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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극장]잃어버린 26년 농사인생

  • 2020.09.21(월) 16:11

공무원과 농사 병행, 자경농지 감면 불가 판정

#17세 땅부자 등장
"땅을 사줄 테니 이제부터 농사를 짓거라."
"할아버지! 저는 겨우 고등학교 1학년인걸요?"
"주경야독하면서 차근차근 농사를 배워보려무나."

충청남도의 부농 집안에서 태어난 김모씨는 어린 시절부터 어깨 너머로 농사를 지켜보며 자랐습니다. 

농사가 고생스럽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집안 대대로 일궈온 땅을 모른척 할 순 없었어요. 끝이 보이지 않는 드넓은 평야를 바라보면서 언젠가는 자신도 농사를 짓게 될 운명임을 직감했죠. 

그가 고등학교에 입학하자 할아버지가 파격적인 제안을 해왔는데요. 농지 2293㎡를 취득해서 그에게 물려주고, 직접 농사를 짓게 한 것이었어요. 대학교도 농대에 입학하면서 차세대 영농 후계자로 만반의 준비를 끝냈어요. 

#원조 비대면 수업
"유신헌법에 따라 우리 대학도 휴교령이 내려졌습니다."
"교수님! 그러면 저희 수업은 어떻게 받습니까?"
"각자 리포트를 작성해서 우편으로 보내면 됩니다."

부푼 꿈을 안고 대학 생활을 시작했지만 정상적인 수업을 받을 수 없었는데요. 유신헌법이 선포되면서 김씨가 다니던 학교도 휴교의 후폭풍을 맞게 됐어요. 한 학기에 20일 정도만 대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나머지는 우편을 통한 비대면 수업으로 대학생활을 했죠. 

수업이 없는 날에는 고향으로 돌아와서 할아버지와 함께 농사를 지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대학을 졸업하고 군복무까지 마쳤는데, 이번에는 취업이 잘 되지 않았어요. 한동안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고향에서 계속 농사를 지어야 했죠. 

하지만, 전역 후 10개월 만에 전혀 예상치 못한 기회가 찾아왔어요. 그가 다니던 대학에서 공무원 임용 추천을 받게 된 것이었죠. 식품학을 전공하고 1급 기사 자격증까지 소지한 그는 공무원 특별채용 요건을 갖춘 맞춤형 인재였어요. 

#공무원 수시 면접
"스펙이 좋군요. 군대는 다녀왔습니까?"
"네, 학사장교로 군복무를 마쳤습니다."
"좋습니다. 다음 주부터 당장 출근하세요."

면접을 통과한 그는 공무원으로 특별 채용됐어요.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됐지만, 박봉의 월급 때문에 농사를 그만둘 수는 없었는데요. 

그가 보유한 땅에는 비교적 일손이 덜 가는 논농사를 짓기로 했죠. 오토바이를 구입해서 퇴근 후에도 논에 가서 일을 했고, 주말과 공휴일에도 어김없이 농사에 전념했어요. 

다만, 공무원 일을 하면서 혼자 농사를 짓기에는 버거웠기 때문에 아버지의 도움도 받고, 동네 이웃에게 농사를 맡기기도 했어요. 

#토지수용 대박 사건
"형님! 우리 마을이 개발된다는 소식 들으셨죠?"
"나도 듣긴 했는데 어디인지 혹시 아는가?"
"바로 형님 땅이 포함됐어요. 지금 농사짓는 그 땅이요."

김씨가 공무원 생활 내내 농사를 짓던 땅은 국가의 공익사업 개발계획에 포함됐는데요. 보유하던 토지의 소유권을 국가에 넘기는 대신 보상금을 받게 됐죠. 

그는 평생 농사를 지어왔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도 당연히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국세청에서는 46년의 보유기간 중 자경기간을 고작 2년만 인정하고, 양도세를 내라고 통보했어요. 

김씨 입장에서는 실제로 농사에 전념하던 기간이 2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죠. 그는 대학 시절과 군대 제대 후 기간, 초창기 공무원 근무 기간 등을 합쳐 자경기간이 26년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어요. 

#가방끈 긴 부자 농부
"고등학생 손자가 농지를 증여받을 정도로 잘 사는 집이었죠?"
"그게 자경요건과 무슨 상관입니까? 저는 농사를 직접 지었어요."
"공무원 시절 석사와 박사 학위도 취득했군요. 농사는 언제 지었나요?"

국세청은 김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자경 요건을 충족하려면 본인 노동력의 절반 이상을 투입해야 하는데, 김씨는 학업과 공무원 생활 등을 병행하면서 농사에 전념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죠. 

김씨가 농사를 지었다는 증거로 제출한 비료 영수증도 허위 증빙으로 확인됐는데요. 국세통합전산망을 보면 그가 비료를 구입했다고 주장한 시기의 판매처 주소가 달랐어요. 

알고 보니 비료 판매처가 이사를 했는데, 비료를 구입했을 당시의 주소가 아니라 현재의 주소가 적혀있던 것이었죠. 김씨는 뒤늦게 인우보증서와 자기기술서 등을 제출했지만, 허위 증빙을 제출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모두 인정받지 못했어요. 

조세심판원도 김씨가 국세청에 양도세를 내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조세심판원은 "자신이 보유한 농지에서 일시적으로 농작업을 도와준 것일 뿐, 농사에 전념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 절세 Tip

8년 이상 직접 경작한 토지의 양도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양도세를 100% 감면한다. 직접 경작 요건을 충족하려면 소유 농지에서 상시 종사하거나, 농작업의 2분의 1 이상을 자기 노동력에 의해 경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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