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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제보포상금 확대, '눈가리고 아웅'인 이유는?

  • 2024.01.26(금) 12:00

[프리미엄 택스리포트]택스형

국세청은 현재 국민들의 자발적인 '탈세 감시'를 유도하기 위한 차원에서 여러 '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 가장 대표적인 것은 '탈세제보 포상금제'입니다. 제도의 기본적인 작동 방식은 간단합니다. 

일반 국민이 특정인(또는 법인)의 탈세와 관련한 사안을 국세청에 제보하고, 국세청이 이 제보를 바탕으로 세무조사를 진행해 일정액(5000만원) 이상의 세금을 추징한 경우, 정해진 비율에 맞게 국가 예산에서 충당된 포상금을 제보자에게 지급하는 것이죠. 

국세청이 대한민국 경제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것으로 속속들이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니, 국민들의 눈을 행정력 가동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차원에서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는 제도입니다. 

엄청난 이슈화가 되지 않을 뿐 이 탈세제보 포상금제도를 둘러싸고 실제 경제현장에서는 '잡음'이 꽤 많습니다. 탈세제보 포상금 지급 요건이 상당히 추상적이어서 포상금 제보자와 지급자인 국세청이 소송전을 벌이는 등 제도의 취지와는 동떨어진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죠. 

포상금 지급 요건의 핵심이 탈루세액 등을 추징하는데 있어 스모킹건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자료'가 제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제보내용이 대단히 구체적이어서 탈루세액 산정에 실질적 기준이 되고 이를 통해 본세 기준 5000만원 이상의 세금 추징이 이루어지면서 조세불복 대상이 되지 않아야만 온전히 포상금 지급 요건을 채운 것으로 판단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죠. 

제보내용을 바탕으로 세무조사를 진행했는데, 제보내용에서 비롯된 세금 추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거나 추징 기준액에 미달하면 포상금은 한 푼도 지급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어처구니 없는 내용을 제보했다고 해서 포상금을 지급한다면 이는 '예산낭비'로 이어지고, 조세정의 확보 차원에서 도입된 탈세제보 포상금 제도가 허위제보 등에 몸살을 앓는 애물단지 제도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에 제보 내용의 신빙성 및 실효성에 대한 확보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를 너무 신줏단지 모시듯 하고 있다면 이 제도를 둘러싸고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기가 불가능합니다. 

통계수치를 살펴보겠습니다. 

국세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탈세제보 접수건수는 총 1만7777건(전년 미처리 이월분 포함시 2만5833건). 

이중 국세청은 1만9903건을 처리하면서 총 1조466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에 대비해 탈세제보 포상금 지급실적은 연중 신규 제보건 대비 2%, 추징세액 대비 1% 남짓에 불과한 372건, 150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세청 입장에서 제보건의 70% 이상은 분명 '쓸모'가 있는 제보건이었며 이를 통해 제보건당 5200만원 이상의 세금을 추징하는, 엄청난 가성비를 뽑아먹어 놓고 포상금은 말 그대로 '찔끔' 주고 말았으니, 나름 큰 위험부담을 안고 뛰어들었다 생각하는 제보자와 국세청간 소송전을 불사하는 험악한 일들이 생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싶습니다. 

뜬금없이 탈세제보 포상금 제도를 언급하고 나선 이유는 최근 국세청이 탈세제보 포상금 지급액을 늘리겠다는 발표를 했기 때문입니다. 무언가 큰 변화가 있는가 싶어 내용을 살펴봤더니, 이런 행정조치야 말로 '눈가리고 아웅' 이다 싶었습니다. 

국세청은 오는 5월부터 탈세제보 포상금 산정시 본세만 기준하던 것을 고쳐 무·과소 신고 가산세 및 납부지연 가산세액도 기준에 포함시켜 포상금 지급액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예를 들어 국세청이 탈세제보를 기반으로 본세 5억원과 가산세 등 3억원 총 8억원을 추징했다면 현재는 본세 5억원에 대한 포상금이 지급되지만 앞으로는 8억원에 대해 포상금을 계산해 지급하겠다는 것이죠. 

현행 포상금 지급률을 적용해 보면 현재 기준으로는 1억원을 받지만(5억원×20%), 5월 이후라면 1억4500만원(5억원×20% + (8억원-5억원)×15%)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포장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뜯어보면 실제 포상금을 받아가는 제보자에게 지급하는 액수만 늘려주겠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소위 '분쟁의 소지'나 다름없는 중요한 자료 제출이라는 조건에 대한 수정이 가해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별반 긍정적 효과를 몰고 올 정책적 변화라고 평가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기왕 탈세제보 포상금 지급액을 늘리겠다 마음 먹었다면 좀 더 공격적인 정책변화를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문제의 핵심인 '중요한 자료' 필요충분조건은 미흡하더라도, 제보건을 바탕으로 국세청이 전혀 인지하고 있지 못한 영역을 검증해 탈법 사실을 밝혀내고 응분의 세금 추징이 이루어지는 필요조건이 채워졌다면 제보자의 '공익기여'에 대한 최소한의 수준에서라도 소정의 금전적 보상을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합니다. 

제보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었을 것을 제보를 통해 본류는 아니더라도 지류를 찾아냈다라면 국가 입장에서는 분명 득인 것인데, 본류가 아니었으니 이건 우리가 잘해서 만들어 낸 것이고 당신은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라는 식의 배짱을 튕기는 것은 그야말로 '놀부심보' 아닐까요?

지금 당장 다시 제도를 고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차제에 국세청이 보다 전향적인 태도로 탈세제보 포상금 지급요건을 손질하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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