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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극장]금쪽같은 내 사위

  • 2020.02.24(월) 08:32

사위에게 집 양도하고 동거…2주택자 과세 취소 결정

# 예비 장모의 사위 면접
"자네는 내 딸을 어떻게 책임질 계획인가?"
"경호원과 무예학원 수입이 꽤 많습니다."
"합기도 도장도 곧 개업한다는 게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저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정년퇴직한 박모씨는 그해 두 명의 새 식구를 만났습니다. 바로 사위와 손녀였는데요. 

딸이 결혼하겠다며 데려온 그 남자는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합기도 4단을 보유한 유단자였어요. 나이는 서른 살도 되지 않았지만 듬직하고 성실한 모습이 박씨의 마음에 쏙 들었죠. 

결혼 후에도 사위는 한없이 자상한 남편이자 영락없는 딸바보 아빠가 됐어요. 장모인 박씨에게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100점짜리 사위였죠. 딸이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을 앞두자 박씨는 사위를 불러 뜻밖의 제안을 했어요. 

# 아파트 직거래 현장
"결혼 전부터 모아놓은 돈이 있다고 했지? 얼마쯤 되는가?"
"조그만 아파트 하나 살 정도는 됩니다."
"그럼 내 아파트를 자네가 사주시게."

박씨는 집을 두 채 갖고 있었어요. 한 채는 20여년 전 구입한 단독주택이었고, 또 다른 집은 10여년 전에 취득해 살고 있는 아파트였어요. 

아파트는 전용면적 82㎡로 침실 3개와 화장실 2개, 거실과 주방으로 구성됐는데요. 박씨가 혼자 살기엔 면적이 다소 넓었지만, 막상 남에게 팔기도 아까워 사위에게 양도하기로 결심했죠. 

사위도 흔쾌히 박씨의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정식으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사위 명의로 등기까지 마쳤는데요. 사위는 박씨에게 안방을 내주면서 함께 살고싶다고 간곡하게 부탁했어요. 

# 이런 사위 또 없습니다
"장모님! 혼자 적적하실텐데 저희랑 같이 살아요."
"자네가 불편할텐데 정말 괜찮겠나?"
"방이 3개고 화장실도 2개잖아요.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그렇게 박씨는 딸과 사위, 외손녀·외손자와 한집에서 살게 됐어요. 안방과 안방 화장실은 박씨가 사용했고, 나머지 작은 방들은 딸 부부가 아이들과 같이 생활했어요. 주방과 거실은 공동으로 사용했죠. 

어느덧 서른 살이 넘은 사위는 계획대로 합기도 도장을 개업했고, 딸은 음식점 아르바이트와 상조회사 등을 통해 생계를 유지했어요. 박씨는 외손녀와 외손자를 돌봐주기도 했지만, 딸이나 사위에게 따로 용돈을 받진 않았어요. 이미 퇴직금으로 받은 노후자금과 개인연금으로 충분히 독립된 생활이 가능했기 때문이죠.  

오히려 사위에게 꼬박꼬박 월세를 지급했고 아파트 관리비와 주방 정수기·도시가스 사용료도 직접 냈어요. 안방 화장실에 설치된 비데 렌탈료와 안방 가습공기청정기 렌탈료, 안방 케이블TV 사용료 등도 모두 박씨의 통장을 통해 따로 내고 있었어요. 

# 얼렁뚱땅 세금 신고
"어르신! 세무서에 무슨 일로 오셨어요?"
"집을 팔았는데 세금 신고 좀 하려고요."
"1세대1주택 맞나요? 그러면 양도소득세 비과세입니다."

박씨는 세를 주고 있던 단독주택을 팔고 관할 세무서를 찾아갔어요. 집 한 채만 보유한 상태였기 때문에 양도세 비과세를 적용해 예정신고를 했죠. 세무서 직원도 신속하고 친절하게 처리해줬어요.  

그런데 8개월 후 국세청에서 연락이 왔어요. 박씨와 같은 세대인 사위가 주택 한 채를 보유했기 때문에 1세대2주택자로서 양도세를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국세청이 통보한 양도세는 수천만원에 달했어요. 2018년 4월 1일부터 강화한 양도세 중과세 규정을 통해 기본세율보다 10%포인트 높은 세율을 적용했고,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죠. 

# 척척박사 세무사
"세무사님! 집을 판 날짜가 4월 2일인데요. 너무 억울해요."
"이미 8개월 전에 발표된 대책이라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혹시 사위 나이가 어떻게 되죠? 서른이 넘었나요?"

세무사를 찾아간 박씨는 불과 이틀 차이로 양도세가 더 늘어났다는 사실을 알고 망연자실했어요. 하지만 세무사는 사위와 별도세대를 구성했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충분히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어요. 

실제로 박씨가 단독주택을 팔 당시 사위와 딸의 나이가 34세였고, 아이들을 포함해 4인 가구를 구성한 상태였는데요. 30세 이상이거나 독립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경우에는 1세대로 판단한다는 세법상 해석을 적용할 수 있었어요. 

박씨는 국세청의 과세가 잘못됐다며 조세심판원을 찾아갔어요. 아파트 내부의 각 방 사진을 비롯해 박씨와 사위, 딸의 연금내역·신용카드내역·월세확인서·자동차등록증·자격증 등 증거 서류들을 모두 제출했어요. 

# 한지붕 두 가족
"사진을 보시면 사위세대와는 생활공간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아닙니다. 아파트에서 거실과 주방을 공유했으니 동일한 살림살이입니다."
"그게 동일세대인 줄 알았다면 제가 미리 주소지를 옮겨놨을 겁니다."

조세심판원에서 만난 박씨와 국세청 담당자는 치열한 공방을 벌였어요. 박씨는 사위의 신용카드 내역에서 키즈카페 입장료와 유아동복 구입비용, 소아과 진료비 등 자녀 육아와 관련한 지출을 보여주며 경제적으로 독립된 상태라고 강조했어요. 

반면 국세청은 사위의 수입이 중위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어요. 사위가 합기도장의 매출액을 뒤늦게 신고했지만 국세청에선 믿지 않았어요. 전용면적 82㎡인 아파트에서 두 세대가 독립적인 생활을 한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았죠. 

조세심판원은 박씨와 사위가 별도세대를 구성했다며 국세청에 양도세를 돌려주라고 결정했어요. 심판원은 "딸과 사위가 34세이고 혼인해 자녀를 두고 있으므로 별도세대로 보는 것이 사회통념에 부합한다"며 "박씨도 매월 일정한 연금소득이 있고 딸·사위도 독립적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 절세 Tip

1세대가 보유한 1주택을 팔면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1세대란 거주자와 배우자가 함께 같은 주소에서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단위를 뜻한다. 배우자가 없더라도 나이가 30세 이상이거나 이혼한 경우, 중위소득의 40% 수준 이상으로서 독립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 등은 1세대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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