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의 노력 끝에 '세무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이들은 안정적이고 풍족한 생활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세무사들이 개업을 택하는 순간, 곧바로 '생존경쟁'이라는 시련을 마주하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세무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고객이 많아 보이지만, 이미 시장에는 많은 세무사가 활동하고 있다. 특출난 실력과 영업마인드, 네트워크 등 무엇 하나라도 부족하다면 경쟁이 치열한 세무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세무사들은 어느 곳에 사무실을 열고, 어떻게 고객을 유치할까? 세무사들의 생존전략인 개업지역, 매출 등의 통계를 분석해 그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세무사 등록 1만7000명…5년새 24% 늘어
올해 1월 말 전국에 있는 세무사는 총 1만6720명이다. 5년 전 1만3532명과 비교하면 24% 가량 늘어났다. 이 가운데 실질적으로 납세자에게 세무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원(개업 회원)은 1만5994명이다.
세무사 인원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해마다 세무사 시험을 통해 600명이 넘는 신규 세무사, 국세청 등에서 퇴직한 후 세무사들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이러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휴업한 세무사는 726명이다. 한국세무사회에 등록해 세무사로서 활동하다가,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해 세무사 사무소의 문을 닫고 있는 상태로 보면 된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휴업회원은 금융권이나 일반 회사의 재무팀으로 취업한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와 별개로 세무사법 규정 위반으로 직무정지 징계를 받은 세무사도 활동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세무사, 서울 역삼에 몰리는 이유
세무사에게 개업은 꽃길로 여겨진다. '상권이 좋아야 장사가 잘된다'라는 말처럼, 어느 곳에서 개업하느냐가 고객을 유치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많은 세무사들이 개업지로 선택한 곳은 서울 강남구다.
1만7000명의 등록 세무사들은 크게 보면 한국세무사회 소속이지만, 다시 7개(서울·중부·부산·인천·대구·광주·대전) 지방세무사회로 소속이 나눠진다. 이 중 서울지방회 소속(7598명)은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
서울 지역 내에서는 강남구에 등록한 세무사의 수가 2079명으로 가장 많았다. 강남구에는 강남지역세무사회 외에도 송파·서초·역삼·삼성·반포지역세무사회가 있다. 이 중 강남구 산하 역삼지역세무사회에 등록한 세무사는 1064명으로 강남구 등록 세무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대구(892명), 광주(865명), 대전(938명) 등 지방세무사회 등록 인원과 비교하면, 한 개 동(洞) 단위 지역에서 1000명이 넘는 세무사가 활동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세무법인 관계자는 "강남 테헤란로 선릉역 인근에 세무사가 가장 많다"며 "개업 위치를 선정하는데 강남이란 이름이 주는 후광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는 세무사의 주요 고객층인 기업, 고소득 전문직 등이 많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국세청에 따르면 서울에서 영업 중인 가동 사업자(법인+개인)는 207만1814개였으며, 이 중 강남구(20만5547개)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다.
다만 한 세무사는 "최근에는 온라인 상담이 증가하면서 개업 지역이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 지방으로 출장을 가는 세무사도 많다"며 "법인과 세무사무소의 물리적 거리가 가깝다는 점이 세무사 선택을 좌우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생존 위해 뭉치는 세무사들
최근에는 세무사들이 모여 법인(자본금 2억원 이상, 세무사 5명 이상 요건)을 설립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세무법인 관계자는 "한 해 700여명의 세무사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경쟁이 심하다"며 "나홀로 개업을 피하고 분야별 전문지식을 갖춘 선후배들이 합동으로 개업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법인 형태가 대외신용도와 교섭력에서 개인 사무실보다 다소 유리하다는 전언이다.
올해 1월 기준 세무법인 수는 792개로 1년 전보다 22개 늘었다. 세무법인 소속 세무사도 같은 기간 5202명에서 5370명으로 증가했다. 세무사 3명 중 1명은 세무법인에서 근무하는 셈이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본점에 수십 개에 지점이 있더라도 하나의 세무법인으로만 카운팅 한다"고 말했다.
세무사 1인당 평균 매출은 3억4800만원
세무사들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매출의 10%를 신고해는 부가가치세 신고 현황을 살펴보면, 세무사들의 매출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국세청의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3년 개인 세무사들의 매출액이라고 할 수 있는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은 3조4321억원이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개업 세무사 1만4825명 중 법인 소속을 제외한 개인 세무사 9861명의 1인당 평균 매출액은 3억4804만원이다. 1년 전(3억4051만원)과 비교해 소폭 올랐다.
그러나 개인 세무사 1인당 매출액은 수년째 3억4000만원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실질적인 소득 증가가 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세무법인(지점 포함)의 총매출액은 3조7356억원이며, 소속 세무사 수(4964명)로 나눈 1인당 매출액은 7억5254만원이다. 개인 세무사에 비해 2배 더 버는 셈이다. 1인당 매출액은 2021년 7억404만원에서 2022년 7억4821만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세무사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예비' 세무사들이 시장 진입을 주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과거에는 개업을 위해 퇴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경쟁 심화로 인해 공직에 남기를 원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