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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본색]퍼시스홀딩스 ‘반값 세일’로 각인된 ‘황태자’ 손태희

  • 2020.01.22(수) 10:00

<퍼시스> ③
창업주 손동창 증여 통해 일룸 2대주주로 급부상
홀딩스 소유 46% 태우자 75%…사실상 1인 소유

2015년, 이때까지만 해도 대물림이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렸다. 이를 관철하기 위해 사용할 승부수가 너무나도 많은 ‘가정’(if)을 깔고 있어서다. 일룸이 퍼시스홀딩스 소유의 지분을 사들여 불태우자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기 시작했다. 

29살 때 일룸 주주로 등장

현 일룸은 원래 퍼시스홀딩스의 100% 자회사였다. 2007년 1월 퍼시스홀딩스가 생활가구부문을 물적분할 방식으로 쪼개 만든 까닭이다.

2008년 12월 주주 면면이 바뀐다. 일룸이 싱크대․목재파티션 업체 ‘한스’와 가구 온라인 쇼핑몰 ‘본비비’를 운영하는 ‘㈜본비비’를 흡수합병한 데서 비롯된다.

합병신주 발행으로 퍼시스홀딩스의 일룸 지분은 45.84%로 축소됐다. 한스와 본비비 주주들은 일룸으로 갈아탔다. 오너인 손동창․손태희 부자(父子)가 주주로 등장한 게 이 때다. 

손동창 창업주가 지분 18.90%를 소유하게 됐다. 손태희 퍼시스홀딩스 사장도 2.07%로 새롭게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나이 29살 때다. 이외에는 양영일 전 퍼시스 부회장(32.82%), 현 이종태 회장(0.38%) 몫이었다.

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소유지분이 미미해 창업주 2세가 단일 4대주주로서 일룸의 주주로 등장한 것 이상의 의미를 찾기는 힘들었다. 손 사장이 2010년 퍼시스에 입사하며 경영수업을 밟기 시작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주주개편 작업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2013년 일룸이 나섰다. 5명의 주주 가운데 양 전 부회장과 이 회장이 주주명단에서 삭제됐다. 일룸이 두 주주의 지분 33.19%를 111억원을 주고 자기주식으로 매입한 데 따른 것이다. 

다음은 손 명예회장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2015년 자신의 지분을 장남에게 13.70%, 장녀에게 5.20% 전량 증여했다. 퍼시스홀딩스(45.84%)에 이어 손 사장이 15.77%로 일약 2대주주로 올라섰다. 손희령(42)씨도 주주명부에 이름을 새겼다.

일룸은 3인 주주 체체가 됐다. 2013년부터 본격 개시된 지분이동의 본색(本色)이 유감없이 드러났다. 다분히 후계 승계에 초점을 맞춘 사전 정지작업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장부가 ‘반값’에 팔아치운 홀딩스

마침내 2016년 11월 마침표를 찍는다. 최대주주로 있던 지주회사 퍼시스홀딩스가 지분 45.84%를 전량 일룸에 내놓았다. 일룸은 76억원을 주고 사들여 모두 소각했다. 일룸이 사실상 손 사장의 개인회사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묘한 구석, 이 때 생긴다. 딜이 있기 직전 2015년 말만 해도 퍼시스홀딩스 소유의 일룸 지분의 장부가는 151억원이었다. 절반 값에 팔아치운 것이다. 2016년 퍼시스홀딩스 재무제표 상에 영업외비용으로 75억원가량의 손실(지분법적용투자주식처분손실)이 잡힌 것은 이 때문이다.

당시 일룸은 2015년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서며 폭발적인 성장기조에 있던 때다. 영업이익은 비록 공격적인 마케팅에서 비롯된 비용 증가로 첫 적자를 내기는 했지만 2014년(-35억원) 딱 한 해 뿐으로 이내 정상적인 흑자기조로 돌아왔다. 

지주회사가 넘긴 주식가치는 3년 전과 비교해도 큰 격차를 보인다. 일룸이 2013년 양 전 부회장과 이 회장의 지분(33.19%)을 사들인 가격이 주당 1만3400원(액면가 1000원)이다. 퍼시스홀딩스의 일룸에 넘긴 가격은 주당 6580원이다. 반값도 안됐다.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손 사장은 일룸의 절대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손 사장의 현재 지분은 29.11%(39만4215주)다. 이어 손희령씨 9.60%(13만주)다. 다만 나머지 61.29%(82만9835주)가 의결권 없는 자기주식인 까닭에 이를 제외하면 손 사장이 75.20%의 실질지분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이다.

손동창 퍼시스 명예회장(왼쪽). 손태희 퍼시스홀딩스 사장.

한스 합병의 비밀…넉넉해진 자금

퍼시스 ‘황태자’ 손 사장이 일룸을 접수하기 까지 과정을 보면, 손 사장이 들인 자금이라고는 증여 당시 단 한 번의 증여세가 전부였을 뿐 일룸의 자금을 동원한 자기주식 매입․소각을 적극 활용했음을 엿볼 수 있다. 

일룸으로서도 돈이 문제될 건 없었다. 일룸의 재무구조에 흥미로운 점이 발견되는데, 초기부터 비교적 넉넉한 자금 유동성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후계승계의 지렛대로서 활용가치가 충분했다는 뜻이다. 이를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2008년 12월 한스 합병에 비밀이 숨어있다. 

일룸은 설립 첫 해인 2007년 말만 해도 현금성자산 및 투자자산이 87억원 정도였다. 이듬해 234억원으로 3배 가까이 불어났다. 무엇보다 한스가 대거 보유했던 상장투자주식을 온전히 이전받은 때문이다.

일룸은 투자주식을 자금이 필요할 때 요긴하게 썼던 것을 볼 수 있다. 일례가 계열사 ㈜퍼시스를 비롯해 동종 가구업체 에넥스, 리바트 등의 주식이다.

일룸은 합병을 통해 한스 소유 ㈜퍼시스 28만300주를 편입했다. 이어 2008년 10월~2010년 4월 56만9740주를 장내매입, 한 때 6.80%(85만40주) 지분을 소유했다. 2010년 10월(0.88%)과 2012년 12월(5.98%) 처분했다. 204억원을 주고 산 곳이 퍼시스홀딩스다.

에넥스, 리바트, 신도리코 등의 투자주식도 2012년까지 상당수 정리했다. 이렇게 해서 2010~2012년 3년에 걸쳐서만 유입된 자금(매도가능증권처분)이 330억원이나 된다. 주주 2명의 지분 33.19%(111억원)를 자기주식으로 사들이기 직전이기도 하다.

‘황태자’ 맞이한 일룸의 변신

다음으로 일룸 키우기가 본격 시작됐다. 공교롭다. 2014년부터 일룸의 마케팅 기조가 확 바뀐다. 탑배우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TV광고를 론칭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에 나섰다. 일룸의 대주주로서 손 사장의 존재감이 각인되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다.

일룸의 광고선전비는 2013년 12억원 정도였다. 2014년에는 82억원으로 급증했다. 매년 예외 없이 증가 추세를 보이며 2018년에도 141억원를 쏟아 부었다. 먹혀들었다. 돈벌이도 좋아졌다.

첫 해 400억원 정도 였던 매출은 2015년 1000억원에 이어 3년 만인 2018년 2000억원을 가뿐히 넘었다. 영업이익은 2015년 흑자로 복귀한 뒤 2016~2017년 30억원대에서 2018년에는 95억원으로 치솟았다.

현재 일룸은 퍼시스 계열 3개 주력 중 성장세가 가장 돋보이는 계열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퍼시스를 대표하는 얼굴이 ㈜퍼시스에서 일룸으로 교체될 판이다. 일룸은 첫 해만 해도 매출이 ㈜퍼시스의 6분의 1에 불과했다. 2018년에는 70.46%에 달했다. 매출성장률은 2014년 이후 연평균 29.27%나 된다. ㈜퍼시스(8.24%)가 머쓱할 정도다.

벌어들이는 족족 배당보다는 내부유보로 쟁여놓고 있는 일룸은 2018년 말 이익잉여금이 378억원에 이른다. 재무건전성도 흠잡을 데가 없다. 줄곧 무차입경영을 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80.60% 정도다.

일련의 흐름은 일룸이 후계세습의 발판으로 삼기에 안성맞춤인 계열사로 진화해왔음을 의미한다. 일룸이 ‘팀스’(현 시디즈)를 계열 편입한 것은 후계자 손 사장이 일룸의 절대권력을 쥐고난 지 5개월만인 2017년 4월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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