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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색 번호판 車' 타고 꽃구경…사장님, 이래도 됩니까

  • 2024.04.15(월) 12:00

법인차 비용 처리와 운행기록부 작성

# 얼마 전, 충남 지역 내 벚꽃 명당으로 유명한 동학사(계룡산)를 찾았다. 취재 활동이 아닌 가족들과 벚꽃 축제를 보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축제는 명성에 걸맞게 일대의 교통혼잡까지 만들었는데, 유독 눈에 띄는 승용차가 있었다. 법인 명의를 의미하는 '연두색 번호판'이 부착된 제네시스였다. 혼잣말로 "주말에 법인 차를 끌고 놀러 오네"라고 했더니, 이 말을 들은 아내는 "업무일 수도 있지 않느냐"고 했다. 그런데 이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누가 봐도 가족 단위, 차림새는 나들이에 적합한 복장이었다. 

회사 소유인 차량을 임직원(또는 개인사업자)이 몰 때, 국세청에서 '업무냐, 사적 용도냐'를 명확하게 구분해 세법상 비용을 판단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하면 모를까. 이런 측면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게 '업무용 승용차 비용 특례제도(2016년 시행)'다. 세법에서 정한 요건·기준을 갖추었을 땐 필요경비로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올해 출고한 법인차량이 고가(차량가액 8000만원 이상)라면 연두색 번호판까지 달게 했다. 

앞선 사례처럼 주말, 그것도 관광지에 법인차량을 끌고 왔다면 이를 업무 목적이라고 주장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되레 회사 자산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단 의심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법인차량의 업무 관련 비용은 어느 정도 인정되며, 세무 의무를 어겼을 때 불이익은 무엇일까. 

법인차량에 드는 돈, 비용 인정받으려면

사실 어떤 법인의 대표이사가 법인차량을 근무일이 아닌 휴일에 몰았어도, 회사 내규를 어떻게 정해뒀는지 모르기 때문에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순 없다. 다만 세법상으론 이 부분이 법인세 감면으로 이어지는 만큼, 이른바 '세금 규제'는 당연한 절차다. 

회사에서 차량을 취득·유지한다면 감가상각비·유류비·보험료 등 각종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 지출을 업무사용분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①업무 전용 자동차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②운행기록부를 작성해야 한다. 

비용 처리에 한도는 있다. 보험만 가입했으면 연 1500만원(부동산임대업 500만원)까지만 비용으로 인정되며, 운행일지를 기록했을 땐 '총 주행거리에서 업무용 사용 거리가 차지하는 비율'만큼 추가 공제받는 구조다. 장부엔 출퇴근·회의 참석 등 업무 목적에 더해 누가 얼마만큼의 거리를 주행했는지 적어야 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관련 비용 전액이 손금불산입 대상"이라고 말했다. 

고가의 차량을 활용해 단기간에 비용으로 처리하는 행태를 막고자 '연 감가상각비 한도(800만원)'도 두고 있다. 특례제가 시행되기 전까진 차의 종류와 관계 없이 차량을 샀을 때 감가상각비로, 리스로 처리하면 리스료 납부 전액을 특별한 조건 없이 모두 비용 처리 받을 수 있었다.

운행일지 '쓰고 안 쓰고' 차이는 

가령 ①A사 차량이 한해(사업연도)동안 5만km를 달렸고 ②운영비로 5000만원을 썼으며 ③운행기록부상 업무 용도로는 4만km를 달렸다고 해보자. 이 차량은 주로 회사 대표가 몰았다. 

이 경우라면 전체 차량 운영비에서 80%(4만km/5만km)인 4000만원만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운행일지가 기록되지 않은 20%인, 1000만원은 이 차량을 모는 대표의 상여금으로 처리된다. 결과적으로 A사는 1000만원 만큼 손금 인정을 받을 수 없어 법인세를 더 내야 하고, 대표로서는 그만큼 소득이 늘어나기 때문에 소득세 부담이 커진다. 

업무용 사용 거리, 어디까지 인정될까

업무용 사용 거리를 판단할 땐, '어디를 갔느냐'가 아닌 '어떤 목적으로 갔는지'가 중요한 잣대다. 제조·판매시설 등 해당 법인의 사업장 방문, 거래처·대리점 방문, 회의 참석, 판촉 활동, 출·퇴근 등 직무와 관련된 업무 수행을 위해 주행한 거리로 본다. 

거래처 접대를 위한 운행도 업무 목적에 포함된다. 앞서 언급한 사례인 주말 벚꽃 축제에 법인차량을 타고 갔더라도 개인의 취미 활동이 아닌 접대 목적이라면, 운행일지에 업무용으로 작성해도 된다. 회사와 관계있는 사람의 경조사에 방문하기 위해 법인차량을 끌어도 업무용으로 본다. 복리 후생 목적이 강하기 때문이다. 

사적 사용 마세요, 세금 추징됩니다

국세청이 거래처에 방문한 것인지, 개인 목적으로 간 것인지 어떻게 알까. 

법인은 차량 운행일지에 대해 소명해야 할 의무(업무용 승용차 운행기록 방법에 관한 고시 3조)가 있다. 개인 목적으로 운행한 내역을 일지에 업무용으로 기재했을 때 금새 들통난다는 소리다. 운행일지를 허위로 작성해 세무 신고시 제출하고 소명할 수 없다면, 해당 차량 관련 유지비용은 당연히 부인되고 추가로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운행기록부(업무 사용 비율)를 허위로 작성했거나, 근무하지 않는 대표자 배우자가 법인차량을 사용한 부분 등이 주요 사적 사용 추징사례로 꼽힌다. 

법인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했을 땐 법인세 탈루로 이어지는 만큼, 강도 높은 규제가 필요하단 지적도 있다. 한국은 운행기록이란 증거를 남기지 않아도 1500만원을 넘지 않은 차량 유지비를 회사 경비로 처리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세법에 적용받는 모든 업무용 차량의 운행기록부 작성이 의무화다. 업무용으로 사용했단 기록이 제출되지 않았다면 어떠한 세제혜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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