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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은 얼마나 쉬워질 수 있을까
임명규 기자 l

입력시간 | 2018-03-06 08:00

[Tax&]전규안 숭실대학교 회계학과 교수

질문① "세법은 이해하기 쉬운가?"

세법은 어렵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것이 대부분 국민들의 대답일 것이다. 더구나 세법 법전을 보면 더욱 어렵게만 느껴진다. 세법은 '외계어'로 쓰여 있다는 말에 수긍이 간다.

세법만이 어려운 법은 아닐 것이다. 필자가 대학교 2학년 때 상법을 처음 배울 때의 일이다. '任務를 懈怠하여'라는 법조항을 보았을 때, 임무(任務)는 알겠는데, 도대체 '懈怠(해태)'라는 단어를 알 수 없어서 그 당시 한자사전인 옥편(玉篇)을 찾아서 간신히 '해태'라는 것은 알아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해태'의 뜻을 몰라서 국어사전을 찾아봤다. 그 후 법 조항이 '任務를 懈怠하여'에서 '임무를 게을리하여'로 바뀌니 확실히 이해가 됐다. 이처럼 세법도 쉬운 말로 바꿀 수 없을까.

기획재정부는 2011년부터 세법을 명확하고 알기 쉽게 새로 쓰는 '조세법령 새로 쓰기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법 내용의 실체적인 변경 없이 복잡한 세법 조문을 명확하고 알기 쉽게 정비하려는 것으로 납세자의 편의를 제고하고자 마련된 것이다. 

부가가치세법이 개정돼 2013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고,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이 곧 개정될 예정이고, 국세기본법과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의 개정을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기 쉽게 새로 쓴 세법을 보면 말로만 어렵게 설명하던 것을 산식으로 간단히 설명하고, 납세자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법조항을 재배치하는 등 과거보다 확실히 쉬워진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를 읽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그렇다면 누구 입장에서 쉬운 세법이어야 할까. 즉, 세법에 대한 독자는 누구일까. 언뜻 생각하면 일반 국민이 보았을 때 알기 쉬운 세법이 돼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세법이 정말로 그렇게 쉬워질 수 있을까. 세무전문가가 볼 때 알기 쉬운 세법은 가능할 것이고 또한 그렇게 돼야 하지만 세법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일반 국민이 보았을 때 알기 쉬운 세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의 세법이 세무전문가에게도 어려웠다면 알기 쉽게 새로 쓴 세법은 최소한 세무전문가에게는 쉬운 세법이 돼야 한다.

질문② "세금신고는 쉬운가?"

이에 대한 대답도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을 것 같다. 모든 근로소득자는 연말정산과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근로소득만 있다면 2월의 연말정산으로 소득세 신고·납부가 종료되지만 다른 소득이 있는 경우에는 5월에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소득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추가로 소득세의 10%를 지방소득세로 납부해야 한다. 

이 정도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사업소득과 연금소득, 양도소득 등으로 확대되면 점점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법인세나 상속·증여세로 가면 더욱 어려워진다. 

우리나라만 세법이 어렵고 세금신고가 어려운가. 아쉽게도 모든 나라의 세법은 어렵고 세금납부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미국의 세법도 이해하기 어렵고, 미국 국세청(IRS) 홈페이지에도 여러 언어로 자세한 신고안내가 되어 있으나(물론 한국어도 있다) 세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스스로 세금신고하는 것이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홈택스는 외국 못지않게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홈택스를 잘 이용하는 사람은 그 편리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법에 대한 많은 지식이 없는 일반 국민에게는 홈택스 이용도 여전히 어려운 것 같다. 

그렇다면 납세자는 만약에 있을 수 있는 세금 문제를 피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소득이 많거나 재산이 많은 사람은 공인회계사나 세무사와 같은 세무전문가와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 세무전문가의 상담비용을 조금 아끼려다가 많은 세금을 납부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금액이 큰 거래를 할 때는 먼저 세무전문가와 세금문제를 상의해야 한다. 보유주식 약 180억원을 장학사업에 사용하도록 모교인 아주대학교에 기부하였다가 가산세를 포함해 약 225억원의 세금을 과세받은 황필상 전 수원교차로 대표의 안타까운 사연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대법원 판결로 증여세를 안 내게 됐지만 황필상 대표가 기부하기 전에 조세전문가에게 상의를 했으면 이런 일은 처음부터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셋째, 항상 세금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세금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만큼 절세를 할 수 있고 의도치 않은 세금부과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세법을 쉽게 쓰는 사업을 계속 진행해야 한다. 모든 국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세법 지식이 있는 국민이라면 알기 쉬운 세법을 만들어서 국민에게 다가가는 세법이 돼야 한다. 

둘째, 홈택스를 포함한 세금신고방법을 편하고 알기 쉽게 개선해야 한다. 홈택스가 과거에 비해 많이 편리해졌지만 아직도 이용을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사실이다. 

셋째,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구제책을 강화해야 한다. 먼저 탈세의도가 없었던 소액의 납세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탈세의도가 없었으나 홈택스에 없는 소득정보를 누락해 신고한 납세자(특히 소액의 납세자)는 가산세를 면제하거나 경감해야 한다. 

또한 경정청구 기한(현재 5년)의 연장 등을 통해 납세자를 보호해야 한다. 고액의 소득이나 재산이 있는 납세자들은 세무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장려해야 하지만 소액의 소득이나 재산만 있는 납세자들은 세무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납세자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느리고 힘들더라도 알기 쉬운 세법과 편리한 세금신고를 위한 노력은 지속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납세자 존중의 세제와 세정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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