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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 착수 정보 달라는 세무대리인 요구, 합당할까?

  • 2024.05.09(목) 12:00

[프리미엄 리포트]택스형

지난 3일 전직 국세공무원 출신 단체인 국세동우회(회장 전형수)가 김창기 국세청장을 초청해 세정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서 대부분 세무대리인으로 활동하는 국세동우회 소속 선배 국세공무원들이 현직 후배 국세공무원들에게 특별한 '건의사항'을 전달했습니다. 

국세청이 특정 기업 또는 개인사업체 등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 시, 착수 사실을 해당 기업 등에 대한 세금 신고 업무를 담당하는 세무대리인에게도 통보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난 3일 열린 국세동우회 세정간담회에서 김창기 국세청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 국세청]

세무대리 업계에서 이 문제를 의도적으로 '이슈화' 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앞서 지난해 홍영표 새로운미래 의원의 대표발의로 입법이 시도된 데 이어(이 법안은 21대 국회 회기종료와 함께 폐기될 예정입니다) 지난 3월 한국세무사회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2024년 세법령 개정 건의서'에도 해당 내용이 핵심 사항 중 하나로 담겼기 때문입니다.

국세청이 굉장히 민감하게 다루는 세무조사 정보를 세무대리인 단체들이 앞장서서 확보해 내려고 움직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울러 실제 세무대리 현장에 참여하고 있는 세무대리인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요? 

수박 겉핥기에 불과할 수 있지만 그 속내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세무대리인 단체들의 요구사항 핵심은 간단명료합니다. 

현행 세무사법 규정(세무사법 제10조)에 따르면 '세무공무원이 세금 신고·신청·청구서를 조사할 필요가 있을 때, 해당 세무사에게 조사 일정과 장소를 알려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상위법이나 다름없는 국세기본법에는 이와 관련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죠. 

국세청은 정기 세무조사의 경우 조사 착수 15일 전 조사 대상 세목, 조사 기간 및 조사 사유 등 내용을 사전 통지하는데(비정기 조사의 경우 조사 착수 시점 통지) 세무대리인 단체의 요구는 조사 대상 기업 등에만 통지하지 말고, 해당 기업 등에 대한 세금 신고 업무를 담당한 세무대리인에게도 통지해달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현행 세무사법 규정과 국세기본법의 상충을 해소하자는 것이죠. 

세무사회는 지난 3월 기획재정부에 건의서를 제출하면서 "세무사법 제10조 조사통지에 관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이 이를 지키지 않아 납세자 권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는 세무조사에서 중대한 절차적 위반이 발생하고, 절차 위반 논란은 과세처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국세기본법상 세무조사 절차로 명확히 반영해 납세자 권익 보호와 제도의 실효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법 개정 논리를 제시했습니다. 

세무대리인 단체의 법 개정 논리는 타당성이 아예 없지는 않아 보입니다. 

법 개정 역사 측면에서 봐도 1961년 제정된 세무사법상 규정이 1996년 제정된 국세기본법상 개별납세자 과세정보 비밀유지 조항(제81조의 13)에 근거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통지 관행은 '법위반'의 소지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죠. 

지난해 해당 내용이 담긴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홍영표 의원실 측도 "세무 맥락을 알지 못하는 납세자에게 세무조사 사실을 바로 통지하게 되면 납세자의 적절한 대처가 어렵기 때문에, 납세자 권리 침해로 볼 수 있다"며 "세무사가 기장신고 등을 모두 맡았을 텐데, 담당자(세무대리인 등)를 건너뛰고 납세 당사자에게 직접 알리는 것은 세무사 입장에서도 방어권 침해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관련기사☞세무사가 세무조사 사실을 미리 알게된다면?

현실적 측면에서 특정 기업 등에 세무조사 통지서가 날아오면 기업 소속 담당자들이 세무대리인 등에게 사실을 알리고 조력 요청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어차피 비밀 유지가 무의미한 상황이 됩니다. 대기업의 경우, 시간을 허비하다가 언론 등 사회 전반에 세무조사 사실이 퍼져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죠. 

이런 상황이 비일비재하다보니, 비밀유지 조항에 지나치게 함몰된 듯한 현행 국세행정 관행을 법적으로 보완해 고쳐야 한다는 것은 나름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적 측면에서의 주장입니다. 

실제 현장 참여 세무대리인들의 생각은 이론과는 사뭇 다릅니다. 

앞서 언급했듯 국세청 사전 통지 후 세무대리인 등에게도 자연스럽게 알려지는 과정을 거치게 되니, 시차 상의 문제만 보정되는 것 이상의 의미도 없을뿐더러 해당 기업 담당 세무대리인이 조사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고 해서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일부 세무대리인들은 세무조사 착수 사실이 세무대리인에게 통지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이 된다면 업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실제 업계의 업무 관행상 경쟁 업체 대비 정보의 취득이 1분 1초라도 빠를 경우 세무조사 대리 업무 수임 등에서 이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것저것 다 따져보는 요즘 납세자들의 성향상 그 유리함이 절대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죠. 

오히려 이 '정보의 비대칭성'이 생기게 되면, 불필요한 시장의 혼탁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습니다.

통상 세무조사 대리 업무는 기장 및 세무조정 등 일반 업무 대비 상대적으로 큰 금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정보의 비대칭까지 발생하면 정보를 먼저 얻은 세무대리인이, 세무시장·조정 업무에 대한 수임료를 시장가보다 저가에 관리하는 미끼상품으로 내놓고 세무조사를 대리하는 영업이 횡행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기우(杞憂)에 가까울 수도 있지만, 과도한 수임경쟁으로 인한 '가격덤핑'이 고착화 된 현재의 세무대리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충분히 발생할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전 통지 대상이 늘어나는 효과가 동반되어, 그만큼 행정력이 낭비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무엇보다 개별납세자 과세정보에 대한 비밀유지는 개인정보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진 현대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을 고려하면 매우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습니다. 

세무조사 착수 등도 납세자 개인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과세관청이 납세자 개인 외 다른 관계인에게도 세무조사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도 감안해야 합니다.

일부에서는 제한적인 범위에서의 도입은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성실신고확인대상자(업종별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의 경우 세무사 등 대리인이 책임을 지고 성실신고를 보장했다는 측면에서 수임 납세자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 사실을 알리는 것은 명분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앞으로 이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 분명한 것은 개별납세자 과세정보를 다루는데 있어 철두철미한 원칙을 가진 국세청의 입장을 고려하면, 세무대리인 단체의 뜻이 이뤄지기는 대단히 힘들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굳이 이런 문제가 이슈화되지 않도록 법체계를 정비하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사실상 '사문화' 된 것이나 다름없는 세무사법 관련 조항을 폐지하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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