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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를 했어야 하나요?

  • 2022.11.02(수) 11:40

[프리미엄 택스리포트]이동건 한밭대 회계학과 교수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새로운 가족관계를 이루는 형태는 다양하다. 결혼의 실질적, 형식적 요건을 모두 갖추어 민법에 따라 혼인신고까지 마치고 법률상 부부관계를 인정받는 것이 '법률혼'이다.

반면, 법률혼과 같이 실질적인 부부공동 생활을 하지만 형식적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상태를 '사실혼'이라고 한다. '동거'라는 개념도 있는데 이는 혼인의 의사 없이 같이 생활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결혼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사실혼이나 동거 관계가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사실혼은 혼인신고라는 형식적 요건만 제외하고 당사자간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상태이다. 우리나라는 중혼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법률혼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 다른 한 쪽이 제3자와 혼인의 의사로 실질적으로 부부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사실혼으로 인정해서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 4. 13. 선고 2000다52943 판결). 즉, 법률혼 상태에서 타인과의 부부생활은 사실혼으로 인정받지 못하며, 동거나 불륜으로 취급되는 것이다.
 
남편(A)이 법률상의 처(B)가 자식들을 두고 가출하여 행방불명이 된 상태에서 조만간 B와의 이혼을 전제로 C와 동거생활을 시작하였으나, 그 후 A의 부정행위 및 폭행으로 혼인생활이 파탄에 이르게 될 때까지도 B와 이혼을 하지 않았다면, A와 C 사이에는 법률상 보호받을 수 있는 적법한 사실혼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볼 수는 없고, 따라서 C의 A에 대한 사실혼관계 해소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나 재산분할 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1996. 9. 20. 선고 96므530 판결). 

당사자가 결혼식을 올린 후 신혼여행까지 다녀온 경우라면 사실혼에 이른 남녀 간의 결합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단계에서 일방 당사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파탄에 이른 경우라면 다른 당사자는 사실혼 부당파기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책임 있는 일방 당사자에 대하여 그로 인한 정신적인 손해의 배상을 청구 가능하다는 사례도 있다(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므961 판결).

혼인의 형식적 요건만 갖추지 못한 사실혼 상태의 부부는 세법상 법률혼과 달리 다음과 같이 복잡한 판단이 필요하다. 

첫째, 사실혼 상태에서 배우자에게 증여받은 경우 배우자 증여재산공제 6억원을 받을 수 없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배우자에 대한 정의는 없지만 상속인의 정의에 민법 규정을 준용하고 있어 배우자도 민법상 법률혼 배우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배우자가 사망해도 상속권이 없다. 민법상 배우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상속을 받더라도 배우자 상속재산공제(최소 5억원 ~ 최대 30억원)를 받을 수 없다. 그러므로, 사실혼 관계에서는 아래의 재산분할 등의 이유로 배우자 생전에 재산을 정리해 놓는 것이 상당히 유리하다. 사실혼 상태의 배우자를 간병하다가 사망 전에 이혼을 요구하고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셋째, 사실혼 상태에서 이혼을 하면 재산분할이나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이는 판례에 따라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동안 부부가 공동으로 재산을 형성하고, 재산의 유지·증식에 기여했다면 그 재산은 부부의 공동소유로 보아 사실혼이 해소되는 경우에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므1379,1386 판결). 또한, 재산분할의 청구는 위자료와 달리 사실혼 해소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도 할 수 있다(대법원 1993. 5. 11. 자 93스6 결정). 세법상으로도 사실혼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이나 위자료는 법률혼의 이혼과 동일하게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넷째,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는 소득세법상 1세대 판정 시 제외된다. 소득세법상 1세대의 범위에 포함되는 '배우자'는 법률상 배우자와 법률상 이혼을 하였으나 생계를 같이 하는 등 사실상 이혼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관계에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유권해석이 있다(기획재정부 재산세제과-529, 2021. 5. 31.). 실질적으로 동일하게 혼인생활을 유지하지만 처음부터 사실혼 관계인 배우자는 1세대 개념에 포함하지 않고, 이혼 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배우자는 포함한다는 것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이다. 요즘같이 1세대 다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현실에서는 애초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로 살아가는 것이 세법상 유리하다. 

다섯째, 이혼 시 재산분할로 받은 재산에 대해 취득세를 감면(3.5%→1.5%) 해주는 규정은 법률혼은 물론 사실혼 관계에도 적용된다(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6두36864 판결). 대법원은 "취득세 특례조항은 부부가 혼인 중 공동의 노력으로 이룩한 재산을 부부관계 해소에 따라 분할하는 것에 대해서는 통상보다 낮은 취득세율을 적용함으로써 실질적 부부공동재산의 청산으로서의 성격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며 이 조항은 원칙적으로 협의상 이혼 시 재산분할에 관한 규정이지만, 재판상 이혼 시에 준용되고 있고, 혼인 취소 및 사실혼 해소의 경우에도 해석상 준용되거나 유추적용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률혼주의 및 중혼금지 원칙을 대전제로 하고 있는 우리 가족법 체계 하에서 세법은 사실혼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이 판례에 의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혼인신고라는 형식적 절차를 제외하고는 사실혼은 법률혼과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사실혼의 상대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유족 자격이 인정되어 보상금, 보험금, 연금 등을 받을 수 있고, 사실혼 청산도 재산분할이 인정되는 등 판례에서는 사실혼에 법률관계의 적용 여부를 판단 시 법률혼의 기본취지를 따르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현행 세법 규정은 사실혼 관계에 대해 한편으로는 민법을 준용하여 법률혼 배우자에게만 배우자 증여재산공제를 허용하거나, 1세대 판정이나 직계존속의 범위에서 사실혼 배우자를 제외하는 등 형식을 중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판례를 준용하여 재산분할이나 위자료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 등 세법 적용에 난해한 판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법은 조세법률주의, 그 중에서도 '과세요건 명확주의'가 필수적이다. 법적안정성과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혼인신고를 못하는 여러 가지 사유가 있겠지만 사실혼은 이미 우리 사회에 혼인생활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세법에서도 명확한 원칙 하에서 관련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법원이나 과세관청이 단순한 동거인지 사실혼 관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도 보다 명확한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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