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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싱글 직장인은 정말로 '독신세'를 내고 있을까?

  • 2024.02.23(금) 12:00

1인 가구 세 부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니

배우 김승수 씨가 한 예능에서 "독신세를 내고 살고 있다"고 발언한 모습. [출처: SBS 미운우리새끼 캡쳐]

나 같은 사람이 (나라를) 좀 먹는 존재라 하는데, 혼자 있으면서 독신세를 내고 살고 있다

50세가 넘도록 혼자 살고 있는 배우 김승수 씨가 한 예능에서 한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미혼이라고 구박하는 이모들에게 반박하며 한 항변이다.

독신세(싱글세)는 20년 전인 지난 2005년 처음 등장했다. LG경제연구원이 '저출산 시대의 경제 트렌드와 극복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독신세를 제안한 후, 현재까지 찬반 의견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독신세 논란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독신세 부과 자체에 대한 찬반과 이미 독신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것과 아니라는 의견의 대립이다.

엄연히 말하면 우리나라는 독신세 명목으로 부과하는 세금이 없다. 배우 김 씨가 말한 독신세는 사실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은 세금이다.

세목에도 없는 독신세 논란 왜?

그렇다면 김 씨는 왜 사실상 독신세를 내고 있다고 말한 것일까?

이는 우리나라 과세체계 때문이다.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세제혜택을 많이 받는 연말정산 과정이 미혼 근로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느껴진다.

연말정산은 크게 인적공제, 소득공제, 세액공제 등을 거쳐 결정세액이 정해지는데 인적공제는 근로자 본인과 그 부양가족에 대해 1인당 150만원의 공제를 해주는 것이다.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공제액이 클 수밖에 없으며 1인 가구 근로자라면 당연히 150만원의 본인 인적공제만 가능하다.

1인 가구가 유일하게 받을 수 있는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 소득공제마저도 부양가족이 많을 수록 사용액이 많기 때문에 기혼 근로자와 비교했을 때는 공제액이 적을 수밖에 없다. 교육비, 의료비 자녀세액공제 등도 부양가족이 있어야 받을 수 있는 공제혜택으로, 연말정산을 하다 보면 미혼과 기혼 근로자의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 100% 발생한다.

저소득 근로자에게 주는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도 가구원 수가 많아야 유리하다. 올해부터 소득기준이 연 7000만원 미만(기존 4000만원 미만)으로 많이 늘어난 자녀장려금의 경우 1인당 지급액이 8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으로 늘었다. 이것도 자녀가 있어야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

미혼 근로자 입장에서는 기혼 근로자와 똑같이 일하는데, 세금을 더 부담하는 억울한 상황처럼 느낄 수 있다.

이런 논란이 확연히 드러난 사건이 지난해 10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싱글세, 딩크세 도입하자"는 글이다.

해당 글 작성자는 "지금 자식 낳은 사람들과 그 자식들은 뭔 죄냐. 지금 그 사람들은 자녀부양에 실질적인 지원을 받는 것도 없는데, 왜 30년 뒤에 그 자식들이 자식 안 낳은 사람들을 부양해야 하는가. 애 안 낳은 사람들은 미래에 자신을 부양할 아이들을 위해서 세금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댓글에서는 전쟁이 벌어졌다. "연말정산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미 싱글세 받고 있다", "내가 수십 년 낸 세금으로 노년의 날 부양하는 거지. 무슨 다른 사람 자녀가 날 부양하냐", "지금도 세금 무지막지하게 가져가는데 뭔 싱글세냐. 다들 사정 있어서 결혼 못하고 사는 사람도 많다", "서로 좋아서 대책 없이 애 낳아놓고, 가만히 잘 사는 싱글들 보니 배가 아프냐"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반대편에서는 "내가 낸 세금만으로 내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다. 정부에서 세금을 기업 유보금처럼 쌓아 두느냐", "지금 결혼해서 애 낳는 사람들은 뭐 특별하고 부유하냐. 다 똑같은데 애 낳은 것이다", "국가에 도움 되는 것은 결혼한 사람들인데 미혼과 기혼의 차등을 둬야 결혼을 한다", "지금 놀면서 행복만을 쫓는 애들이 나중에 아파서 드러누우면 국가 돈으로 치료해야 한다. 이에 싱글세를 걷어야 한다"며 치열한 대립이 이어졌다.

대한민국 미혼 근로자, 얼마나 더 내고 있나

미혼 근로자가 간접적으로나마 독신세를 내고 있다는 주장이 성립하려면 기혼 또는 자녀가 있는 근로자보다 많은 세금을 내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미혼 근로자는 기혼(자녀 2명) 근로자에 비해 세금을 얼마나 더 부담하고 있을까?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공개한 OECD 국가 38개국의 2022년 소득세 실효세율(소득세+사회보장료-현금복리후생)을 살펴보면 평균소득 근로자 중 미혼 근로자의 실효세율은 OECD 평균 24.6%, 자녀가 2명 있으면서 외벌이인 근로자는 14.1%로 10.5%포인트 차이 났다.

38개국 중 미혼과 기혼(자녀 2명) 근로자의 세 부담 차이가 큰 국가는 폴란드로 25.3%포인트 차이가 났으며 2위는 룩셈부르크 23%포인트, 3위 체코 22.9%포인트, 4위 오스트리아 21.3%포인트, 5위 벨기에 19.3%포인트였다. 미혼 근로자의 세금 부담이 가장 컸던 독일의 경우 미혼 근로자 실효세율은 37.4%, 기혼 근로자는 19.5%를 부담, 미혼 근로자가 17.9%포인트 세금을 더 냈다.

우리나라는 미혼 근로자의 세금 부담이 15.8%, 기혼 근로자는 11.6%를 부담해 4.2%포인트 차이났다. OECD국가 중에서는 32위에 그쳤다.

최근 저출산 대책 재원 마련을 위해 전 국민에게 1인당 500엔(약 4500원)의 저출산세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일본의 경우 미혼 근로자가 부담하는 소득세는 22.3%, 기혼 근로자는 16.3%로 이 둘의 격차는 6%포인트(OECD국가 중 27위)다. 일본의 2022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1.26명으로 같은 기간 0.78명을 기록한 우리나라보다 높은 데도 저출산세를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러시아도 저출산 극복을 위해 소득의 6%를 무자녀세로 부과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경제활동인구 감소, 의료비와 사회복지비용 등 늘어나는 재정 부담에 고민이 깊어지면서 일부 국가는 '증세'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한편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6명대로 감소하고 생산연령인구가 급감하면서 2050년 경제성장률은 0%, 2070년 총인구는 4000만명 이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독신세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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