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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통보된 5년치 프리랜서 세금
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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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3-15 08:20

[커버스토리] 프리랜서 세금폭탄 사건의 전말
보험모집인 무더기 세금 추징..경비처리가 문제

▲ 그래픽 : 변혜준 기자/jjun009@
 
보험모집인(보험설계사)과 자동차 딜러 등 프리랜서를 상대로 한 초대형 세무사기 사건이 터졌다.
 
사기를 친 세무사는 합법적으로는 불가능한 세금환급을 약속하며 프리랜서들로부터 세금신고대행 업무를 무더기로 수임했고, 환급을 위해 허위로 신고했다가 뒤늦게 적발됐다.

관련 프리랜서들은 국세청으로부터 5년 전인 2011년 이후의 종합소득세 신고가 모조리 잘못됐다는 내용의 통보를 최근에서야 받았다. 애초에 세무대리인을 통해 신고한 내용이 허위였으니 새롭게 증빙 자료 일체를 제출하라는 요구다. 증빙을 제출하지 못할 경우 덜 낸 종합소득세와 가산세를 합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세금을 내야하는 상황이다.
 
사기 행각의 주인공인 유모 세무사는 서울 봉천동에서 세무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온라인 광고와 오프라인 설명회 등을 통해 세금환급과 저가수임료를 약속하며 고객을 대거 유치했다.
 
유모 세무사에게 세무대리를 맡긴 프리랜서는 현재 확인된 인원만 5000여명에 이른다. 국세청이 유사한 사례를 계속 찾고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관련된 프리랜서가 1만명을 웃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부를 작성하는 기장대리업무를 기준으로 세무사 1명당 100~200개 사업자의 세무대리를 수임하는 것과 비교하면 지극히 비정상적임을 알 수 있다.
 
▲ 유모 세무사에게 사기를 당하고 거액의 세금을 물게 된 프리랜서들이 서울지방국세청 앞에서 정기적으로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 프리랜서 세무사기 대책위원회 온라인카페
 
유모 세무사로부터 사기를 당한 프리랜서들은 국세청이 요구하는 증빙을 못하면 처음 신고할 때 낸 소득세를 다시 계산해서 더 내야 하고, 허위증빙을 제출한데 따른 부당신고가산세 40%와 납부불성실가산세(연 10.95%)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5년 전인 2011년 신고분의 경우 본래 납부해야 할 세금에 더해 약 95%에 달하는 가산세를 물어야 하는 것이다.
 
또 소득이 일정 규모(연 7500만원)를 넘어 회계장부를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사업자(복식부기의무자)가 장부를 작성하지 않았을 경우 무기장가산세(20%)도 물어야 하는데, 유모 세무사에게 세무신고를 맡긴 프리랜서 중 상당수가 장부작성 의무가 있음에도 장부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프리랜서들은 세무사기를 당한 것이지 탈세를 한 것은 아니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온라인 카페를 개설해 모임을 갖고 국세청 앞에서 단체시위를 하는 등 집단행동을 하고 있지만 과세당국은 강경한 입장이다. 세법상 소득세는 자진신고 세금인 데다 증빙서류를 5년간 보관하도록 하는 의무도 있어서 입증서류가 없으면 합법적인 구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 프리랜서들 어떻게 신고했길래
 
프리랜서들은 일반적으로 소득이 발생하면 사업소득으로 구분돼 3.3%(소득세3%+지방소득세 0.3%)의 세금을 떼인다. 이후 매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때 본인이 돈을 벌기 위해 쓴 비용(필요경비)을 반영해서 정산을 한다. 필요경비가 많으면 세금을 돌려 받을 수도 있고 적으면 세금을 더 토해내야 한다. 근로자의 연말정산과 유사한 방식이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프리랜서들은 당초 세금을 토해낸 쪽보다 세금을 돌려 받는 쪽에 속했다. 유모 세무사가 세무대리 계약을 할 때 일정 수준의 환급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모 세무사가 2010년에 프리랜서들에게 뿌린 홍보전단에는 수입금액(매출)별 환급액이 적혀있다. 매출 5000만원이면 3.3% 원천징수로 세금 165만원을 내는데 자신에게 수수료 10만원을 주면 그 중 132만8000원을 환급해 준다는 식이다.
 
세금이 얼마나 나올지는 1년 간 벌어들인 소득에서 지출된 필요경비를 따져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환급을 약속한 황당한 계약을 한 셈이다.
 
▲ 유모 세무사가 2011년에 배포한 종합소득세 환급 홍보 전단지 내용
 
하지만 유 세무사는 말이 안되는 환급약속을 지켰다. 약속한 환급액을 맞추기 위해 증빙자료도 없이 프리랜서들의 필요경비를 허위로 채워 넣은 것이다. 세무사들이 쓰는 전문용어로 이른바 '물 기장'이라고 하는 허위 경비처리 방법인데 대개 물 기장은 있는 자료를 끌어모아 끼워맞추는 것이지만 유모 세무사는 없는 자료까지 동원했다.
 
예를 들어 가족들과 먹은 밥값 영수증을 영업상 식사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 세무사들이 암암리에 해온 물 기장이었다면 유모 세무사는 아예 먹지도 않은 밥값을 숫자만 올려서 경비로 신고했다. 심지어 유모 세무사는 프리랜서들이 스스로 신용카드 내역이나 지출증빙을 주겠다고 해도 마다했다. 어차피 약속한 환급액을 맞추려면 허위로 처리해야하기 때문에 실제 증빙자료는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허위로 경비를 올렸지만 국세청에 적발되지는 않았다. 국세청의 소득세 신고시스템은 전산으로 자동으로 입력되기 때문에 장부를 허위로 작성하더라도 당장은 적발하기 어렵다. 사후검증으로 실제 증빙자료가 있는지 비교하는 조사를 해야만 확인되지만 사후검증 비율은 5%가 채 되지 않는다. 세무사기가 뒤늦게 적발된 이유다.
 
국세청에 쉽게 적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유모 세무사는 더욱 대담해졌다. 유모 세무사는 보험회사 등을 돌며 대량으로 소득세 신고대행업무를 유치했다. 세금을 더 내야하는 상황인데도 돌려받도록 해주는 세무사가 있다고 하니 소문을 타고 고객들이 몰려왔다. 어떤 프리랜서들은 지인의 소개만 듣고 계약하기도 했다.
 
# 소득은 많은데 경비는 적고
 
프리랜서들이 유모 세무사의 유혹에 쉽게 빠져든 이유는 다른 사업자들에 비해 세금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비용은 고정적인데 소득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 수 있다. 특히 보험설계사들은 소득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특징이 있는데 이 경우 소득에 비해 필요경비가 턱없이 낮은 현상이 생기고 세금부담은 급격히 커진다.
 
주요 손해보험사가 보험설계사들에게 지급하는 모집수수료를 보면 적게는 300%에서 많게는 1000%를 넘는다. 예를 들어 고객이 월 10만원을 납입하는 보험에 가입하면 보험설계사에게 30만원에서 100만원의 모집수수료를 지급하는 식이다.
 
모집수수료는 대부분 70~80% 이상을 일시에 지급하는데, 월납입액 100만원 단위가 넘는 기업보험을 유치한 보험설계사는 한번에 수천만원의 수익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수수료 수입이 크게 늘더라도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는 등 고객유치를 위해 썼다고 인정되는 보험설계사의 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나지는 않는다.
 
이동기 한국세무사고시회장은 "인적용역은 세법상 필요경비로 인정되는 비용이 거의 고정되다시피 해서 소득이 갑자기 늘어나도 비용은 확 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허위로 비용을 만들고 그걸 처리해 줄 불법적인 일을 하는 세무사를 찾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