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물가연동제'가 총선을 앞두고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10년 동안 꾸준히 늘어난 근로소득세수에 허리가 휘는 월급쟁이의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총선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소득세 물가연동제는 지난 200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들고나온 후 학계와 정치권이 여러 차례 도입하자고 주장했지만 정부의 반대로 번번이 실패했다.
소득세 물가연동제는 말 그대로 물가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해가 갈수록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명목임금이 상승, 내야 할 근로소득세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2013년 22조원(전체 세수의 10.9%)에 불과했던 근로소득세수는 2016년 34조원(12.8%), 2020년 40조9000억원(14.3%), 2023년 59조1000억원(17.2%)로 10년 만에 37조1000억원, 168%가 증가했다.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근로소득세 비중도 10년 만에 6.3%포인트(p)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물가도 함께 상승하면서 임금상승의 효과를 상쇄시켰다. 실질임금은 제자리인 셈이다. 그러는 동안 세금은 꾸준히 늘어나면서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소득세 물가연동제는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세율, 각종 공제제도 등을 물가에 연동시켜 물가가 상승하더라도, 세 부담은 기존과 같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가가 3% 상승했다면 과표구간 기준금액도 3% 상승시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과표 뿐 아니라 각종 공제항목에 물가지수를 연동해 소득세를 매기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소득세에 물가를 연동시키는 방식이 오히려 과세체계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획재정부 역시 지난해 과세체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고소득층에게 혜택이 더 돌아간다는 이유로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에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계속해서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을 고민하는 것은 직장인들의 세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득세 물가연동제는 어떤 방식으로 적용하는 걸까?
입법조사처가 지난 2021년 11월 발표한 '소득세 과세체계 개편방안에 관한 연구(전병욱 서울시립대 교수)'에 따르면 소득세 과세체계에 물가를 반영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소득세 과표 금액을 마지막으로 개편했던 시기부터 현재까지의 물가상승률을 모두 반영해 과표 기준금액을 한 번에 조정하는 것과 매년 직전연도의 물가상승률을 소득세 과표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2022년 10월 발표한 <주요국의 소득세 물가연동제 비교연구>에 따르면 2022년 7월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미국을 비롯한 영국, 캐나다 등 20개국이 물가를 과표와 연동시키는 소득세 물가연동제도를 시행했다.
물가와 과표 구간을 연동시키는 것이 보편적인 물가연동제 방식인 셈이다.
해당 방식을 우리나라 소득세 과표에 적용하면 현재 소득세 과표 기준금액에 지난해 평균 물가상승률인 3.6%를 반영해 구간별로 3.6%씩 상승시켜야 한다. 현재 소득세 과표 구간에 물가상승률 3.6%를 반영한다면 1400만원 이하 구간은 1450만원 이하로, 1400만~5000만원 이하 구간은 1450만~5180만원 이하, 5000만~8800만원 이하 구간은 5180만~9116만원 이하로 조정된다. 최고 구간인 10억원 초과는 10억3600만원 초과로 조정된다.
예를 들어 직장인 A의 과표가 4188만원(2022년 귀속 근로소득세 평균 과표 금액)이며, 특별소득·세액공제 등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 받을 수 있는 공제혜택인 표준세액공제 연 13만원을 받는다면 세 부담은 어떻게 될까?(과세표준의 줄임말인 과표는 근로소득금액에 인적공제, 연금보험료 공제, 특별소득공제 등을 제한 것으로, 근로소득과는 다른 개념이다.)
물가를 연동하지 않은 현재 소득세 과표 체계에서의 세액을 계산해보면 직장인 A는 489만원의 결정세액이 나오지만, 물가연동제를 적용한 과표 체계에서는 결정세액이 484만원으로 5만원(1%) 줄어든다.
소득세 물가연동 전후에 따라 과표 구간이 달라지는 과표 5100만원인 직장인 B의 경우 현재 과표 체계에서는 결정세액이 635만원이지만, 소득세 물가연동 적용 후에는 621만원으로 14만원(2.2%) 감소한다.
과표가 1억원인 직장인 C는 현재 소득세 체계에서의 결정세액은 1943만원, 소득세 물가연동 적용 후에는 1866만원으로 77만원(3.9%)의 세금이 줄어든다.
근로소득이 높수록 더 많은 혜택을 보는 것이 물가연동제인 셈이다. 대한민국 직장인의 평균 과표 금액인 4188만원에 해당하는 직장인이 보는 세 혜택은 5만원으로 월별로 치면 4166원의 세금이 줄어드는 셈이다. 결국 소득세 물가연동제가 도입된다면 대한민국 직장인은 월평균 4166원의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뜻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