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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소득 과세'가 어려운 이유 4가지

  • 2024.09.09(월) 07:00

103조원, 3조5000억원. 

세계 가상자산 거래소와 국내 5대 원화마켓(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거래소 각각의 하루 거래금액(올해 5월 기준)이다. 

가상자산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가상자산 소득세 과세'는 많은 투자자들과 기업이 주목하는 이슈다. 하지만 관련법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세는 이미 두 차례 유예된 바 있다. 

이용자 보호를 위한 1단계 법안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이 올 7월 시행됐고, 예정대로라면 가상자산 소득세도 내년 1월 1일부터 과세를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은 과세 방향과 시기에 관해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①파생상품 거래 이익

가상자산 파생상품은 가상자산 변화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국내 거래소에서는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옵션 등은 거래가 불가능하다. 자본시장법상 가상자산은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파생상품 거래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파생상품의 높은 수익성에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을 통한 국내 투자자들의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현행 세법이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 이익을 과세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파생상품 투자 수익은 소득세법의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에도, 자본시장법의 해외 장내 파생상품 거래 이익에도 해당하지 않아 과세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②금투세와 연결고리

반면 금융투자소득세는 금융자산 투자로 발생하는 모든 소득에 과세하기 때문에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 이익도 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가상자산 세금 전문가인 김지호 세무사(세움택스)는 "금투세 규정으로 가상자산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 이익에 대해 과세가 가능하기 때문에, 금투세와 가상자산 소득세가 같이 시행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임재범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재정경제팀 입법조사관은 지난달 19일 발간한 국정감사 이슈분석 보고서에서 "가상자산은 주식처럼 경쟁매매 방식으로 거래되고 있고 투자자들에게 주식과 유사한 투자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어, 금투세와 연계해 가상자산 소득 과세도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③투자 손익통산·이월공제

가상자산 소득 과세가 금투세와 궤를 같이하기 위해서는 가상자산을 투자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만 현행 소득세법에서 가상자산은 일시적 소득인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다른 소득과 분리 과세한다. 

반면 미국과 영국은 가상자산을 자본이득으로 분류, 가상자산 투자손익을 다른 투자자산 손익과 통산하고 결손금을 이월공제하고 있다. 독일은 우리나라와 같이 기타소득으로 분류하지만, 세법상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인정해 단기자본손실에 대해선 이월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업계·학계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소득도 결손금 이월공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투자자는 가상자산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을 볼 수도 있고 이익을 볼 수도 있는데 결손금 이월 공제가 되지 않으면 이익을 보는 해에만 세금이 부과돼, 실제로 얻은 이익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 상임부회장이 지난 7월 가상자산법 관련 세미나에서 "현행 세법은 가상자산 투자로 인한 손실은 공제받지 못하며 수익에만 과세하기 때문에 과세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④해외 거래소 취득원가 파악

현재로서는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된 가상자산의 취득원가 정보를 알 수 없다는 점도 정확한 과세가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해외 거래소에 투자한 가상자산의 원가를 알기 위해서는 해당 거래소의 정보 공유가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국제 공조가 어려운 상태다. 

안성희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지난 7월 열린 가상자산 과세제도 현안 토론회에서 "내년 가상자산 소득 과세가 시행된다면 해외 가상자산 투자자는 소득을 더 적게 신고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해외 거래소의 원가 정보 없이는 가상자산 소득을 신고하는 신고자의 신고 내용에 의존해 과세할 수밖에 없어, 역외탈세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8개국과 가상자산 거래 관련 정보를 매년 자동으로 교환하는 'OECD 암호화 자산 자동 정보교환 체계(CARF)'가 시행되면 역외탈세 위험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CARF 시스템이 2027년 개시를 목표로 하는 것을 감안해, 시스템이 갖춰진 후 가상자산 소득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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