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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입 악용…'개인통관고유부호' 뭐길래

  • 2023.07.24(월) 09:00

해외직구 때 주민번호 대신 사용
판매업체, 불법수집해 관세 포탈

해외 사이트에서 물건을 직구(직접 구매)할 때 꼭 적어야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개인통관고유부호입니다.

잘 외워지지도 않는 긴 부호라, 다른 곳에 적어두거나 물건을 살 때마다 조회해서 적기도 하죠. P로 시작하는 13자리 부호인 개인통관고유부호는 무엇이고, 어떻게 사용되는 걸까요.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개인통관고유부호는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에서 본인인증을 하고 주소와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발급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부호는 해외에서 물건을 살 때 본인 인증을 목적으로 주민등록번호 대신 사용하는데요. 개인을 의미하는 영문자 P와 12자리 숫자로 구성됩니다. 주민등록번호가 13자리인 것과 같죠.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주민등록번호 대신 사용하게 된 이유는 뭘까요. 

현재 국내 소비자가 해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할 경우 쇼핑몰이나 배송대행업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구매자의 주민등록번호를 법령 근거 없이 수집할 수 없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크기 때문이죠.

그래서 주민등록번호 대신 구매자를 증명할 부호가 필요해진 건데요. 개인통관고유부호에는 구매자의 이름과 연락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가 저장돼 배송업체나 쇼핑몰이 운송장 등록을 할 때 쓰입니다.

이처럼 개인통관고유부호는 주민등록번호만큼 중요한 개인 정보임에도, 해외직구를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도 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판매업체, 탈세 목적 도용사례 급증

관세법에 따르면 물품 가격이 150달러 이하(미국은 200달러 이하)인 경우, 들여오는 목록만 세관장에게 제출하면 따로 수입신고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목록만 제출하는 물품들은 관세나 부가가치세가 모두 면제됩니다. 

최근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구매자의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도용하는 사례도 증가했습니다. 수입업자가 기존 고객들의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수집해놨다가 개인이 구매한 것처럼 세금 없이 물건을 들여와 되파는 건데요. 

대부분의 직구 쇼핑몰은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주문서 기입란에 적어 넣도록 하고 있어, 판매자는 정보 수집이 쉽다는 점을 악용한 거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나는 산 게 없는데 내 이름으로 배송 물품이 등록됐다는 문자가 왔다'는 내용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도용 당한 피해자들은 내 이름으로 산 물건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관세청이 접수한 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신고 건수는 지난해 1565건이었는데요. 올해는 5월까지의 누적 건수만 5624건으로 집계돼, 단시간에 급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신민호 관세사(대문관세법인)는 "개인통관고유부호가 아직까지 마약류 밀반입 범죄에 도용된 사례는 없지만, 해외직구 거래가 늘면서 관련 범죄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로 보고 적극적인 재발 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도용한 한 사례로, 블로그에서 해외 명품을 팔던 수입업자가 불법 수집한 개인통관고유부호 100여개를 이용해 의류 5억원어치를 밀수입해 적발되기도 했는데요.

현행 관세법에는 자신의 개인통관고유부호 명의를 대여한 사람은 처벌할 수 있지만, 타인의 명의를 사용한 사람에 대한 처벌 근거는 없습니다. 때문에 검찰은 지난달 이 업자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신 관세사는 "개인통관고유부호는 관세청이 개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민등록번호에 준하는 부호"라면서 "개인통관고유부호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개인정보로 인정 받을 수 있도록 법제처 등 유관기관의 유권해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해외직구를 자주하는 소비자라면 주기적으로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재발급 받는 것이 좋습니다. 재발급은 1년에 5번까지 가능합니다. 또한 물건을 구매하지 않았는데 통관 관련 문자를 받았다면, 문자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거나 링크로 접속하지 말고 관세청 공식창구(국번없이 125)로 밀수 신고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관세청 관계자는 "올해 들어 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신고가 증가한 것은 사례가 늘었다기 보다는 통관내역 알림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신고 절차가 간편해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며 "타인의 명의를 사용한 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관세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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