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술의 품질을 관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세청은 주세(酒稅)만 걷지, 술의 품질 관리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야하는 것 아닌가?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 봤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모든 술은 국세청 주류면허센터에서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아야 판매할 수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술도 주기적으로 수거해 술에 들어가서는 안되는 성분이 있는지, 알코올 도수가 얼마나 되는지 분석한다.
국세청이 술 품질 관리에 진심인 이유는 '돈'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였던 1909년 주세법이 처음 제정되고 지금의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의 전신인 양조시험소가 설립될 당시 주세법의 목적은 재정 확보였다.(주세법 제정의 표면적 이유는 조선의 술을 현대화하고 개량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일본이 전쟁자금 마련 등 재정확보를 위해 주세법을 제정했고, 그런 목적답게 1934년에는 전체 조세수입 중 주세가 30.2%를 차지, 세목 중 1위를 차지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인 1949년, 오늘날의 주세법이 제정됐지만 전신인 일제강점기의 주세법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과세체계가 일제강점기 시절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제강점기에 비해 주세는 현재 국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로 크게 줄었지만, 그 액수로만 보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올해 국세수입(예산)은 367조3000억원이며 주세는 3조6000억원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소주 1병(360ml)의 출고가격이 548원일 때 세금은 주세(출고가X72%) 395원, 교육세(주세X30%) 118원, 부가가치세(출고가+주세+교육세X10%) 106원으로, 총 619원이 나온다. 공장 출고가와 세금을 합친 소주의 도매가격은 1병당 1167원이다.
맥주 1캔(500ml)의 출고가가 590원이라면 세금은 소주와 마찬가지로 주세(세율 88만5700원, 1KL)와 교육세, 부가세 등이 부과된다. 주세는 442원, 교육세는 132원, 부가세는 116원 등 총 691원이 나온다. 출고가격과 세금을 합치면 맥주 1병당 도매가격은 1281원이다.
도매가격 중 세금이 절반 이상으로, 술을 마시면 절반은 세금을 마시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