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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본색]‘참, 쉽쥬!’…퍼시스 손태희 세습의 ‘백미’ 시디즈

  • 2020.01.23(목) 10:00

<퍼시스> ④
2017년 일룸 내세워 팀스 편입, 영업양수 진행
개인돈 한 푼 안들여 알짜 ‘시디즈’까지 손아귀

‘돈 벌기 참 쉽쥬!’라는 말 내뱉을 법 하다. 수년간 벌이가 변변찮았던 곳 사들이는 데 많은 돈 들였을 리 만무하다. 대주주 지분을 사고파는 ‘딜’이었지만 웃돈(경영권 프리미엄)도 없었다.

몇 개월 뒤 부친이 한창 잘 나간다는 사업을 통째로 넘겨줬다. ‘부실’이 ‘부활’로 변할 건 뻔했다. 개인 자금 한 푼 안들이고 국내 1위의 의자 브랜드 ‘시디즈’를 접수한 퍼시스 후계자 손태희 사장 얘기를 안 하고 갈 재간이 없다.

말 많고 탈도 많던 ‘팀스’

‘팀스(TEEMS)’는 원래 ㈜퍼시스가 2003년 4월 론칭한 교육용가구 브랜드다. 2010년 12월 별도 법인으로 떼어 냈다. 당시는 중기 졸업기준 강화를 골자로 한 제도 시행을 앞둔 시점이었다. ‘무늬만 중기’를 솎아내 정부 지원대상에서 배제하고, 공공구매시장 참여 및  세제 혜택 등을 못 받게 한다는 취지였다.

중소 가구업계가 들고 일어났다. 학교를 비롯한 관공서 위주였던 교육용가구부문을 분할, 규제를 벗어나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 ㈜퍼시스는 2008~2010년 매출이 매년 2000억원 이상으로 졸업기준에 걸려 팀스를 떼어 내지 않고는 공공시장에 참여할 수 없었다.

비난이 들끓자 퍼시스는 팀스에 대한 색깔 지우기에 나섰다. 우선 분할주체 ㈜퍼시스가 2011년 1~3월 지분 12.23%를 전량 장내처분, 팀스와의 연결고리를 끊었다.

소용없었다. 더욱 ‘핫’ 해질 뿐이었다. 정부가 등장했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지배를 받는 '위장 중기'의 조달시장 참여를 봉쇄하는 일명 ‘팀스규제법’(중소기업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만들어졌다.   

창업주 손동창 명예회장이 팀스의 종업원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한 게 2012년 1월이다. 자신과 가족,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 32.52% 전량을 증여·기부·매각해 종업원지주회사로 만들겠다는 것. 실제 팀스는 2012년 3월 최대주주가 우리사주조합(18.00%)으로 재편됐다.

부질없었다. 팀스는 예정대로 2013년 1월부터 공공조달시장에 일절 발을 들이지 못했다.

내부일감으로 근근이 버텨온 팀스

후유증은 컸다. 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진 팀스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의 표적이 됐다. 2012년 5월~2013년 3월 ‘슈퍼개미’ 및 M&A 자문업체와 10개월에 걸쳐 극심한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다시 퍼시스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지주회사 퍼시스홀딩스가 2013년 3월부터 공격적으로 팀스 지분을 매입했다. 2013년 4월 말 최대주주에 오른 배경이다. 2014년 12월까지 이어져 40.58%까지 확대했다.

사업은 사업대로 형편없었다. 팀스의 공공조달부문은 2012년 매출에서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던 부문이다. 매출은 2012년 819억원에서 2013년 235억원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2015년에는 67억원으로 축소됐다. 2012년 35억원이나 됐던 영업이익도 2016년까지 적게는 4억원, 많게는 12억원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게다가 사업이라는 것도 관계사 물량으로 근근이 꾸려나가는 정도였다. 다 복기할 필요는 없다. 2016년(99억원)만 봐도 매출 거의 전부가 일룸(96억원)을 통한 것이었다. 직원수는 7명이 고작이었다. 

곧 드러난 일룸의 노림수

손 사장의 개인회사로 변신한 일룸이 이런 변변찮은 팀스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2017년 4월 퍼시스홀딩스 소유의 팀스 지분(40.58%) 전량을 149억원을 주고 사들인 것이다. 손 사장이 일룸의 절대권력(실질지분 75.20%)을 확보한 바로 이듬해다.

의문부호 세례가 쏟아졌다. 팀스의 기업가치로만 보면 일룸이 계열 편입할 만한 매력 요소가 하등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백미는 그 해 12월이었다. 손 창업주가 1대주주(80.51%)로 있는 퍼시스홀딩스(당시 시디즈)가 의자사업부문을 325억원을 받고 통째로 팀스에 넘기기로 했다. 팀스가 현 ‘시디즈’로 간판을 바꿔 단 게 이 때다.

손 사장(75.20%)을 꼭대기에 두고 일룸(40.58%)→시디즈로 이어지는 계열 지배구조의 한 축이 만들어졌다. 생활용가구에 이어 알짜 의자부문까지 손 사장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부활은 뻔했다. 의자 브랜드 ‘시디즈(sidiz)’는 2007년 2월 론칭 이래 현재 국내 의자시장 점유율 및 인지도 1위 브랜드다. 게다가 계열사들이 떡하니 자리를 깔아주는 데 돈 잘 버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다.

2017년 125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18년 1410억원을 찍었다. 11배 뛰었다. 영업이익은 2억원가량 적자에서 43억원 흑자로 급반전했다. 순익 또한 4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배 확대됐다.

2019년 들어서는 더 좋아졌다. 1~9월 매출 1460억원에 영업이익과 순익은 각각 70억원, 62억원으로 전년 한 해 수치를 모두 뛰어넘었다.

2018년 계열매출 비중이 49.32%(695억원)로 거의 절반이다. ㈜퍼시스(34.34%․484억원), 일룸(13.73%․194억원) 2개 주력사 비중이 48.07%(678억원)로 거의 전부였다. 2019년 1~9월에도 내부거래가 40.55%(592억원)나 된다.

손동창 퍼시스 명예회장(왼쪽). 손태희 퍼시스홀딩스 사장.

손동창의 세습이란 이런 것

‘황태자’ 손 사장이 가정용가구 일룸에 이어 의자부문 시디즈까지 손아귀에 쥐게 된 과정도 절묘했다.

실제 양수도가 이뤄진 시점은 2018년 4월. 거래대금은 298억원(영업권 20억원 포함)이었다. 앞서 2017년 12월 계약 당시 예정가(325억원)에 비해 27억원이 깎였다. 이마저도 1년에 걸쳐 6차례 쪼개 낼 수 있도록 해줬다.

또 한 가지. 일룸 소유의 시디즈 지분이 순식간에 돈이 될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 일이다. 교육용가구 사업을 접은 뒤로 변변찮았던 시디즈가 알짜 사업을 인수하며 완벽 부활한 터라 주식가치가 뛸 게 뻔했다. 

2017년 4월 일룸이 퍼시스홀딩스 소유의 시디즈 지분(40.58%)을 사들인 가격은 주당 1만8400원(액면가 500원)이다. 인수 당일의 주식시세다. 경영권이 넘어가는 ‘딜’이었지만 웃돈은 전혀 없었다.

시디즈의 현재 주가는 4만4250원(2019년 12월 말)이다. 일룸의 시디즈 보유지분 가치도 359억원으로 뛰었다. 1년여 만에 2배 넘게 불었다. 손쉬운 대물림이 뭔지를 기가 막히게 보여주는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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