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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그룹 회계법인]④ 부업에 담긴 비밀들

  • 2015.05.15(금) 13:59

기업들이 회계법인에 의뢰하는 비감사용역
인수합병, 구조개편, 세무조사 등 기업기밀 상당수

회계법인은 회계감사를 통해 기업의 재무현황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게 된다. 각종 금융자료나 재무제표관련 서류도 검토하지만 공장에 직접 내려가서 재고가 얼마나 쌓였고, 회계처리는 어떻게 됐는지를 눈으로 확인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회계법인은 감사업무와 함께 비감사용역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들여다보고 있다. 기업의 현재 재무상태 뿐만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동향까지 파악한다.

 

실제로 기업의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비감사용역 내용에는 흥미로운 것들이 적지 않다. 인수합병 계획에서부터 심지어 국세청조차 알려주지 않는 세무조사를 받은 사실도 눈치 챌 수 있다. 직접 용역을 진행한 회계법인들은 훨씬 깊은 내막을 알고 있을 것이다.

 

구조개편부터 신사업계획까지..그들은 알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최근 회계법인에 발주한 비감사용역을 보면 삼성그룹이 지난해 5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지기 훨씬 전부터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구조조정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부터 2014년 까지 매년 법인설립 및 인수자문과 사업분할 관련 자문용역을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했다. 2011년 이전에는 없던 용역이다. 삼성전자는 법인설립·인수와 분할 관련 자문료로만 4년간 84억원을 넘게 투입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은 2013년에 기업진단과 사업결합 컨설팅, 기업벤치마킹분석 등을 안진회계법인에 의뢰했다. 제일모직은 이듬해 소재산업을 삼성SDI에 떼어주고, 에버랜드와 합병, 유가증권시장에 기업을 공개했다.

 

이밖에도 삼성중공업은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2012년에 해외법인설립자문을 구했고, 2013년에는 인수실사를 벌였다. 삼성전기는 2012년 법인인수를 위한 자산실사와 설립인수 자문료로 한영회계법인에 85000여만원을 지불했고, 호텔신라는 분할자문(2012, 한영), 삼성SDS는 해외 물류법인과 지사 설립을 위한 자문을(2014, 삼일) 각각 진행했다. 짧은 기간 삼성그룹에 수많은 인수합병과 사업재편이 뒤따른 이유다.

 

돌이켜보면 시장에 알려지기 이전에 회계법인들이 파악하고 있는 것은 더 많다.

 

롯데제과의 지난해 실적을 견인했던 카자흐스탄 라하트사는 20136월에 롯데제과 인수설이 나돌아 조회공시까지 나왔지만 롯데제과는 이미 공시 넉 달 전부터 라하트사에 대한 인수자문을 진행했다. 자문용역은 롯데제과의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이 맡았다.

 

롯데푸드도 2014127일에 네슬레와 합작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보다 앞선 201311월에 이미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합작을 위한 투자자문을 진행했다.

 

삼성그룹의 유일한 코스닥상장 계열인 크레듀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분리된 세리시이오(SERI CEO)를 흡수합병한다는 사실도 삼일회계법인은 미리 알고 있었다. 크레듀가 흡수합병을 발표한 시점은 20138월이지만 흡수합병을 위한 삼일회계법인의 세리시이오 재무실사는 201210월부터 진행됐다. 삼일회계법인은 10개월 전에 크레듀로부터 7000만원을 받고 실사를 진행했다.

 

세무조사에서 분쟁까지 밀착 지원

 

회계법인의 비감사용역은 기업입장에선 좀 더 민감한 내용까지도 담고 있다.

 

현대하이스코는 201312, 안진회계법인과 2억원짜리 세무조사 자문계약을 체결했다. 안진회계법인은 20141월부터 3월까지 세무조사 자문을 했다. 현대하이스코가 201312월에 세무조사 통보를 받았고 회계법인의 조사대행을 통해 20143월 세무조사가 끝났다는 얘기다.

 

지난해 연말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은 한진해운도 회계법인에 SOS를 요청했다. 삼정회계법인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말까지 한진해운의 세무조사를 지원했다.

  

상장기업은 세무조사 결과로 세금을 물게 됐을 때 벌금 등의 부과라는 내용으로 공시를 하지만 벌금부과 이전이나 세무조사가 진행 중인 사실은 공개하지 않는다. 불문율이다.

 

과세관청에서 부과된 세금에 불복해 쟁송을 진행 중인 사건도 회계법인들은 상세히 알고 있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삼정회계법인에 조세불복 수행용역을 맡겼다. 불복업무는 20141월부터 진행됐고, 세금부과가 취소가 될 때까지 용역을 진행한다는 끝장 용역이다. 일단 용역비로는 5200만원이 선지급됐다.

 

롯데그룹 계열인 현대정보기술도 20139월부터 조세심판청구 대행을 안진회계법인에 의뢰했다. 성공보수조건으로 2000여만원을 먼저 지불했다. 롯데그룹은 2013년초에 국세청으로부터 전방위적으로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2년과 20142차례에 걸쳐서 국세청 유권해석과 관련한 대행용역을 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에 맡겼다. 2012년 유권해석 질의를 위해 1000만원, 2014년에는 주식평가와 관련한 유권해석 요청과 유권해석 대행업무를 9000만원을 주고 의뢰했다.

 

이밖에도 회계법인의 비감사용역에는 독특한 기업활동이 담겨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137월 삼정회계법인에 분쟁광물 규제 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자문용역을 맡겼다. 미국증시에 상장한 LG디스플레이는 20146월 미국정부의 분쟁광물규제 시행에 따라 분쟁광물 사용여부를 조사해서 공시해야 했다. 삼정회계법인이 넉 달여간에 걸쳐 조사했지만 20146월 공개된 조사 결과는 “100%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긴 어렵다. 추가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애매한 결과여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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