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유튜브
  • 오디오클립
  • 검색

'가상 사무실'로 사업자등록 가능해질까?

  • 2024.04.26(금) 12:00

국세청 연구용역서 "e비즈니스 업종, 전통적인 물리적 사업장 불필요"

무슨 일을 하든, 업으로 여겼을 때는 대개 세무서(홈택스도 가능)를 찾아가 사업자등록 절차를 거친다. 이때 사업자로서 갖추어야 할 부분은 사업장의 여부다. 세무서에서는 '거래를 수행할 수 있는 물리적 장소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기 때문이다. 만약 제빵 사업을 벌이기로 하고 이 사업을 집에서 한다고 하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제조 장비가 없다면 사업자등록 퇴짜는 당연한 일. 

가게가 있는 곳, 사무실 소재지, 공장 등 사업을 하는 고정된 장소가 필요한지에 의문부호도 붙는다. 오프라인으로 이루어지던 상거래의 많은 부분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어서다. 이에 인터넷을 활용하는 e비즈니스 업종의 사업자등록 과정에서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가상 사무실(비상주 사무실)'를 사업장으로 허용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사업을 하려면 '물리적 장소' 필요하다

음식점, 편의점, 제조업, 도소매업, 무역업, 유튜버까지. 사업자등록은 사업의 초기에 꼭 거쳐야 하는 절차다. 사업을 개시한 지 '20일 이내'에 사업자등록을 마쳐야 하며, 이런 의무를 어기다가 적발됐을 땐 미등록 가산세에 더해 공제(매입세액)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사업자등록을 하려면 원칙적으로 별도의 공간인 사업장이 존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사업자등록을 신청할 때도 사업자 주소와 임대차계약서를 요구하고 있다. 부가가치세법(6조)을 보면 ①사업자의 부가가치세 납세지는 각 사업장의 소재지로 ②사업장은 사업을 하기 위해 거래의 전부(또는 일부)를 하는 고정된 장소로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고정된 사업장이 없는 경우엔 사업자의 주소(또는 거소)를 사업장으로 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도 사업장 주소지로 등록이 가능하단 소리다. 대표적으로 전자상거래·통신판매업을 꼽을 수 있다. 인터넷 쇼핑몰, 유튜브 사업, SNS나 블로그 마켓 등 온라인 통신망을 이용한 사업자라면 집 주소로도 사업자등록을 낼 수 있도록 허용해준다. 산업의 지형도가 바뀐 영향인지, 최근엔 디지털 경제환경에 맞는 사업장 개념 정비가 필요하단 지적도 적지 않다.

세정 환경이 바뀌고 있다…몸집 커진 전자상거래

전자상거래 등 e비즈니스 업종의 사업자등록 시 고정된 사업장이 필요한지를 검토했는데, 해당 업종의 특성상 전통적인 물리적 사업장은 불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홍익대학교 산학협력단은 국세청 의뢰로 내놓은 연구용역 보고서(지난해 12월)에서 e비즈니스 업종 사업자의 사업자등록을 위한 사업장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명호 홍익대 교수·이경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그 이유로 "e비즈니스업은 주로 인터넷에 기반의 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광고하고 판매·유통 시키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자상거래 몸집도 해마다 커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7개 산업(수도·하수, 숙박 및 음식점, 부동산, 사업시설 관리, 교육 서비스, 예술·스포츠 및 여가, 개인서비스업) 중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업체 수는 2021년 현재 23만 5811개다. 5년(2017년, 4만680개) 전과 비교하면 5.8배나 늘어난 규모다. 숙박 및 음식점업만 떼어내서 보면,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업체수 비중은 같은 기간 4.3%에서 23.3%로 5.4배나 커졌다. 

두 교수는 "판매 물품의 보관 장소나 고정된 사무실 없이 어디서나 개인용 컴퓨터만으로 사업이 가능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업자는 사업 경영사에서 고정사업장이 필요 없기에 기존의 사업자등록 방식에 부합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허용하고 있나

영국에선 부가가치세 사업자등록을 할 때, '사업이 실제로 수행되는 주소'를 적어야 한다. 단, 이 주소는 기업등록소에 등록된 사무실 주소와 일치할 필요는 없으며, 기업등록소에 기업을 등록할 땐 가상 주소도 가능하다고 한다. 두 교수는 "부가가치세 사업자등록 과정에서 가상 사무실 주소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상세하게 해명하고, 이를 과세관청이 받아들인다면 가상 사무실 주소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경우엔 상공회의소 무역등록부에 가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부가가치세 사업자등록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이 과정에서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가상 사무실 주소를 사용할 수 있다. 네덜란드 법률엔 가상 사무실 자체를 규정하고 있진 않다. 일반적으로 ①회사를 등록하는데 관심이 있지만 ②비즈니스에 대한 법적 주소가 없는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중요한 시설로 여긴다. 

다만, 가상 사무실을 단지 허울로만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회사 등록이 취소된다. 모든 비즈니스 활동을 다른 곳에서 수행하고 가상 사무실을 우편물 발송이나 등록 목적으로만 사용했을 때다.

한국도 가상 사무실을 허용?…현실화 가능성은 '글쎄'

두 교수는 "한국도 실제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소를 VAT 등록시 주소지로 사용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디지털 경제의 확산으로 고정사업장 없이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가능해진 현실과 개인정보보호 및 안전 관점에서 집 주소 외에 비상주 사무실을 회사 주소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아무런 제약 없이 비상주 사무실의 주소를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자는 건 아니다. 두 교수는 "세원관리 측면에서 방문해 거래 사실 등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게 하는 요건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현재 고정된 사업장이 필요 없는 e비즈니스 업종에 대해 사업자등록을 할 수 있는 대안(사업자의 주소 또는 거소)은 있다. 하지만 납세자를 대하는 최접점인 세무서에 '핸드폰 하나만 있어도 사업이 가능한데, 왜 사업장을 요구하냐'고 불만을 표하는 민원인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연구용역 보고서의 방향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사업장 개념 자체를 바꾸는 일이라서 연구 결과를 곧바로 활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