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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극장]재벌가 맏사위의 국내 출장

  • 2023.02.17(금) 07:00

제 아내는 재벌가 첫째 딸입니다.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 만나 결혼했죠. 결혼식 전날 장인어른께 약속한 게 있어요. "재벌가 맏사위라는 타이틀에 기대 사는 사람은 되지 않겠다"라는 거였어요. 결혼 전부터 쌓아온 제 커리어를 살리고 싶었거든요.

저는 대학 졸업 후 바로 미국에 있는 벤처캐피털사에 입사해 오롯이 제힘으로 총괄 책임자 자리까지 올라갔어요. 하지만 아이를 낳고 미국 생활이 길어지니 한국에 들어오라는 장인어른의 성화가 시작됐습니다.

# 재벌 집 맏사위
"자네는 우리 집안 맏사위이지 않나. 한국에 꼭 들어오게."
"....."

결국 아내와 아이들만 장인어른 댁으로 귀국시켰어요. 저는 한국으로 출장을 갈 때만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죠.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거주자 조사 대상으로 선정돼 국세청에서 세무조사 통지가 날라왔어요. 성실히 조사에 임했지만 결과는 처참했어요.

# 세무조사 결과
"2011년부터 국내 거주자로 판단됩니다. 특정외국법인 배당소득 종합소득세 신고를 누락하셨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죠?"

얘기를 들어보니 제가 국내 거주자면서 세금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했어요. 세법상 비거주자는 국내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지만, 거주자는 모든 소득에 대해 과세된다고 해요. 신고하지 않은 외국법인 배당소득이 문제가 된거죠.

국세청은 아내와 아이가 한국에서 생활했다는 점, 제가 몇 차례 학비와 생활자금을 입금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삼았어요. 생계를 같이 하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국내 거주자라는 말인데, 상식적으로 재벌가의 자녀인 아내에게 생활비를 줄 이유는 없잖아요. 제가 직접적으로 생활자금을 부담한 적은 없기 때문에 억울했어요. 설상가상으로 장인어른께 써둔 편지의 내용도 제가 국내 거주자인 근거로 쓰였어요.

# 발목 잡은 편지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쓰지 않으셨나요? '회사에서 제가 담당하는 아시아 투자 부분이 독립한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네요. 저도 한국으로 돌아가 장인어른을 모시고 싶어 서둘러 독립했습니다'"
"그건 장인어른을 안심시키기 위해 써두고 보관 중인 편지였어요."

하지만 국세청은 편지를 근거로 제가 한국에서 가족들과 생계를 같이 하고 있다고 했어요. 억울했지만 당시에는 심리적인 압박감이 너무 심해 세무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요. 생각할수록 불합리한 것 같아 뒤늦게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하게 됐죠. 

# 배우자가 재벌이라도 독립 생계 아냐
"저는 가족을 부양하거나 생계비를 지급한 적이 없어요."
"한국에서 가족과 지낼 때 생활비를 같이 쓰신 걸로 보아 독립적 생계는 아닙니다"
"아시아 지역 총괄로서 한국은 출장지일 뿐이었습니다."
"다른 해외 업무를 마치면 한국에 와서 가족과 생활했습니다. 이는 단순 출장이라 보긴 어렵습니다. 국내 거주한 기간도 연평균 180.6일로 어느 국가보다 체류 일수가 많아요."

1년 중 절반 넘게 함께 살지 않았는데 별도로 생활 자금을 쓴게 아니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황당했죠. 그렇지만 국세청은 사회통념적으로 가족과 생계를 같이 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어요.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제 경제적 이해관계가 국내에 있다고 말했어요. 한국에서 의료보험 혜택도 본 적 없고, 부동산 하나 없는데 무슨 소리냐고 물었지만 통하지 않았어요.

# 국세청의 최종 판단
"국내 법인 인수 후 본인 사무실까지 두고 투자활동을 했네요. 몇백 차례에 거쳐 국내 대기업 인사들과 미팅까지 한 것은 경제활동이 국내에서 이뤄졌다고 판단됩니다."
"그건 사적 친목 모임일 뿐입니다. 해외에서는 지인 모임을 더 빈번하게 하고 있습니다."
"국내 증권 투자로 상당한 자산을 형성하신 것도 확인했습니다."

결국 조세심판원도 국세청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해 청구를 기각했어요. 저는 신고 누락한 배당소득을 포함한 종합소득세와 가산세까지 내게 됐어요.
 

◆ 절세 Tip
거주자에게는 모든 소득에 대해, 비거주자에게는 국내원천소득에 대해 과세한다. 국내에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이 있고, 그 직업 및 자산상태에 비추어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는 때 거주자로 판정된다. OECD 모델 조세조약 가이드에 따르면 거주자 판단 기준은 1순위 항구적 주거, 2순위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 3순위 일상적 거소, 4순위 국적, 5순위 상호 합의다. 통상적으로 종합소득세 납부는 비거주자로 판단되는 게 거주자보다 유리한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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