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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시간여행]③응답하라 2013

  • 2023.02.22(수) 17:00

90년대 추억을 소환했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기억하시나요. 1세대 아이돌의 대표주자인 H.O.T.가 나왔던 '응답하라 1997', 농구대잔치와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왔던 '응답하라 1994', 그리고 쌍문동을 배경으로 했던 완결편 '응답하라 1988'까지 온국민이 추억에 흠뻑 빠졌었죠.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응답하라 1994'가 나왔던 2013년의 연말정산은 어땠을까요. 당시 국세청은 연말정산 간소화 홈페이지(www.yesone.go.kr)를 통해 소득공제 증명자료를 조회한 직장인이 1000만명을 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연말정산을 도와주는 콘텐츠도 풍성해졌습니다. 직장인이 자신의 연말정산 내용을 스스로 검토할 수 있는 '대화형 소득공제 자기검증 프로그램'이 등장했는데요. 요즘 많이 나오고 있는 인공지능 AI 챗봇과 비슷한 방식이었습니다. 

환급받을 세액을 미리 알아볼 수 있는 '연말정산 자동계산 프로그램'도 있었고, 유튜브처럼 동영상으로 보면서 신고서 작성을 따라할 수 있는 '교육용 이러닝(e-Learning) 동영상'도 나왔습니다. 

10년이 지난 2023년 국세청은 더욱 정교화시킨 'AI세금비서' 개발 계획을 발표했고, 유튜브에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9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는데요. IT기술과 콘텐츠가 한 박자 빠르게 접목되면서 직장인과 사업자들은 매년 진화한 납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죠. 

2013년 국세청 연말정산 안내 콘텐츠(출처: 국세청)

거위털로 시작된 대재앙

연말정산에 임하는 직장인들도 신고서 작성과정이 다소 번거롭긴 했지만, '13월의 월급'을 환급받는다는 마음으로 묵묵히 잘 견뎌왔는데요. 이런 직장인들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바로 2013년 거위털 사건입니다. 

"거위가 고통을 느끼치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것이 세법개정안의 정신입니다."

당시 조원동 경제수석의 발언은 직장인들의 거센 반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졸지에 '거위'로 비유된 직장인들은 깃털을 살짝 빼내려는 정부의 방침에 분노했는데요. 

바로 2013년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서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신용카드 공제도 폐지하는 내용이 문제였습니다. 총급여 3450만원을 넘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세액공제 전환으로 인해 세금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었죠. 

결국, 직장인들의 민심에 부담을 느낀 박근혜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 지시를 내렸고 사상 초유의 세법개정안 리콜이 이뤄졌습니다. 기획재정부가 다시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총급여 5500만원을 넘는 직장인들의 세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수정됐지만, 저소득 직장인들의 세부담 급증 사례가 속출하면서 대혼란에 빠졌습니다. 

2013년 기획재정부 세법개정안 세액공제 관련 문답자료(출처: 기획재정부)

역사의 큰 오점을 남기다

세법개정을 통해 달라진 연말정산은 2014년 귀속 소득부터 적용했기 때문에 사실상 2015년 초에 진행한 연말정산에서 그 효력을 발휘했는데요. 세부담이 확 늘어난 연말정산을 경험하게 된 직장인들의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국회는 그 해 5월 임시국회를 열어서 연말정산 재환급을 해주는 소급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직장인들의 조세저항을 잠재우기 위해 졸속으로 세법을 개정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한 국회의원은 "역사의 큰 오점이 될 세법개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관련기사☞ "연말정산 세법 개정은 역사의 큰 오점"

우여곡절 끝에 법안이 통과되자 국세청도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직장인 638만명에게 소득세를 환급해주기 위해 비상 체제를 운영했는데요.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연말정산을 한번 더 하게 되면서 '국세청 개청 이래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고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2015년 연말정산 재정산 환급 안내(출처: 국세청)

편리한 연말정산 탄생

연말정산에 대한 직장인들의 불만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동안 지속됐는데요. 2016년 1월부터 연말정산에 임하는 직장인들의 반응이 갑자기 달라졌습니다. 바로 국세청이 내놓은 '편리한 연말정산 서비스' 때문이었죠. 

기존에는 국세청이 간소화서비스를 통해 제공한 소득공제 자료를 내려받아서 직장인이 직접 한글문서로 하나씩 작성해야 했지만, 2016년 자동으로 채워주는 기능이 등장하면서 직접 입력할 사항이 확 줄었습니다.  

관련기사☞ 편리한 연말정산, 써봤더니 '대박'

국세청 홈택스에서 연말정산 공제신고서가 자동으로 작성되는 시대가 열린 겁니다. 연말정산에 필요한 시간은 불과 5분 내외로 단축됐고, 납세협력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됐습니다. 

2016년 편리한 연말정산 서비스 화면(출처: 국세청)

스마트폰으로 연말정산하는 시대

편리한 연말정산 서비스는 직장인들의 귀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도와줬습니다. 마치 세탁기나 건조기, 식기세척기를 가정에 들여놓을 때처럼 놀라운 경험을 선사했는데요. 2021년까지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PC버전 '홈택스'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2022년 1월 연말정산부터 모바일 앱 '손택스'에서도 연말정산 신고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연말정산이 한방에 해결되는 시대가 열린 겁니다. 

2022년 손택스 연말정산 화면(출처: 국세청)

2021년부터 카카오톡이나 PASS를 통한 간편인증이 도입되고, 2022년 네이버도 간편인증이 가능해지면서 연말정산에 소요되는 시간은 점점 더 짧아지고 있습니다. 2022년 출시된 더존의 '나하고(NAHAGO)' 앱을 통해 연말정산을 진행하면 신고서 제출까지 1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그 동안 연말정산에 임하는 직장인들의 자세도 많이라졌습니다. 연말정산은 골치 아픈 절차가 아니라, 빠르고 간편하게 세금을 돌려받는 서비스로 진화했는데요. 

1999년 god가 데뷔했던 시절에 사회 초년생이었던 직장인들은 어느덧 회사의 리더가 되었고, 그때 태어난 아기들은 이제 직장생활을 시작할 나이입니다. 

연말정산은 99년입사, 99학번, 99년생 모두 예외없이 스스로 진행하는 절차이기도 합니다. 직장인 2000만명의 연말정산이 올해도 국세청 홈택스와 손택스의 간소화서비스를 통해 마무리됐는데요. 

결국엔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시각도 있지만, 2월 월급날에 두둑한 세금환급액을 확인하면 또 기분이 좋아지겠죠. 올해 연말정산에서 과연 얼마를 환급받게 될지, 그리고 내년 연말정산에는 또 어떤 IT기술과 콘텐츠가 입혀질지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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