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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 시험 공정성 시비는 사라질 수 있을까

  • 2022.12.09(금) 12:00

[프리미엄 택스리포트]택스형

최근 제59회 세무사 시험 합격자 명단이 발표됐습니다. 총 6120명(2차 시험 응시생)이 시험을 치렀고 이 가운데 708명(합격률 11.56%) 합격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지난해 이맘 때 제58회 세무사 시험 합격자 발표 이후 '불공정 논란'에 휩싸이면서 큰 홍역을 치렀고 그 여진이 남아 있을 법도 한데, 올해는 분위기가 매우 차분합니다. 벌겋게 달아올랐던 당시 상황을 떠올려 보면 지금 이 분위기가 영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과장 조금 보태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제58회 세무사 시험의 공정성 논란은 반짝 '해프닝'에 불과했던 것일까요?

무언가 찜찜함을 지울 수 없어 한 번 살펴봐야겠습니다. 

제58회 세무사 시험이 공정성 논란에 빠진 것은 '국세행정 경력자'들이 면제받는 2차 시험 과목 중 하나인 세법학 1부에서 비상식적 수치(82.13%)의 과락률이 기록됐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세법학 1부 시험 문제를 어렵게 출제해 일반 수험생들을 무더기로 탈락시키면 그 빈자리 만큼 세법학 1부 시험을 면제받는 이들의 합격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실제로 세무공무원 출신 합격자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형성되면서 논란의 '트리거'가 됐습니다. 

2020년 제57회 세무사 시험 합격자 711명 중 세무공무원 출신 합격자는 47명에 불과했는데, 제58회 시험에서는 706명 중 237명(1차 시험 면제자 87명+1차 면제 및 2차 2과목 면제자 151명)으로 5배 이상 증가하는 괴랄한 상황이 눈 앞에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죠. 

시험을 주관하는 산업인력공단이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식의 해명을 내놓았지만, 예년 수준과는 차원이 다른 '수치'가 눈 앞에 제시됐으니 의혹이 증폭되는 것도 공정성 논란이 들불처럼 번지는 것도 막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고의성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10년, 20년 국세청에서 일한 국세공무원 출신들에게 굉장히 유리한 환경이었다는 것만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음모론'도 존재하는데 굉장히 설득력이 있어, 난이도 조절 실패를 운운하는 산인공의 해명은 더더욱 군색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죠. 

자, 여기까지가 지난해 이맘 때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요. 

공정성 논란의 핵심이었던 세법학 1부 과락률은 12.6%로 급전직하했고, 국세공무원 출신들도 무조건 치러야 하는 회계학 1부, 2부 과락률이 50.44%, 59.22%로 예년에 비해 높게 형성되면서 전체 국세공무원 출신 합격자 수는 21명(1차 시험 면제자 14명+1차 및 2차 2과목 면제자 7명)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즉 지난해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 간 것이자, 정말 지난해가 특정 수험생들에게 합격증을 쥐어 주기 위해 기획된 '플루크 시즌'이었다는 의심을 아예 확신으로 굳히게 만들어주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연출된 것입니다. 

지난해 세무사 시험 불공정 논란의 여파는 국세공무원들에게 부여하는 시험 과목 면제 혜택 폐지 법안의 입법 움직임으로 이어져 있는 상태입니다(세무사 관세사 공인노무사 법무사 행정사 변리사 등 6대 전문자격시험 공무원 특혜 철폐 -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채택).

하지만 기득권을 가진 세력들이 이를 쉽게 내려놓을리는 만무한 일이죠. 공정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할 정부가 도통 이상한 방향으로 입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 5월 입법예고된 기획재정부의 세무사법 시행령 개정안은 내년 제 60회 세무사 시험부터 일반응시자와 공무원 경력자의 선발정원을 분리하고, 경력자에게는 '조정 커트라인 점수'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즉 최소합격인원 700명은 전원 일반응시자로 채우되, 공무원 경력자는 일정 수준만 넘으면 전부 합격시키겠다는 것이죠.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한 해 세무사 합격자 수가 800~1000명 등 수준으로 배출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특혜를 없애라고 했더니, 아예 따로 분리해 뽑는 방식으로 공정성 논란 재발을 막겠다는 '꼼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십 수년 동안 묵묵히 국가 조세행정사무에 종사한 댓가로 시험 일부 면제 혜택을 받는 것은 크게 문제될 것 없다 여길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혜택이 '과거의 기준'에서 만들어졌고, 시대가 변했다면 그에 맞게 국민 눈높이에 맞게 조정되어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그래도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면, 합격자 분리 운용이라는 꼼수를 쓸 것이 아니라 시험 면제 혜택의 문턱을 보다 높이는 방식으로 문제해결에 접근하는 것을 먼저 생각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실제로 10년, 20년 국세공무원으로 일했더라도 세법과는 담을 쌓은 일반 행정지원 부서 근무로 세법지식이 현저히 딸리는 이들도 많습니다. 이들에게 모두 그 어렵다는 세무사 시험 과목 면제라는 혜택을 줄 필요가 정말 절실히 있는지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보다 납득이 갈 만한 수준의 개선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세무사 시험 불공정 논란은 언제든 다시 재발할 것입니다. 

만약 또 다시 그러한 논란에 휩싸인다면, 현직 재직시에는 세무사 시험 응시 금지 등과 같은 (말은 안되지만)더 강력한 수준의 규제로 옥죄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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