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유튜브
  • 오디오클립
  • 검색

'삼쩜삼' 돌풍, 결국 신기루였나

  • 2024.03.07(목) 12:00

[프리미엄 택스리포트]택스형

지난 2020년, '삼쩜삼'의 등장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TV광고까지 빵빵 때리는, 세무플랫폼 기업이 세상에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으니 말입니다. 

말 그대로 돌풍이었습니다. 

세무대리 시장의 '시리', '빅스비' 등 빛나는 별칭을 얻으며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삼쩜삼의 앞날은 창창할 듯 보였습니다. 

세금 환급 서비스 삼쩜삼 화면 [출처: 삼쩜삼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 가지 의문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습니다. 

삼쩜삼이 제공하는 기본 서비스, 세금환급 서비스의 메커니즘이 안고 있는 불법의 소지가 문제 되지 않을지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삼쩜삼의 세금환급 서비스의 구동 방식은 공개된 바가 없습니다. 다만 현재의 국세행정 시스템을 대입하면 쉽게 유추가 가능합니다. 

원칙적으로 내가 돌려받야 할 세금의 액수를 확인하거나 이를 환급받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세무서를 방문하는 등 방법으로 국세청 전산자료(홈택스)에 접근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개인 정보'입니다. 

이 개인 정보를 납세자가 직접 홈택스에 접속해 입력하고 열람 및 환급신청을 하는 방식과 세무대리인을 지정한 후 해당 세무대리인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세무대리인이 수임동의를 거쳐 열람 및 환급신청을 하는 방식 중 선택하면 됩니다. 

이 부분에서 삼쩜삼 서비스의 실체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삼쩜삼은 이용자들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입력한 개인정보를 연계 세무대리인(H세무사무소, 세무법인S 등 두 군데로 알려져 있습니다)에게 제공하고, 이들 연계 세무대리인들이 홈택스에 수임동의 후 환급세액 열람 및 신청을 대리해 주는 형태인 것으로 보입니다.  

즉 삼쩜삼은 연계 세무대리인들에게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토스해주는, 말 그대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 역할의 대가로 이용자가 환급받은 세액에서 10~20%의 수수료로 떼어가는 구조입니다. 

얼핏 엄청난 기술의 혁신처럼 보였지만 포장지를 벗겨보면 국세청 전산정보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한 마중물에 불과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입니다. 

삼쩜삼의 진군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한국세무사회였습니다. 

한국세무사회는 삼쩜삼의 서비스가 무자격 세무대리 행위(세무사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사법기관에 고발 조치했고, 지난해 검찰은 삼쩜삼에 대해 세무사법 위반 소지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린 상태입니다. 

2024년 2월 15일 서울 서초동 한국세무사회관에서 기자회견에 나선 구재이 한국세무사회 회장. [사진: 한국세무사회 제공]

사법기관의 판단은 일견 납득이 갑니다. 

국가 공인 세무사자격증을 보유하지 않고 있는 법인사업체 삼쩜삼이 자체적으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세금환급액 열람 및 환급신청을 대리했다면 명백한 무자격 세무대리 행위라고 판단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삼쩜삼은 이용자와 연계 세무대리인 사이에 설치된 개인정보 유통채널 역할만 하고 실제 환급절차 등을 처리한 것은 연계 세무대리인들이 한 것이라면 법 위반으로 보기가 무리이기 때문이죠. 

사법기관의 입장과 달리 세무사회는 지속해서 삼쩜삼을 불법 세무대리 서비스로 규정하고 논란의 종식을 늦추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적대적 시각은 이용자들은 물론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성장세를 지속해야 할 스타트업 기업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세무사법 위반 외 또 다른 쟁점이었던 개인 정보 유출 부분에서의 불확실성은 해소하지 못해 대내외적인 난관에 부딪혀 있는 형편입니다. 

현재 포털사이트를 검색해도 이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비판의 글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핵심은 삼쩜삼 가입 후 단순 조회만 했을 뿐인데도 삼쩜삼이 이용자의 세무대리인으로 연계 세무대리인들을 무작위로 등록했고, 이는 결국 이용자의 동의 없는 개인정보 활용이라는 것입니다. 

삼쩜삼 측은 약관 공지 등 절차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개인정보 유출에 민감한 이용자 입장에서는 삼쩜삼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게 하는 요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삼쩜삼 입장에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이 개인정보 유출 리스크가 완벽하게 해소되어야 할 것입니다. 

앞서 설명했듯 삼쩜삼은 이용자와 연계 세무대리인 중간에 위치, 세금환급에 반드시 필요한 개인정보를 유통하는 통로이기 때문입니다. 

이 통로가 막히면 삼쩜삼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최근 삼쩜삼 운영사인 자비스앤빌런즈의 거래소 상장 미승인 소식이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이유는 그동안 개인적으로 품고 있었던 삼쩜삼에 대한 의구심이 결국 현실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상장 미승인 사유에 대한 여러 분석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개인 정보 유출 논란으로 인한 이용자 이탈 등 수익성 등이 담보되지 못할 여지가 크다는 부분이 핵심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삼쩜삼이 편의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지만 무조건적인 우위에 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귀찮을 뿐이지, 납세자 개인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국세청 홈택스에 접속해서 세금환급액 열람 및 환급신청을 돈 한 푼 안 들이고도 해낼 수 있습니다. 

가만 있어도 국세청이 '알아서' 나도 몰랐던 과오납세금을 돌려주는 서비스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징세기관도 세무대리인도 아닌 영리기업 삼쩜삼이 법적  안정성이 보장된 독보적 수익모델을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증거들이 지금 이 세상에는 차고 넘친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말해 다른 돈 되는 사업으로의 영역확장이 없이 법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세금환급 서비스만 쥐고 간다면 그다지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일각에서는 미래 경제성장 동력에 속하는 혁신기업, 유니콘 기업을 기득권 세력이 막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세무대리인들이 지금껏 돈 안되는 잡일이라고 치부하던 시장을 잠식해 오자 세무사회를 앞세워 업역침해로 간주, 부랴부랴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어찌 보면 혁신을 두려워하는 기득권 세력의 '몽니'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삼쩜삼과 관련한 부분은 국가 법적 행정적 시스템 구조를 감안하면 기득권 세력의 혁신기업 죽이기 차원으로 해석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