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유튜브
  • 오디오클립
  • 검색

[인터뷰]인생이 이 한잔에…36년간 술에 빠진 박상배 주류센터장

  • 2024.06.07(금) 07:30

대한민국 최남단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 탐방기②

제주도 서귀포에 위치한 주류면허지원센터. 센터를 지휘하는 박상배 센터장이 드넓은 제주바다를 배경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대덕 사진기자]

"소주가 화학주라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국세청 산하 주류면허지원센터의 수장을 맡고 있는 박상배 센터장이 자신 있게 말했다.

우리나라 최남단인 제주도 서귀포에서 주류의 안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 박 센터장은 최근 <택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술을 권하는 사람"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박 센터장은 30년을 넘게 국내 주류업체인 하이트진로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2021년 2월 국세청 산하 주류면허지원센터장으로 부임하게 됐다. 인생의 절반 이상이 '술'인 셈이다.

술에 푹 빠진 박 센터장이 제2의 인생을 출발할 무대로 서울에서 머나먼 주류면허지원센터를 선택한 것은 국내 주류 산업의 발전을 누구보다 간절히 바랐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에 있다가 지난 2015년 제주도 서귀포로 이전한 주류면허지원센터는 국내에서 생산한 모든 술이 거쳐 가는 곳이면서, 전통주 등 국내 주류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효모 연구·개발, 수출지원, 주류제조아카데미 교육 운영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국세청은 주세법이 1909년 제정된 이래 주류의 제조·판매 면허관리, 세원관리, 주류의 품질과 규격관리 등 주류를 종합관리하는 부처"라며 "주류산업의 건전한 육성을 통한 국가 재원 확보와 우리 술 산업 진흥과 경쟁력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센터 업무가 주로 주류 제조사업자에 국한되는 특수성이 있어 일반 국민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관련 업계와 학계로부터 주류분석 전문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센터에서 한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국립생물자원관과 공동으로 5년간 주류 전용 효모 선발 연구를 진행해 6종의 균주를 찾아낸 것이다. 실제 주류제조장에서 이 효모로 주류를 제조·판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센터장은 술을 마시라고 강요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음주문화가 많이 바뀌었다며 술 트렌드도 저알콜로 바뀌는 추세라고 말했다. 술을 권하는 직업이지만, 자녀가 술을 마시는 것은 걱정되지 않냐는 질문에 "요즘 애들이 말한다고 듣나요"라고 답했다. [사진: 이대덕 사진기자]

박 센터장이 이 일을 하면서 안타까웠던 것은 국내 주류시장이 주종을 막론하고 많은 업체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다. 좁은 시장을 놓고 벌어지는 경쟁은 자연스럽게 가격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비용 절감 압박을 불러 일으킨다. 이것이 품질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박 센터장은 "치열한 국내 주류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수출이다. 해외 수출은 제품 이미지는 물론이고, 국가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기 때문에 품질에 최선을 다한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며 "주질은 기본이다. 생산 시 규격 검사를 철저히 하고, 컨테이너 선적과 장기간 소요되는 유통 환경에서도 일정한 품질 유지를 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포장재도 고급 재질을 사용해야 하고 생산 시설의 위생관리도 철저해야 한다. 바이어가 제조장 방문을 원할 때 당당하게 안내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세청에서도 중소 주류업체의 수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주류면허지원센터도 중소 주류업체의 수출을 지원한다. 찾아가는 양조기술 컨설팅도 수시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다른 나라 술에 비해 우리나라 술은 여러 장점이 있다. 술 자체의 향이 강하거나 맛이 강하면 음식과 안 맞을 수 있지만, 소주는 베이스를 깔아주는 술"이라며 "소주는 자극이 강한 음식이더라도 기본적으로 받쳐주는 맛이 있다. 막걸리는 도수도 낮고 단맛도 있는 편이고, 쉽게 마실 수 있다. 우리나라 술을 많이 마셔달라"고 술을 권했다.

박 센터장은 해외로 수출된 우리나라 술을 마신 외국인이 "한국 술을 마셨는데, 이상했어"라고 한다면, 우리나라 술 전체에 대한 이미지 타격이라며 제조업체들도 프라이드를 가지고 제품을 제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이대덕 사진기자]

"술에 대한 오해, 다 풀어준다" 술에 진심인 박 센터장

소주(360ml) 55병, 맥주(500ml) 78캔. 2022년 기준 우리나라 만 20세 이상 국민이 1인당 소비하는 술의 양이다. 그만큼 술에 대한 오해도 많다.

대표적인 궁금증은 소주는 화학품으로 만든 술이라는 일명 '화학주'라는 의혹이다. 술꾼들도 어떤 날은 소주가 달고 어떤 날은 쓴 날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생산공장마다 맛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것이 진짜일까?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소주+맥주'(소맥) 조합은 알코올 도수가 어떻게 될까? 공장에서 갓 생산한 술이 맛있다던데 정말일까?

애주가 한국인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박 센터장에게 던져봤다.

- 소주가 화학주라는 말이 있다. 모 응급의학과 의사는 방송에 출연해 '소주는 화학약품'이라며 몸에 좋지 않은 것을 왜 먹느냐'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소주는 정말 화학주인가
소주가 화학주라고 하는 것은 오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소주의 원료는 알코올이 95% 이상으로 정제된 주정에 물을 타서 도수를 낮춘다. 이 때 약간의 첨가물을 넣어서 소주를 만드는 것이다.

소주의 주원료인 주정은 곡물로 만드는데, 쌀이나 보리, 옥수수, 타피오카 전분 등 순수하게 곡물을 발효해 알코올을 뽑아내서 희석하는 것이다.

석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공업용 알코올은 있을 수 있는데, 사람이 마시는 술은 공업용 알코올로 만들지 않는다. 이를 30년 넘게 얘기하고 있는데도, 일부 사람들이 소주는 화학주라서 나쁘다고 오해한다.

- 소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다. 어떤 날은 소주가 달고, 어떤 날은 쓰다는 것인데 일부 사람들은 생산공장마다 차이가 있다고 한다. 이것이 정말인가
이것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때마다 술맛이 다른 이유는 본인 컨디션 탓이다. 근본적으로 공장마다 술이 완전히 같은 수는 없다. 지역마다 사용하는 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에 주류업체 영업사원들이 술이 잘 팔리면 자신들이 잘 팔아서 그렇다고 하고, 술이 잘 안 팔리면 술맛이 달라졌다면서 했던 일화에서 나온 말이다. 영업사원들은 소비자 핑계를 대며 이 공장에서 만든 술맛이 이상하다고 말한다며 책임을 생산 쪽에 전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생산한 공장이 다른 소주를 섞어놨을 때 그 차이를 찾아내기 정말 힘들다. 생산공장이 다른 소주를 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면 다 찾아내지 못한다.

박상배 센터장이 이번 인터뷰를 통해 술에 대한 오해를 다 풀어주겠다며 설명하는 모습. [사진: 이대덕 사진기자]

- 맥주공장에서 갓 생산한 맥주를 시음하면 굉장히 맛있다고 한다. 맥주로 유명한 일본이나 독일에서 맥주공장을 견학하는 것은 관광코스 중 하나인데다, 제주에서는 제주맥주 공장 견학이 유명하다. 갓 생산한 주류가 맛있는 것이 근거가 있는 얘기인가
소주는 주정을 가지고 만들기 때문에 공장에서 갓 생산한 것을 마시든, 아니든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맥주는 발효주이기 때문에 갓 뽑아낸 것이 가장 신선하다. 맛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실 공장에서 막 생산한 맥주가 맛있다고 해도, 생산한지 첫날인 맥주와 보름이 된 맥주는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생산한지 1년이 됐다면 차이가 있을 것이다.

-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일명 '소맥(소주+맥주)'를 마실 때마다 드는 생각이, 도수가 다른 술을 섞으면 알코올 도수가 어떻게 되는가.
단순하게 생각하면 된다. 알코올이 4.5도인 술과 15.5도인 술을 똑같이 반반 섞는다면 10도가 된다. 두 종류의 알코올 도수를 합쳐 나눈 값이 알코올 도수가 되는 것이다.

- 지난 2012년 모 한국 특파원이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맥주보다 맛없다"는 칼럼을 써 논란이 된 적이 있는데, 한국 맥주는 정말 맛없나
맛있다와 맛없다의 기준은 결국 본인이다. 맥주는 라거와 에일 등 다양한 종류가 있고, 다양한 상황에서 마시게 되는데, 이를 일반화해서 한국 맥주는 맛없다고 한 것은 맞지 않다.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테라나 카스 등 라거 맥주를 제일 선호한다. 상황에 따라 밀맥주를 선호하거나 흑맥주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밀맥주를 좋아하지만 운동하고 나서 또는 소맥을 마실 때는 확실히 라거 맥주가 좋다. 

한국 맥주의 종류가 많은데, 이를 하나로 묶어 '맛없다'고 말한 것은 맞지 않다.
 

박상배 센터장. [사진: 이대덕 사진기자]

☞박상배 주류면허지원센터장은?
1963년생인 박 센터장은 서울대 농생물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말 하이트진로에 입사했다. 2011~2014년에는 진로양조 대표이사를 지냈고, 2015년에는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생산담당임원, 2016~2018년까지는 진로소주 대표이사를 지냈다.
2019~2020년까지 하이트진로 익산공장 공장장을 맡다가 2021년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장으로 오게 됐다. 박 센터장은 인생의 절반을 술에 빠져 산 만큼, 국내에서는 최고의 주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민간 주류업체에서 생산부문에서 오랫 동안 근무하며 겪었던 어려움 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 센터장은 주류 영세업체들의 고충을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