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유튜브
  • 오디오클립
  • 검색

일본에 살던 아버지의 상속재산

  • 2019.07.31(수) 09:01

[김해마중 변호사의 '쉽게 보는 法' ]
김앤장 법률사무소 조세팀

#사례1
개인 사업을 하는 A씨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사업을 했고, 한국과 일본에서 부동산을 취득했다. 그런데 A씨가 일본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고 사망하자, 일본 은행은 일본 부동산에 대해 강제집행했고, 그러고도 부족한 돈은 A씨의 한국 부동산을 압류해 강제집행했다. 이와 관련 A씨의 상속인들은 A씨가 일본에서 빌린 돈은 상속재산에서 공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례2
B씨는 미국에 거주하던 사위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자 세 자녀를 키우던 딸을 돕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런데 B씨는 암에 걸려 다시 국내로 돌아오지 못한 채 미국에서 7년 거주한 후 사망했다. B씨의 유일한 재산은 한국의 부동산이었고, B씨의 상속인들은 B씨가 한국 거주자이므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5억원의 상속재산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 국세청은 B씨가 한국 거주자가 아닌 미국 거주자라며 2억원만 공제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전세계적으로 국제적인 교류가 증가함에 따라 국경을 넘나들면서 여러 국가에 삶의 터전을 두고 재산을 취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례1과 같이 대한민국 국민이 사업을 위해 가족과 해외에 거주하면서 해외의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을 취득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그런데 사례2처럼 한국에만 재산이 있는 국민이 해외에 오래 거주하면서 세법상 한국 거주자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고 외국의 거주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개인이 국경을 넘나들면서 재산을 취득한 후 사망하는 경우, 어느 국가가 상속재산에 대한 과세권을 갖는지도 문제가 된다.
 
기본적으로 한국 거주자는 전세계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 

사례1에서 A씨가 한국 거주자라면 일본 재산에 대해서도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상속재산에서 채무는 공제하므로 A씨는 상속재산의 합계에서 일본에서 빌린 채무를 공제하고 상속세를 납부하면 된다. 

그런데 일본 정부도 위 A씨의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부과할 수 있다. 우리 세법도 마찬가지이지만 각 국가는 자국에 소재한 상속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과세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A씨의 상속인들은 두 번의 세금을 내야 하는 부당한 결과가 생길 수 있으므로 세법은 상속재산에 대해 외국에서 납부한 세금은 공제해 주고 있다. 따라서 A씨의 상속인들은 일본에서 납부한 상속세는 한국에서 공제받을 수 있게 된다. 

만약 A씨가 주로 일본에서 활동해 일본 거주자이고 한국 거주자가 아니라면 어떨까? 이 때는 국내에 소재한 상속재산에 대해서만 상속세를 내고, 국내에서 납부한 상속세를 일본에서 공제받으면 된다. 

그런데 이 때 채무 공제와 관련해서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리 상증세법은 비거주자가 사망해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 해당 상속재산을 목적으로 하는 유치권, 질권, 전세권, 임차권, 양도담보권, 저당권 등 담보권으로 담보된 채무만 공제가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례1에서 일본의 채권자들이 남은 채권 100을 실현하기 위해 100의 가치가 있는 국내 상속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으로 채권을 실현했다고 하자. 그 재산에 일본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저당권 등 담보권이 설정되지 않았다면, 상속재산 100에 대해 국내에서 상속세를 납부할 때 채무 100은 공제 받지 못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물려 받은 재산이 전혀 없음에도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되는 것이다. 참고로 미국 세법은 채무를 각국의 재산비율로 나누어 인정해줌으로써 이런 부당한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사례2에서는 B씨가 한국 거주자라면 상증세법상 상속인들이 5억원의 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비거주자라면 2억원의 공제만 받을 수 있다. B씨의 상속인들은 B씨가 한국 거주자라고 주장했고, 국세청은 B씨가 비거주자라며 맞섰다.

위 사례는 다행히 조세심판원이 B씨를 거주자로 인정하면서 상속인들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조세심판원은 B씨가 출국 이후에도 주민등록을 재등록하고, 교통비 및 건강보험 등을 적용 받았으며, 출국 당시에는 일시적인 출국이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다시 국내로 돌아오지 못하였다는 점을 종합해 거주자로 인정했다.

그런데 만약 B씨의 해외재산이 보다 더 많았다면 어땠을까. 상속인들은 다른 주장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다른 OECD 국가들 보다 높은 편이므로 한국의 거주자 지위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 세금상으로는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국경을 넘나들며 재산을 취득했을 때에는 상속세 과세에서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비거주자가 부담한 채무에 대해서는 상속재산에서 공제되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