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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그룹 회계법인]③ 배보다 큰 배꼽, 감사 독립성은?

  • 2015.05.13(수) 15:47

기업과 회계법인의 묘한 관계는 기업이 감사인인 회계법인에 비감사용역까지 맡기면서 절정에 이른다.

 

기업은 감사업무 외에도 세무자문이나 재무컨설팅, 경영전략 컨설팅, 자산매수매도실사, 자산가치평가 등을 회계법인에게 의뢰한다. 통칭해서 비감사용역이다. 비감사용역 비용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이르기도 한다. 회계법인으로서는 또 하나의 밥줄이다.

 

문제는 상당수 기업들이 다른 회계법인이 아닌 감사인 회계법인에게 비감사용역을 의뢰한다는 점이다. 회계법인이 감사업무와 비감사업무를 병행할 경우 피감회사에 대한 재정적 의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감사의 독립성이 저해될 수 있다.

 

◇ 감사비용 많이 쓰는 삼성, 비감사비용도 많이 써

 

대기업은 비감사용역 규모도 크다. 100억원이 넘는 비감사용역 비용을 치른 기업도 있다삼성전자는 2012년에 비감사용역비용으로 1242000만원을 삼일회계법인에 지불했다.

 

이는 같은 기간 삼일회계법인이 삼성전자의 회계감사를 하고 받은 감사보수(366000만원)의 3배를 훌쩍 넘는 금액이다. 주로 법인설립 및 인수 자문, 관세 자문, 프로세스개선 자문 등의 명목으로 지급됐다. 삼성전자는 2013년에 82억원, 2014년에도 298700만원의 비감사용역비를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에 지불했다.

 

감사인에게 고액의 비감사비용을 치른 기업의 명단에는 삼성그룹 계열사가 많다. 삼성SDS2013433100만원, 2012년에 258900만원을 각각 비감사비용으로 지출했고, 삼성물산은 2012년에 264700만원을 비감사비로 썼다. 모두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의 금고로 들어갔다.

 

삼성 외에는 현대자동차가 10억대의 비감사비용을 지불하며 고액 비감사보수 지불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는 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에 2014년에 173300만원, 2013년에 159200만원의 비감사용역 비용을 지불했다2012GS건설도 삼일회계법인에 13400만원의 비감사용역 대가를 치렀다.

 

◇ 배보다 8배나 큰 배꼽도..비감사보수 비중 과다한 대기업들

 

고액의 비감사용역 비용이 눈길을 끌지만 사실 비감사용역은 비용 자체보다는 감사용역 대비 '비중'이 더 중요하다. 감사용역의 대가보다 비감사용역의 대가가 더 크다면 감사인의 입장에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다. 감사인이 감사수입보다 더 많은 부수입을 보장해주는 피감회사를 100%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감사하기는 쉽지 않다.

 

삼성SDS의 경우 2013년 삼일회계법인에 49500만원의 감사보수를 지급하고 비감사보수로 433100만원을 줬다. 감사비용 대비 비감사비용 비중은 무려 874.9%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제일모직은 안진회계법인에 감사 비용보다 424.4% 많은 금액을 비감사비용으로 지출했다.

 

금융감독원이 전체 상장사를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와 비교하면 이들 대기업의 비감사보수 비중은 심각한 수준이다. 2013년 비감사용역비를 지출한 적이 있는 474개 상장사의 감사보수 대비 비감사보수비중은 평균 48%에 그쳤. 일부 대기업은 전체 상장사 평균보다 10배 혹은 20배 많은 비감사보수를 감사인에 지불한 셈이다.

 

최근들어 배보다 배꼽이 큰 사례는 줄어들고 있다. 10대그룹 상장사 중 감사용역비 대비 비감사용역비의 비중이 100%를 넘기는 기업은 201213, 201312곳에서 2014년에는 4곳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비감사보수 비중이 가장 높은 롯데하이마트(148.4%)2013년 기준으로는 8번째 정도로 순위가 떨어진다.

 

그러나 비감사보수 비중이 100% 이하라도 감사인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는 없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감사인이 비감사용역을 함께 수행하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독립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회계선진국들이 모인 유럽연합(EU)의 경우 감사업무와 이해상충 소지가 있는 비감사업무를 금지하는 것과 함께 비감사보수를 감사보수의 70%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EU에서는 당장 내년 6월부터 기업들이 회계법인에게 감사보수의 70%를 넘어서는 비감사보수를 지급할 수 없다.

  

70%제한 규정을 국내에 적용해보면 비감사보수비중이 비교적 낮아진 2014년 기준으로 보더라도 문제를 삼을만한 기업이 적지 않다. 10대그룹 상장사 중 11개 기업이 이 기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롯데하이마트(148.4%), 현대비앤지스틸(148.4%), 삼성엔지니어링(146%), 두산(100.3%) 등은 100%를 웃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감사인이 비감사용역을 수행하면서 회사 경영사정을 더 심도있게 파악해 감사품질이 높아진다는 의견도 없지는 않다"면서 "그러나 아무래도 비감사용역보수가 많으면 외부감사인의 피감회사 의존도가 높아지고 독립성이나 감사품질의 저하를 야기할 가능성은 커진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감독당국도 장기적으로 감사인에 대한 비감사용역제공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EU 비감사보수 비중을 제한하는 국제적인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의 감사품질에 대한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감사인에 대한 비감사용역 제공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하고 필요시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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