임 서기관은 지방 중에서도 세원이 적은 곳으로 발령받는 것이 공공연한 인사 관행이었습니다.

특히 명예퇴직을 1년 앞둔 서기관이나 부이사관에게는 '상급지 세무서장'을 맡기는 것이 일종의 배려로 여겨집니다. 퇴직 후 세무사 개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현직에 있을 때 기업 고문 자리를 섭외하거나 인맥을 형성할 기회와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죠. (모든 인사가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부이사관급이 맡는 강남세무서장과 성동세무서장은 퇴직 전 마지막 자리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실제로 강남·성동세무서장을 거친 이들 대부분은 이 자리를 마지막으로 국세청을 떠났습니다.

파격적인 인사?

이런 배경을 알고 나면, 왜 인사청문회에서 인사 관행에 대한 지적이 나온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에 국세청 안팎에서는 강남세무서장으로 누가 임명될 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관행대로라면 퇴직을 앞둔 인물이 발령받을 자리였지만, 임광현 국세청장이 청문회에서 "잘못된 인사 관행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관심이 쏠린 것입니다.

그 결과, 강남세무서장에는 박인호 제주세무서장이 임명됐습니다. 올해 1월 제주서장으로 발령받은 박 서장이 불과 7개월 만에 강남서장으로 옮긴 것입니다. 세무서장은 통상 1년마다 교체됩니다.

국세청 안팎에서는 임 국세청장이 청문회에서 한 발언을 지키기 위한 인사라는 점에 대체로 공감합니다. 1969년생인 박 서장은 명예퇴직까지 2년이 남아 있어, 퇴직 후 개업을 준비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진 인사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다만 박 서장이 강남서장을 맡고 1년 후에 다른 자리로 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한 국세공무원은 "관례에 비춰볼 때 박 서장이 1년 이상 더 버틸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강남서장을 1년 하고 퇴직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국세공무원은 "이번 인사는 워낙 이례적이라 누구도 예상하지 못 했다"며 "1년 뒤 퇴직할 수도 있고, 오히려 더 일찍 다른 자리에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세무서장으로 퇴직한 전직 국세공무원은 박 서장이 1년 후 퇴직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이를 안타깝게 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1년 일찍 퇴직하더라도 강남서장을 역임했다는 경력이 퇴직 후 개업 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지방청장을 노리는 게 아니라면 강남서장은 최고의 자리"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지금 국세청 승진 인사가 적체된 상황에서 박 서장에게 적합한 자리를 제공하고 그가 조기에 퇴직하게 된다면 국세청 내부의 승진 구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들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지금 당장 무엇이 정답인지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한 조직에서 수십 년을 몸 바쳐 일한 직원에게 배려 인사를 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인사청문회에서 지적된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발언 역시 짚어볼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판단은 독자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 이번 국세청 과장급 인사,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택스워치 취재기자들의 생생한 정보보고는 아래 링크(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를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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