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스뉴스
비즈니스워치가 서비스하는 프리미엄 세금 뉴스
[19금 세금]여대생 울린 희대의 사기꾼
임명규기자
  • 트위터
  • 구글플러스

입력시간 | 2017-02-13 11:24

감언이설로 초고속 결혼→장모 빌딩 담보대출 후 파산
내연녀와 간통 발각→이혼 후엔 체납세액 떠넘겨

"아버지는 자수성가한 건설업체 사장인데 재산이 수천억원 정도 될 거에요. 저희 집은 아들만 있어서 며느리가 들어오면 딸처럼 귀하게 아껴주실겁니다. 저와 결혼해 주세요."
 
약사를 꿈꾸던 26세 여대생은 오로지 공부 밖에 몰랐습니다.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학교에만 있었고 휴일에도 영어학원을 다니는 모범생이었죠. 
 
평범했던 그녀의 인생은 2008년 어느날, 한 남자를 만나면서 달라졌습니다. 외국에서 공부했다는 남자는 훤칠한 외모에 달변이었고 세련된 매너까지 흠 잡을 곳이 없었는데요. 그녀는 그 남자의 장점에 매력을 느꼈고 조심스럽게 마음의 문을 열었습니다. 
 
한창 연애를 시작할 무렵 남자는 갑자기 결혼을 하자며 반지를 내밀었습니다. 섣부른 감이 있었지만 그녀는 남자의 박력있는 태도가 싫지 않았고 며칠 간의 고민 끝에 결혼하기로 맘 먹었죠.
 
하지만 두 사람이 결혼하는 순간부터 모든 게 악몽으로 변했습니다.
 
▲ 삽화/변혜준 기자 jjun009@
 
# "장모님, 돈 좀 빌려주세요"
 
남편은 2008년 9월 결혼한 직후부터 사업을 하겠다며 아내에게 돈을 요구했습니다. 시아버지까지 나서서 대출을 끊임없이 종용했고 결국 아내는 어머니 소유 빌딩을 담보로 수십억원을 대출받아 남편에게 넘겼죠. 남편은 대출받은 돈으로 이듬해 7월 서울의 한 지하철 상가에 제과점을 차렸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약속과 달리 대출 받은 원금과 이자를 전혀 갚지 않았고 빌딩은 경매로 넘어갔습니다. 한때 빌딩 주인이었던 아내의 부모는 월세살이 신세가 됐는데요. 남편은 처가의 재산을 탕진한 것도 모자라 내연녀와 바람까지 피우다가 2011년 11월 아내에게 발각됐습니다. 
 
참다 못한 아내는 2012년 5월 남편과 이혼했는데요. 이때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뇌출혈로 쓰러져 지금까지도 투병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결혼한 지 4년 만에 그녀의 집안은 풍비박산이 난 겁니다. 
 
# "교수님, 세금 내셔야죠"
 
그녀는 이혼 후 아픈 기억을 지우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했습니다. 2012년 8월 약대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2013년에는 대학 교수로 임용되면서 새출발에 나섰죠. 
 
그런데 지난해 초 국세청에서 온 통지서 한 장이 그녀를 다시 한번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전 남편이 체납한 세금을 대신 납부하라는 내용의 '제2차 납세의무지정' 통지서였습니다. 
 
전 남편이 운영하던 제과점은 2015년 6월 폐업했는데 이때 국세청이 2013~2014사업연도 귀속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부과했습니다. 당시 전 남편은 다른 사람에게 사기를 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상태였고 세금 낼 능력도 없었죠. 
 
전 남편과 이혼 후 '남남'인 상태인데도 체납 세금을 떠안게 된 이유는 그녀가 제과점의 지분 100%를 보유한 주주였기 때문입니다. 제과점을 운영할 당시 남편이 아내를 사내이사로 주주명부에 올렸는데 그녀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이혼 당시까지 전업학생이었던 그녀가 회사 경영에 관여하거나 급여를 받은 적도 없는데 체납 세금을 낸다는 건 복장 터질 일이죠. 
 
▲ 그래픽/변혜준 기자 jjun009@
 
# "그때 왜 고소 안했어?"
 
그녀는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국세청은 냉정했습니다. 전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도 주주명부 변경과 인감도장 분실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그녀의 책임이라는 겁니다. 이혼 후 남편을 상대로 주주명부 미변경에 대해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됐습니다.
 
국세청은 그녀가 피해를 본 사실과 체납 세금 납부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모친의 뇌출혈 발생은 전 남편에 대한 담보 제공과 간통 행위로 인해 발생한 피해"라며 "이같은 사실이 체납 세금을 내지 않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오히려 주주명부 작성이 그녀의 무지나 사기에 의한 것이 아니라 방조와 묵인 하에 이뤄졌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인데요. 국세청은 그녀의 제과점 출자지분 보유 사실을 확인하고 체납 세액 납부를 통지한 처분이 정당했다고 맞섰습니다. 
 
# "모든 게 제 탓입니다"
 
그녀가 조세불복을 준비하던 도중 사기죄로 복역중인 전 남편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가 왔는데요. 그녀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사실부터 주주명부 작성까지 모두 자신이 저지른 일이라고 인정하는 내용이었죠. 
 
그녀가 근무하는 대학의 교수들과 제과점 회계처리를 맡았던 세무사까지 그녀의 결백을 입증하는 사실확인서를 써줬습니다. 그녀는 전 남편의 옥중편지와 지인들의 사실확인서를 첨부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습니다. 
 
조세심판원은 지난 달 그녀의 주장을 받아들여 '과세 취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녀의 전 남편이 주주 명의를 도용한 게 맞고 국세청의 체납세금 납부 통지도 잘못됐다는 겁니다. 심판원은 "체납법인을 실제로 운영한 사람은 전 남편이고 여자는 경영을 하거나 주식에 관한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인 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 
체납이 발생한 법인의 재산으로 세액을 충당해도 부족한 경우에는 법인의 과점주주가 제2차 납세의무를 진다. 이때 '과점주주'는 법인의 발행주식 총수 또는 출자총액의 50%를 초과하면서 그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주주를 뜻한다. 여자는 제과점의 출자지분 100%를 보유했지만 실질적으로 주식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점이 인정돼 제2차 납세의무를 면하게 됐다. 

관련 뉴스

많이 본 뉴스

전문가가 들려주는 절세꿀팁

"아이 통장, 최대한 빨리 만들어라"
세금을 아낄 수 있는 '꿀팁'을 전문가들이 직접 소개합니다. 복잡한 세법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고, 궁금한 내용만 쏙쏙 전해드립니다. 나에게 맞는 최적의 절세 전략을 찾아보세요. [...

은밀한 이야기 '19금 세금'

여대생 울린 희대의 사기꾼
"아버지는 자수성가한 건설업체 사장인데 재산이 수천억원 정도 될 거에요. 저희 집은 아들만 있어서 며느리가 들어오면 딸처럼 귀하게 아껴주실겁니다. 저와 결혼해 주...

세금 연재 만화 '턱시도'

부실과세
#[턱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