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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워치]③-2 늑장공개에 내용도 부실
박수익 기자 l

입력시간 | 2018-02-12 15:30

정치기부금 수입·지출 3개월만 열람 가능
정보공개청구해도 제한적 내용만 제공
정치자금 내역 실시간 공개 국회 외면

▲ 그래픽= 김용민 기자 kym5380@


2002년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 이후 바뀐 정치자금법으로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는 금지되고 개인 기부만 가능하다.

 

개인 중에서도 당원이 될 수 없는 공무원은 기탁금만 가능하고, 공무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는 기탁금과 후원금 모두 낼 수 있다.

 

◇ 기탁금은 공무원 연말정산용…후원금은 꾸준히 증가


기탁금은 유권자들이 국가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금전이나 유가증권을 기탁하면, 선관위가 일정 기준을 충족한 정당에 나눠주는 제도다.

국고보조금 배분 공식(기본비율+의석수비율+직전 총선 득표율)과 같은 방법으로 나눠주고, 기부자가 특정 정당을 콕 집어서 후원하는 `지정기탁`은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쪼개기 후원금` 논란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처럼 기탁금은 기부자와 기부받는자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청탁 폐해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중 하나지만 실제로 다양한 유권자들이 활용하지 않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기탁금을 내는 사람의 70%가 공무원이며, 연간 기탁금 총액의 80%는 4분기에 쏠린다. 또 연말정산때 전액 환급받는 10만원 이하 소액기탁금이 99%를 차지한다. 사실상 공무원들의 연말정산을 위해 쓰이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후원금은 특정 정치인을 선택해서 그들의 후원회 계좌에 입금하는 것이다. 정치적 지지의사와 무관한 기탁금과 달리 후원금은 자신의 정치적 지지성향을 표시하는 수단이다.

후원금 제도는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 여파로 2004년 정치자금법을 개정하면서 정당 후원을 금지하고 정치인 개인에 대한 후원만 허용했다. 그러나 2015년 12월 헌법재판소가 정당 후원 금지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작년부터 정당 후원제가 부활했다.

정당후원제가 마지막으로 금지됐던 2016년 통계를 살펴보면 국회의원 후원금 총액은 535억원, 기탁금은 42억원이 모였다. 후원금이 열배 이상 많다. 

특히 기탁금은 2013년을 기점으로 감소 추세이지만, 선거가 있는 해 평소보다 두배를 모금할 수 있는 후원금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 kym5380@



[기부금워치]③-1에서 살펴본 `쪼개기 후원금` 방지를 위해선 대가성 논란이 없는 기탁금을 늘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기탁금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기탁금은 자신이 낸 돈이 어느 정치집단에 가는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동기 부여가 쉽지 않고, 유권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탁금은 후원금의 대체재가 아닌 보조재 성격이다.

따라서 후원금 모집과 지출의 투명성을 높이는 게 더 합리적 대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후원금 지출내역, 3개월 지나면 접근 어렵고 내용부실


현행 정치후원금 제도는 모집·지출 양쪽 모두 제도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후원자 인적정보 공개 대상인 고액기부 기준 금액이 연간 120만원에서 연 300만원으로 높아지면서 기준이 느슨해진데다 공개 정보 목록에 후원자의 소속기관이나 직위가 빠져있어 쪼개기 후원을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원금을 어디에 썼는지를 볼 수 있는 지출 정보도 부족하다.

현행법상 정치자금 수입·지출내역은 해당연도의 정해진 기간 3개월간 열람할 수 있다. 열람기간 이후에도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기본적인 수입·지출내역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이때는 첨부서류를 볼 수 없다.

첨부서류는 영수증 등 각종 증빙서류와 예금통장 사본을 뜻한다. 정보공개 청구를 해도 정치자금 수입·지출의 진실성을 담보하는 자료는 영영 볼 수 없는 것이다.

열람기간을 놓치면 일반 후원자들이 검색과 같은 손쉬운 방법으로 정보에 접근할 수 없을 뿐더러 까다롭게 정보공개를 청구해도 내용이 빈약한 셈이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 kym5380@


 

◇ 실시간 선거자금 확인시스템 있지만 국회 외면


정보가 제때 제공되느냐의 문제도 있다.

선거비용을 어떻게 모아서 썼는지가 가장 필요한 시기는 선거기간이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선거비용을 적법하게 모아서 올바르게 썼는지 알 수 있다면 유권자들의 선택에 또 하나의 옵션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선거비용은 선거후 30일 이상이 지나서 공개되고 그 마저도 열람기간이 지나면 정보를 더 이상 공개하지 않는다.

선거비용 쓰임새를 유권자들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춰져 있다. 중앙선관위는 최근 정치자금 회계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정치자금의 수입·지출내역을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유권자들이 해당 내역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정작 선거를 치르는 정당과 후보자들은 활용하지 않는다.


활용도가 저조한 이유는 단 하나. 현행법상 정당과 후보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때마다 정치자금 회계관리프로그램을 각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안내하고 있고 지방선거에서는 일부 후보자들이 사용한 사례가 있다"며 "그러나 의무사항이 아니다 보니 대선·총선 같은 전국적으로 관심 높은 선거에서는 활용도가 낮다"고 설명했다.

중앙선관위는 2013년과 2016년 두차례에 걸쳐 회계관리프로그램을 통해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을 48시간내에 공개하자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선관위는 법안 발의권한이 없고 개정의견만 낼 수 있다.

 

`키`를 쥐고 있는 국회는 응답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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