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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가죽을, 사람은 상속세를 남긴다?

  • 2021.05.07(금) 14:40

[전완규 변호사의 세금보는 法]
법무법인 화우 조세그룹

2021년 4월 마지막 주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조세 이슈가 우리나라에서 나왔다. 바로 고(故)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이다.

이건희 회장은 2014년 5월경부터 6년 넘게 투병 생활을 하다가 작년 10월에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이 회장 별세 당시만 해도 세간의 관심사항은 삼성의 지배구조, "우리나라와 전 세계 경제의 주축 기업인 삼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삼성이 향후 어떤 변화를 겪게 될 것인가"였다.

그런데, 이 회장이 별세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이 회장이 남긴 상속세가 삼성의 지배구조보다 더 많은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나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피상속인이 사망한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세를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날이 2020년 10월 25일이니, 상속세 신고기한은 4월 30일이다.

바로 어마어마한 액수의 상속세 때문이다. 이 회장의 상속세는 무려 12조원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상속세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3년 동안 걷힌 상속세가 2018년 약 2조8000억원, 2019년 약 3조9000억원, 2020년 약 6조원(예상)이니, 이 회장의 상속세 12조원은 지난 3년 동안 우리나라의 모든 상속세를 합한 셈이 된다. 앞으로 이 회장이 남긴 상속세보다 더 많은 상속세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회장의 상속세가 12조원이나 된 이유는 상속세율 50%가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30억원 이상 상속재산(과세표준)에 적용되는 세율이 50%이다. 이를 둘러싸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상속세율 50%는 일본 55%를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아 조세의 글로벌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 글로벌 자본 이동이 활발한 시대에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율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국가 차원에서도 손해라는 의견 등이다. 

또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가업 승계가 어렵다는 의견, 살아 있을 때 최고세율 45%(지방소득세를 포함할 경우 49.5%)의 소득세를 내고 남는 재산에 대하여 상속세 50%를 다시 내는 것은 지나치게 과다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를 계기로 상속세율과 같은 특정 이슈에 대해 여러 관점에서 다양한 의견이나 비판이 나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자유로운 의견개진이 가능할 정도로 살아 있고 열려 있음을 의미한다. 

이 회장 한 개인에 대한 사회적, 역사적 평가는 시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회장이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을 남겼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힘든 처지에 놓여 있는 국가 재정에 남긴 상속세 12조원, 감염병 예방,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등에게 남긴 기부금 1조원, 그리고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국보 인왕제색도 등 미술품 2만3000여점 등 일일이 헤아리기가 어렵다.

옛말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이름과 가죽(상속세) 둘 다 남겼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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