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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치기 세법]② 볼모잡힌 民生

  • 2013.12.27(금) 14:27

사학법·FTA 등 여야 갈등에 민생 뒷전
올해 국회도 파행…세법·예산안 심사 밀려

2005년 초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을 '민생 파탄의 비상 사태'라고 규정했다. 그는 "정치권이 싸우기만 할 것이 아니라 국회가 민생현장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년 후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 연설을 통해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국민들께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민생을 챙겨보겠다는 의지를 다졌지만, 이후 국민들의 체감 살림살이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2013년에도 정치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민생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지난 달 새누리당과 민주당 원내대표들은 나란히 '민생튼튼'과 '민생 살리기'를 배경으로 정홍원 국무총리와 사진도 찍고, 민생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약속했다.

 

그러나 연말 국회에서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들은 정쟁(政爭)에 발목이 잡혀있고, 여야의 극적 합의만을 기대하는 상황이다. 민생을 위한 정치권의 진득한 심사는 올해도 물 건너갔다. 매년 반복되는 연말 국회의 어두운 단면이다.

 

▲ 여야 지도부가 민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월 나란히 정홍원 국무총리를 만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 여당 단독처리, 야당 보이콧

 

국회가 예산안이나 법안을 심사하지 않는 과정에는 전형적인 패턴이 있다. 여야가 특정 이슈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회의는 제대로 열리지 않는다. 데드라인이 가까워지면 여당은 의석수를 기반으로 단독 강행 처리하고, 야당은 남은 의사일정을 보이콧한다.

 

2005년에는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사학법을 단독 처리했고, 2011년에는 한나라당이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고, 국회는 파행으로 얼룩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4대강 사업 논란과 민간인 불법사찰, 내곡동 특검 수사 등으로 연말 국회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2007년과 2012년 말에는 대통령 선거에 올인하느라 한동안 국회 문을 닫아야 했다.

 

누누히 강조하던 민생은 매번 뒷전이었다.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은 여야의 다툼 속에 회의 소집에 어려움을 겪었고, 연말이 다 돼서야 긴박하게 처리하면서 졸속 심사에 대한 우려를 끊임없이 반복했다.

 

◇ 올해도 파행 되풀이

 

올해도 연말을 맞아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댓글 파동으로 민주당이 100일 넘는 장외 투쟁을 강행했고, 대선불복 논란까지 불거졌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극렬한 반대에도 황찬현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냉랭한 정국에 찬물을 끼얹었다. 여야의 오랜 대치 속에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은 처리시한(12월2일)을 넘겨서야 심사를 시작했고, 회의 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세법 통과의 1차 관문인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원회는 27일까지도 여야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법안을 연내 통과시키려면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의결까지 논스톱으로 처리해야 한다.

 

여야는 오는 30일 새해 예산안과 국정원 개혁법안, 세법 개정안 등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특위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새해 예산안 처리 거부 방침을 정했다.

 

여당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예산안과 주요 법안을 하나로 처리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처사"라며 "예산을 볼모로 특정 정책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은 국회 본연의 역할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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