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알못들아! 세금 상담하는 식당에 왔으면 배도 채우고 지식도 채우라, 이 말이여!"
SNL코리아에서 활약 중인 배우 정이랑 씨가 세진식당의 주인 할머니로 변신해 "세알못들아!"를 외치며 세금상담을 해주는 국세청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 53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세금하면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세알못(세금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국세청이 지난해부터 변신을 시도했다. 정 씨를 섭외해 지난 7월20일부터 '세.진.식.당'을 오픈, 상속세와 연말정산, 국선대리인, 창업 관련 세금신고, 학자금상환, 근로장려금 등 6개의 영상을 내보냈다.
연간 1억원 남짓한 적은 예산으로 배우와 장소 섭외, 시나리오 작성, 촬영 등 빠듯하지만, 국세청이 이런 시도를 하는 이유는 어렵게 느껴지는 세금을 쉽게 알려주기 위한 것. 실제 지난해부터 '세.진.식.당' 영상을 올린 이후 국세청 유튜브 구독자 수는 계속 늘어 현재 10만3000명을 기록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다른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중에서도 많은 구독자를 확보한 국민 인지도가 높은 채널"이라며 "세.진.식.당은 이해가 잘 되고, 허기 해결-고민 해결이 멋지다는 국민들의 호응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세.진.식.당' 시리즈를 종료하고 이달부터는 타로카페에서 점도 보고, 세금 상담도 해주는 영상을 준비 중이다.
지난 7일 <택스워치>가 서울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타로마스터-N잡러'편 촬영 현장을 찾아가 보니, 저예산으로 촬영하는 스탭들과 배우들의 고충이 느껴졌다.
타로마스터로 변신한 정 씨는 "세금 용어들이 너무 어려워서 재미와 설명을 같이 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사실 국세청 유튜브를 촬영하기 전에는 국세청에서 세금만 가져가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서비스하고 있었다. 초보 사장님들 같은 경우에는 영상을 보고 얻어갈 것이 더 많더라"라고 밝혔다.
이날 촬영은 혼술 유튜버 '무임술차'가 타로점을 보러와 타로마스터인 정 씨에게 상담을 받는 방식으로 촬영이 이뤄졌다. 1인 미디어 창작자(유튜버)로 활동하는 무임술차는 디저트 가게도 운영하고 있는데 사업을 여러개 하는 일명 'N잡러'의 세금 신고에 대해 정 씨가 상담을 해주는 것이다.
유튜브 촬영은 예상보다 꽤 오래 걸렸다. 시나리오에 따라 촬영만 하면 될 줄 알았지만, 정 씨와 무임술차가 먼저 대사를 주고받으며 맞춰보는 것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어려운 용어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웃기게 말할지, 어떤 동작을 해야 재미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던 탓이다.
실제 촬영에 들어갔을 때는 더욱 힘들었다. 사업자등록과 면세사업자, 종합소득세, 간이과세, 과세사업 등 어려운 세금 용어가 나왔을 때는 정 씨와 무임술차 모두 이를 외워 대사를 말해야 해 여러 번 촬영해야 했다.
더구나 중간에 헷갈리거나 오해할 수 있는 내용이나 대사들은 촬영 중간에 국세공무원이 현장에서 바로 잡아주며 촬영하는 등 재미와 정확한 정보 전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구독자나 일반 시청자들이 국세청 유튜브를 보고 세금 신고나 장려금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아 내용이 조금이라도 잘못된다면, 납세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한 것이다.
이에 더해 카메라 각도에 따라 같은 내용을 2~3번 촬영하다보니, 3~4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무임술차는 "춥고 배고프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연휴에 이어 이날까지 내린 비에 더해 스튜디오가 지하에 있어 현장은 상당히 추운 편이었다. 무임술차는 "유튜브 관련 예산이 적다고 들었는데, 힘들게 촬영하시는 것을 직접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우리는 그냥 몇 분 정도 보고 마는 영상이지만, 이를 만들기 위해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니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무임술차는 국민들에게 쉽게 세금을 알려준다는 취지에 공감하고, 재능기부 차원에서 무상으로 국세청 유튜브에 출연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진.식.당' 시리즈는 끝나고 앞으로 '타로마스터'편이 방영될 예정이다. 종합소득세 신고 관련 내용을 시작으로 기타소득 신고, 근로장려금 신청 등의 주제로 촬영을 할 것"이라며 "국민들이 남겨주시는 좋아요, 구독, 댓글은 큰 힘이 된다. 국민들이 세무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전략적 영상 콘텐츠 제공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니인터뷰]배우 정이랑 "국세청 유튜브, 얻어갈 게 많아요"
- 국세청 유튜브 촬영을 하면서 세금에 대해 많이 알게 됐나
저도 '세알못'이다. 제 세금 관리는 남편이 다 알아서 해주고 있다. 세금에 대해선 정말 아무 것도 모른다. 국세청 유튜브 촬영을 통해서 '국세청이 이런 일을 하는구나'라는 것을 많이 배웠다.
사실 대사를 외워도 공부를 해도, 촬영 끝나고 뒤돌아서면 까먹는다. 그렇더라도 촬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가장 놀랐던 것이 국세청이 세금만 가져가는 기관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서비스를 해주고 있었다. 관심을 가지고 잘 들여다보면 얻어갈 것이 많다. 세진식당 영상 중 '초보 사장님' 편은 얻어갈 것이 많은 내용이다.
- 어려운 내용을 재미있게 전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촬영 노하우가 있다면
시나리오에 "배고픈 세알못들아!" 이런 대사가 있는데, 이런 대사들 때문에 제가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다만 세금 용어들이 어려워서 대사로 말하다 보면, 재미가 없어질 것 같아서 걱정이 되긴 했다. 정확한 정보 전달도 중요하기 때문에 마냥 재미만 추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도 과거에는 지면이나 인터넷에서 글로만 접할 수 있던 정보들을 일상 대화하듯이 영상으로 제공해주기 때문에 세금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 구독자 또는 시청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세청은 세금을 가져가기만 하는 기관이 아니라 세금을 돌려주기도 한다.
예전에는 국세청이 저소득층만 무엇을 준다고 생각했는데, 유튜브 촬영을 해보니 자영업자도 돌려받는 것이 있더라. 자영업자 분들도 이런 영상들을 보시고 정보를 많이 받아가셔서 활용을 하셨으면 좋겠다.
국세청 유튜브 반응은 더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이 정도 반응은 아쉽다. 열심히 할 테니, 많은 관심 가져달라.
[미니인터뷰]유튜버 무임술차 "어려운 세금, 쉽게 잘 이해했으면"
- 국세청 유튜브에 출연한 이유는
국세청에서 세금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영상을 촬영한다고 들었다. 사실 저도 세금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다.
오늘 촬영 내용이 부가가치세 과세사업, 면세사업 등의 용어가 나왔는데 들어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할 것이다. 국세청에서 이를 쉽게 알려주는 영상을 촬영한다고 해서, 좋은 취지인 것 같아 무상으로 출연하게 됐다.
- 촬영해 보니, 실제로 세금에 대해 많이 알게 됐나
촬영했어도 정확히는 모르겠다.(웃음) 하지만 왜 사업자등록증을 받아야 하는지, 면세사업과 과세사업을 같이 한다면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지 조금은 알게 된 느낌이다.
이번 촬영을 계기로 5월 종합소득세 신고는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유튜브를 촬영해 보니 춥고 배고팠다. 저는 술과 안주를 먹는 먹방 유튜버인데 유튜브 촬영하면서 이렇게 배가 고프긴 처음이었다.
스튜디오가 왜 이렇게 추운지, 또 3~4시간을 덜덜 떨면서 촬영하다보니 너무 배가 고팠다. 매번 이렇게 힘들게 촬영하신다니 정말 존경스럽다.
- 국세청 유튜브 구독자와 시청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사업자가 된 후로 세금 신고가 막막하게 느껴졌다.
직장인일 때는 연말정산만 하면 됐지만, 사업자가 되니까 세금 신고가 복잡했다. 인터넷을 찾아봐도 내용이 어려워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 같은 분들이 국세청 유튜브를 보시고 세금에 대해 잘 이해하면 좋겠다. 국세청 유튜브 제작을 위해 물 밑에서 고생하는 분들의 노력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