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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들, 관세 수천억 어떻게 빼먹었나

  • 2013.11.15(금) 11:35

수입 원유 섞어 관세 '뒤죽박죽'…수출시 부정환급 악용
세수확보 비상 타겟 '불쾌'…불복신청 등 총력 대응

정유사들이 원유를 수입하고 재가공해 수출하는 과정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관세를 부당하게 돌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이 원료를 수입할 때 낸 관세는 가공 수출할 때 환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내지도 않은 세금을 거꾸로 타낸 것이다.

 

지난해 관세청이 기업들을 상대로 환급해준 관세는 5조원이며, 이 가운데 정유사들이 돌려받은 금액은 2조원 수준이다. 관세청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부터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정유업계의 부정환급 가능성을 주시하고, 지난 5월부터 정유사들을 상대로 고강도 기획심사를 벌여왔다.

 

오랜 심사 끝에 관세청은 최근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4개 정유사에 부정환급 관세 추징을 통보했다. 지난 수년간의 과세연도에서 이뤄진 부정환급 관세를 순차적으로 납부하라는 내용이다. 반면 정유사들은 억울하다며 불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관세청과의 갈등 양상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 SK이노베이션의 고해성사

 

14일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영업실적을 정정 공시하면서 관세환급 추징 사실을 알렸다. 지난 달 25일 잠정실적을 공시한 후 관세환급 추징금을 납부했는데, 이를 반영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등을 정정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은 3825억원에서 3160억원으로, 순이익은 3729억원에서 3022억원으로 떨어졌다. 각각 665억원, 707억원이 줄어든 규모다. 4분기에 추가로 부과될 관세까지 합치면 1000억원 이상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4개 정유사들은 구체적인 추징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정유사들의 3분기 실적 공시 기간에 투자자들의 심리를 자극해 주가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도 개별 기업의 입장을 고려해 과세 추징 규모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 "섞으면 돈이 보인다"

 

15일 관세청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세율이 다른 동일 품목의 원재료를 이용해 관세를 과다환급 받아왔다. 이 수법은 지난 3월 백운찬 관세청장이 취임 직후 지하경제 양성화를 공언할 때부터 관세청이 주시하고 있던 사안이다.

 

정유사는 관세율 10%로 들여온 A원재료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세율이 없는 A+ 원재료를 섞어서 수출용과 내수공급용으로 생산한다. 정유사가 수출물품 생산에 세율 10%로 수입한 원재료만 사용한 것처럼 관세청에 환급 신청을 하면, 납부하지도 않은 관세를 되돌려 받을 수 있다.

 

정유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법적 절차와 관행에 따라 정당하게 관세 환급을 받아왔는데, 관세청이 갑자기 세금 추징에 나서자 당황하는 기색이다.

 

정유업계는 4개 정유사에 추징된 관세만 최소 4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경기 부진으로 세수확보에 비상이 걸렸고, 관세청이 지하경제 양성화 명목으로 하필 정유업계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도 달갑지 않다. 정유사들은 일단 추징금이 확정되는 대로 이의신청이나 심사·심판청구 등 불복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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