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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세금]홍콩 재벌과 한국 여성의 로맨스
임명규 기자 l

입력시간 | 2017-11-23 09:47

사실혼 관계에서 딸 출산, 아파트 전세 2년 거주
전세보증금 10억에 증여세 4억 과세...취소 결정

"한국에서 당신의 아이를 혼자 낳아 키울 자신이 없어요."
 
"일단 압구정 아파트에서 2년만 살고 싱가포르로 떠납시다."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홍콩 회사에 다니는 외국인 남자를 만났습니다. 그는 따뜻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었는데요. 두 사람은 서울과 홍콩을 오가며 데이트를 즐겼고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에 대한 믿음이 깊어져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는 그녀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놨습니다. 그는 홍콩 주얼리 재벌의 손자로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도 중책을 맡고 있다는 겁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그녀는 남자의 집안 배경이 부담스러웠지만 그를 믿고 끝까지 가보기로 결심했습니다. 
 
▲ 그래픽/변혜준 기자 jjun009@
 
미래를 약속하고 사랑을 꽃피워가던 도중 그녀는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남자의 집안 사정상 당장 결혼할 수는 없었는데요. 그녀는 일단 인천에서 어머니와 함께 지내면서 출산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남자는 출산과 양육에 대해 부담을 느끼던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졌고, 서울 압구정동의 대형 아파트(166㎡)를 마련해줬습니다. 보증금 10억원에 월세 400만원인 '반전세' 계약이었는데 남자가 임원으로 근무하는 홍콩법인의 자금으로 보증금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남자가 외국인 신분이어서 전세계약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결국 그녀의 명의로 전세 계약을 하고 4개월 후 딸을 출산하게 됩니다. 남자는 그녀와 딸을 보기 위해 홍콩에서 수시로 달려왔습니다. 2015년에는 1년의 절반을 국내에서 체류했고 지난해에도 4개월 넘게 아파트에서 함께 살았습니다. 
 
두 사람은 전세계약이 끝나는 대로 딸과 함께 싱가포르로 떠날 계획을 세웠습니다. 실제로 지난 3월 그녀와 딸은 장기간 거주 목적으로 출국했고 아파트에 있던 가구와 가재도구까지 국제 운송을 통해 싱가포르로 옮겼습니다. 비록 결혼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남자와 함께 싱가포르 시민권을 획득해서 함께 살기로 한 겁니다. 
 
그녀가 싱가포르로 떠나기 직전 국세청으로부터 증여세 과세 통지서가 날아왔습니다. 전세로 살던 아파트 보증금에 대한 자금출처조사를 해보니 그녀가 보증금을 낼 능력이 없었다는 겁니다. 그녀는 2007년 이후 소득이 전혀 없었고, 국세청은 남자로부터 10억원을 증여 받은 것으로 판단해 증여세 4억원을 통보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증여세를 내게 된 그녀는 억울했습니다. 사실혼 관계인 남자와 함께 생활하던 아파트였는데, 전세보증금에 증여세를 내는 건 이해할 수 없었죠.
 
그녀는 지난 5월 조세심판청구를 통해 국세청이 사실관계를 오인해 증여세를 과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세심판원은 그녀의 심판청구를 받아들여 과세 취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가족관계증명서와 아파트 입주자카드 등 사실혼 관계를 입증할만한 증거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이미 딸과 남편의 이름이 등재돼 있었습니다. 혼외 자녀의 경우 아버지가 인지신고를 해야만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할 수 있는데요. 남자가 직접 구청을 찾아가 인지신고 절차를 밟았던 겁니다. 아파트에 입주할 당시 작성한 입주자카드에도 남자의 이름이 분명히 적혀 있었습니다. 
 
심판원은 "남자가 건넨 전세보증금은 홍콩법인에서 차입한 자금으로 만약 상환하지 않으면 횡령에 해당한다"며 "사실혼 부인에게 무상으로 증여했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외국인 신분인 남자가 부득이하게 국내 거주자인 사실혼 부인 명의로 전세 계약을 한 것"이라며 "전세보증금은 가족의 생활 편의를 위해 지출한 비용으로 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습니다. 

*재산 취득자금의 증여 추정
직업과 연령, 소득 및 재산상태로 볼 때 재산을 자력으로 취득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그 재산의 취득자금을 증여 받은 것으로 추정해 증여세를 과세한다. 다만 채권확보 수단인 확정일자를 받기 위해 명의를 빌려준 경우 그 보증금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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