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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커진 근로장려금, 국세청의 고심 '2가지'

  • 2024.03.21(목) 09:46

국세청, 조세연에 '복지세정' 관련 연구용역 발주
"불만 민원 축소·복지세정 전담 조직 신설 위함"

고등학교 재학 중 미혼인 상태로 임신·출산을 하고 중학생 자녀를 키우는 30대 한부모 가장부터, 네 자녀를 키우는 50대 다둥이 아빠까지. 근로장려금을 받은 근로자 대다수는 장려금이 가계소득에 큰 도움이 됐다고 답한다(국세청 설문조사에서 93.4%가 가계소득에 기여한다고 응답). 

그런데 이런 복지 혜택에도 잡음이 나온다. '나는 왜 안 주냐, 줬다가 뺏는 게 기분 나쁘다'라는 식의 민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근로장려금 지급·심사를 담당하는 세무서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별도의 전담 조직이 없다 보니 업무 가중(타 부서에서 차출)에 시달린다고 한다. 현재 국세청은 '2가지' 안을 고심하고 있다. 하나는 불만 민원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는지이고, 또 하나는 세정 업무를 전담할 조직의 신설 여부다. 

근로장려금 '불만 민원' 왜 나올까

한국은 일을 하고 있어도 가난한 '근로빈곤층'이 갑작스러운 경제적 위기를 벗어나게끔 하는 소득 보장지원책을 갖고 있다. 이는 근로장려세제(EITC)로, 세법에서 정한 가구 구성·소득 수준에 따라 최대 33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2022년 현재, 근로장려금을 받은 가구 수는 426만 가구에 달한다. 이들 가구에 지급된 금액은 4조7254억원으로, 지급 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근로장려금은 장단점이 모두 공존한다. 장려금의 효과(가계소득 기여)를 장점으로 꼽자면, 반대로 구조적 환수 발생은 국세청 내 골칫거리다. 예컨대 장려금을 받은 뒤 향후 정산 때 차감된다든지, 신청 안내문을 받은 근로자가 정작 지급 심사 때 제외되는 사례를 주요 불만 민원으로 볼 수 있다. 이에 국세청이 꺼낸 게 복지세정업무의 대대적인 손질이다. 

21일 국세청에 따르면, 국세청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을 통해 '복지세정업무의 효율적 수행방안'을 주제로 한 연구용역을 진행(7월 마무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①장려금 지급 제외 등으로 인한 불만 민원 축소 ②세무서 내 복지세정 전담조직 설치 필요성 등이 연구 목표다. 

이 제도를 본떠 온 미국에선 재산 자체를 보지 않는다. 오로지 소득(근로·금융 등)으로만 따져 장려금 지급 대상을 정한다. 한국은 금융재산을 확인하는 작업이 구조상 오래 걸린다. 이렇다 보니 소득 기준으로 장려금 신청 안내문을 보내고, 이후 지급 심사땐 재산요건(전년도 6월 1일 현재, 가구원 전체의 재산합계액이 2억4000만원 미만) 미달로 지급이 제외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반기 지급에 따른 정산·환수 과정에서도 민원이 발생한다는 게 문제다. 상반기분 장려금은 전년도 가구·소득·재산요건에 따라 12월에 먼저 지급하고, 이듬해 6월에 그해의 가구·소득·재산요건으로 정산해서 추가 환급하거나 환수하게 된다. 환수 대상자라면 '줬다가 뺏는 격'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국세청 관계자는 "구조적으로 전년도 기준을 쓸 수밖에 없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세무서 내 '별도 조직' 필요하다는데

시계를 2008년으로 돌려보자. 그해엔 세무서 내 소득지원과가 생겼고, 이듬해부터 장려금을 지급했다. 2006년에 EITC를 도입하면서 합의한 내용이었다. 이후 해당 업무는 소득지원과에서 소득세과·개인납세과로 이관됐으며, 개인납세과가 분리되면서 현재는 부가가치세·소득세과에서 맡고 있다. 굳이 조직의 변화를 나열 한데는 세무서 내 장려금 관련한 별도 조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일선에서 장려금 업무를 맡아본 국세청 한 관계자는 "과거엔 1년 단위 신고인데 별도 조직은 너무 비효율적이란 의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현재는 1년에 3번 신고가 있어, 소득·부가세과에서 중복 업무를 하기엔 무리가 많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굵직한 세금 신고(5월 종합소득세 등) 땐 업무 부담을 가중시킨다. 

중장기적으론 업무 프로세스·조직 개편이 필요해 보인다. 장려금 업무만 담당한다면 별도의 조직 신설은 비효율적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복지세정으로 범위를 넓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취업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용근로자의 월별 소득 자료를 확보(고용보험 사각 해소)하는 제도가 만들어지면서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이 전통적으로 징세업무를 해왔고, 최근엔 복지세정업무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도 고려해서 연구용역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각에선 별도의 조직 신설이 어렵다면 인원 충원을 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근로장려금 지급 기준서 '(금융)재산' 빠질까

지난 2021년 한국재정학회는 국세청 의뢰로 진행한 '근로·자녀장려금 수급 편의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 연구용역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당시 보고서를 통해 현행 재산기준에서 금융을 제외하는 대신 금융소득(이자·배당소득 등) 중심의 '컷오프' 기준을 별도로 설정하고, 금융재산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가액으로 수급자격을 따지자고 했다. 

국세청이 각 금융사로부터 자료를 받는 데는 약 2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금융재산을 제외한다면 근로활동 참여에 의한 소득 중심으로 데이터를 구할 수 있어, 근로자가 신청하지 않더라도 수급 대상을 대부분 확인·결정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 지급 지연에 따른 민원 불만도 덜 수 있다. 수급자격을 근로·사업소득으로만 따지고 재산은 제외하자는 파격적인 안도 있었다. 

그러나 금융재산을 제외했을 땐 자칫 '부자 복지'로 비추어질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도 "국민 정서로 보면 부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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