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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여행자 1%만 검색한다…그런데

  • 2019.07.17(수) 08:19

[해외여행자가 세관을 만났을 때]

여름휴가로 해외여행을 떠나게 된 김소비씨는 인천공항 출국장면세점에서 평소 눈여겨 봐뒀던 프라다 가방을 구입했다. 세금이 빠져서 그런지 백화점보다 훨씬 싼 값에 구매할 수 있었다. 김씨는 해외 현지에서도 쇼핑의 재미에 빠졌다. 가지고 온 캐리어가 쇼핑한 물건들로 채워지는 것을 흐뭇해 하며 여행을 즐기기에 바빴다. 늘 꿈꿨던 바로 그 여행이었다.

하지만 여행일정은 즐거웠던 만큼 빠르게 지나갔다. 귀국 날짜가 다가올수록 즐거움은 조금씩 밀려나고 그 자리를 초조함과 불안함이 채워가기 시작했다. 여행이 끝난다는 아쉬움이 큰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쇼핑을 너무 과하게 한 것이 불안을 키웠다. 한국에서는 여행객의 입국 면세한도가 600달러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600달러가 넘는 물건은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 하는데 출국할 때 산 프라다 가방만으로도 면세한도가 훌쩍 넘었다. 

드디어 입국하는 날. 기내에서 김씨는 승무원에게서 받은 세관 신고서를 손에 쥐고 마지막 고민에 빠졌다. 김씨가 만약 '면세범위 초과물품 없음'에 체크 표기를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옆자리 친구의 말처럼 세관에 걸리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는 걸까.

# '안걸릴 수 있다' 희망(?) 갖는 이유

면세한도를 초과한 휴대품의 세관신고는 여행객의 법적인 의무다. 그런데 김씨는 왜 당연한 의무를 이행할지 말지 고민하는 것일까. 이유는 오직 하나, 신고를 하지 않아도 걸리지 않을 수 있다는 한가닥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관의 여행객 검사비율은 1% 안팎에 그친다. 인력문제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입국자는 연간 5000만여명에 달하지만, 이들이 반입하는 물품을 검사할 세관 직원은 500여명도 채 되지 않는다. 이 또한 교대근무를 하기 때문에 평시 검사인원은 수십명 수준에 그친다. 샘플링 검사를 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 비율이 1%라는 것이다.

# 한국 면세점 구매내역은 세관 손바닥 안

1%라는 검색비율에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갖는다면 오산이다. 1%를 샘플링하는 세관의 정보력은 여행객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우선 관세청과 세관은 여행객들이 국내의 면세점에세 구매하는 물품의 모든 내역을 확보하고 있다. 시내면세점이나 공항의 출국장 면세점에서 구매한 내역은 모조리 세관에 통보된다. 김씨가 출국장 면세점에서 얼마짜리 프라다 가방을 샀는지도 세관에서는 당연히 알고 있다.

시내면세점과 출국장면세점에서는 합계 3000달러(9월부터 5000달러로 확대 예정)까지 구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600달러라는 입국 면세한도를 초과해 구매하는 여행객들이 많다. 하지만 국내 면세점에서 구매한 것은 전부 세관에 통보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새로 생긴 입국장 면세점에서 600달러까지 추가로 구매할 수 있지만 그조차 내역이 세관으로 넘어간다.

# 해외서 600달러 넘긴 것도 세관통보

해외에서 쓴 것은 모르지 않을까. 2018년 4월부터는 해외 카드사용액이 600달러를 넘어가면 그 내역도 한국 세관에 실시간으로 통보하도록 법이 바뀌었다. 신용카드, 체크카드 사용액은 물론, 해외에서 600달러가 넘는 현금을 인출하는 경우에도 세관에 자동 통보된다.

또 입국하기 직전에 기내면세점에서 구매하는 내역도 600달러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세관에 자동으로 자료가 통보되고 있다.

해외에서 600달러만 넘기지 않으면 모르지 않을까. 하지만 600달러와 무관하게 해외에서 사용된 카드 내역 전체를 세관에서 분기 단위로 확인한다. 이를 통해 '특별관리대상'을 지정해 100% 전수검사를 하는 등 개별관리도 하고 있다. 출국 횟수가 많고, 쇼핑금액이 큰 여행객은 '특별관리대상'으로 지정된다. 600달러는 숫자일 뿐이다.

# 의심 항공기는 통째로 검색

나의 쇼핑 내역과 무관하게 검색을 받을 수도 있다. 이른바 우범지역으로 구분된 곳에서 출발한 항공편은 때에 따라 탑승한 승객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유럽과 하와이, 괌, 홍콩 등 해외 주요 쇼핑지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이 전수검사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름 휴가철이나 연말연시, 5월, 추석연휴 등 해외여행 성수기에는 검사비율을 일시적으로 30% 정도 상향해서 검사하기도 한다. 여행자 휴대품 집중단속 기간이다. 특히 7~8월 여름 성수기는 집중단속에서 빠질 수 없는 기간이다. 올 여름에도 집중단속은 계속되고 있다. 휴대품 신고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세관 검색대를 통과한 이후에도 추적은 계속된다. 사복을 입은 세관원이 동태가 수상한 여행객들의 뒤를 밟는다. 세관원이 공항 화장실이나 주차장까지 따라가서 대리반입한 물품 등을 적발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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